이달 들어 국내증권시장에서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매 호가 효력 일시 정지 제도)가 9번, 서킷브레이커(주가 급등락시 20분간 주식 매매 중단)가 2번이나 발동됐다. 주식시장의 급격한 변동을 잠시 멈추게 하기 위한 '속도조절장치'가 6거래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작동된 셈이다. 새해 들어 급속도로 상승한 상황에서 중동 전쟁 리스크가 터지면서 매일 5%에서 많게는 10%까지 급등락을 거듭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0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5.35% 오른 5532.59로 거래를 마쳤다. 개장 이후 장 초반에는 코스피200선물 가격이 6% 넘게 치솟으며 코스피 시장에 대한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이스라엘과 손잡고 이란을 공격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전쟁이 곧 끝날 것"이라며 장기전 우려 불식에 나서면서 지수 상승을 이끈 것으로 보인다.
국내 증시는 특히 중동 전쟁 발발 이후로 현기증 나는 '롤러코스피(롤러코스터+코스피)' 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중동 전쟁 보도 후 첫 거래일인 3일 코스피는 하루 만에 7.24% 폭락했고, 이튿날인 4일 낙폭은 더 커졌다. 코스피 지수는 12.06% 추가 하락하며 역대 최대 일일 하락률을 기록했다. 코스피·코스닥 양 시장에 매도 사이드카가 나오고 서킷브레이커까지 발동됐다. 그러나 다음날인 5일 시장은 9.63% 급반등했다. 전쟁이 끝나거나 유가가 안정되어서가 아니라 너무 많이 떨어졌다는 심리가 시장을 뒤집으면서다.
이후에도 롤러코스피 장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9일 유가 급등으로 환율까지 1500원 코앞까지 치솟으며 증시도 다시 곤두박질쳤다. 서킷브레이커가 또 발동됐다. 3월 한 달 들어서만 두 번째였다. 유가증권시장에서 한 달 안에 서킷브레이커가 재발동된 건 2020년 3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시시각각 전해지고 이에 따라 유가 상황까지 불안해지자 개인 투자자들의 심리도 크게 흔들렸다.
특히 외국인의 '셀 코리아'는 역대급 변동성을 불러왔다. 외국인은 중동 전쟁 발발 이후 5거래일 동안 10조2510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그러나 10일 전쟁 장기화 공포 심리가 완화되면서 짐을 싸고 떠났던 외국인도 돌아왔다. 외국인은 1조1040억원을 순매수했다. 외국인이 1조원 넘게 순매수한 건 지난달 12일 이후 약 한 달만이다.
문제는 초고속으로 급등한 지수 영향으로 최근 국내 증시에 단타 위주의 투기적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개인투자자들의 이른바 빚투(빚내서 투자) 지표인 코스피 신용공여 잔고는 전쟁 이후 더 늘어나 22조원을 넘어섰다. 코스닥까지 합치면 33조원을 넘는다.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매매를 위해 증권사 계좌로 이체했거나 주식 매도 후 그대로 두기 있는 대기성 자금인 투자자예탁금도 3월 이후 오히려 증가해 130조원을 넘겼다.
시장 전문가들은 단기간 내 안정을 기대하기는 어렵고 당분간 널뛰기 증시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중동 전쟁의 향방이 아직 불투명하고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도 완전히 걷히지 않은 상태여서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국장은 지금 주식시장 단위의 레버리지 판이 펼쳐지고 있는 시기"라며 "오늘 폭등하더라도 내일은 또 조정을 받고, 다음날에는 또 급등할 수 있는 역대급 변동성 장세"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 시점에서도 계속 주도주를 들고 가면서 수익률 회복 기회를 잡아가는 게 현실적인 대응 방안"이라고도 말했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레버리지 두 배 짜리, 인버스 두 배 짜리 거래량이 너무 많다"면서 "24년도 주식시장 전체 거래 회전율이 200%대 정도였는데, 올해 3월 들어 하루 평균 거래 회전율이 50% 이상 올라가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개인 투자자들은 정보가 적고 타이밍을 정확히 맞추기 힘들다"며 "현재 변동성을 기회로 보고 레버리지나 추격 매수 하는 건 결국 수익률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