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라인 사태'가 정치권에서 이슈가 된 가운데 네이버 노조·대통령실 입장까지 나오면서 라인 사태의 '열쇠'를 쥐고 있는
네이버의 셈법이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지금까지는 '경영상 전략'을 주로 고심해왔다면, 이제는
한일 양국의 민심과 정치권 입장이라는 변수까지 고려하게 되어서다.
라인 사태, 한일전 양상…사업적 관점서도 이별 준비했을 듯
라인 사태가 한국의 네이버와 일본의 소프트뱅크라는 두 기업의 협상에서 이제는 한일 양국 정부, 정치권을 비롯한 국민적 관심을 받으며 '한일전' 양상으로 확대되고 있다. 지난 주 네이버가 소프트뱅크와의 지분 매각 협상을 공식 인정한데 이어 정부가 유감을 표명하고도 여진이 계속됐다. 13일에는 네이버 노조가 네이버의 라인야후 지분 매각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피력했고, 대통령실도 기업 의사에 반하는 부당한 조치는 강력 대응하겠다고 입장을 냈다.
업계는 네이버가 '지분 매각'을 공식 언급한 것 자체가 지분 매각에 상당 부분 무게추가 기울어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정부가 유감 표명을 하면서 "이사 구성 등을 볼 때 경영권은 사실상 소프트뱅크에 있었고 네이버는 기술력과 노하우를 라인야후에 접목시키는 데 현실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어 지분 매각을 포함한 여러 대안을 검토해 왔던 상황"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다만 △얼마나 팔 지, △얼마를 받을 지의 주요 변수에 따라 매각 협상은 장기화될 수도 있고, 매각이 아예 무산될 수도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의 결별이 일본 총무성의 행정지도로 '트리거(계기)'가 됐을 뿐
사업적 관점에서도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네이버가 소프트뱅크와 손을 맞잡았을 때는 '시너지 효과'를 기대했는데, 그만큼의 결과가 나오지 않아서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네이버는 국내에서 '포털'과 '커머스(쇼핑)'를 같이 하면서 성장했다"면서 "일본에서도 소프트뱅크와 손을 잡고 라인이라는 '국민 메신저'에 여러 사업을 얹혀 수익성을 내려고 했지만, 기대치보다 더딘 성장으로 제대로 성공하지 못했다"고 짚었다. 실제 네이버가 일본 커머스 시장 공략을 위해 선보인 '마이스마트스토어'는 오는 7월 말 종료한다.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 지 3년 여 만이었다.
갈라설 때 갈라 서더라도…고려할 변수 더 많아져
라인 사태가 한일전 양상으로 흐르며
국민 감정도 무시 못할 '요인'이 됐다. 정부와 대통령이 "네이버의 입장을 따르겠다"는 수동적인 입장에서 '유감', 나아가 "우리 기업의 의사에 반하는 부당한 조치는 강력 대응하겠다"고까지 밝힌 배경에는 일본이 우리의 글로벌 플랫폼을 '강탈'하려 하는데 정부는 가만 있냐는 국민 감정이 깔려 있다.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사업을 하는 네이버로선 "네이버가 일본에 라인 지분을 매각하면 가만 있지 않겠다"라는 반일 감정에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정부와 대통령실이 나섰지만 이같은 '반일 여론'을 제대로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네이버의 사업적 관점에서의 결별과 별개로 일본의 '이중 플레이'에 대한 의심은 커지고 있어서다. 일본이 겉으로는 라인의 보안 강화 필요성을 앞세우면서 속내는 '국민 메신저를 한국 기업 손에 계속 맡길 수는 없다'며 네이버 지분을 매각하도록 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다.
현 정부의 대일관계 복원 정책도 유명무실하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실제 일본 총무성이 라인야후에 행정지도 조치를 취한 것과 관련해선 우리 정부와 사전 조율 등을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라인플러스 등 한국법인 2500명의
고용 안정성이라는 변수도 불거졌다. 메신저 앱 라인 서비스를 운영하는 라인야후의 자회사인 Z인터미디어트글로벌은 미국, 중국, 동남아 등 글로벌 사업을 맡은 한국 법인 라인플러스를 보유하고 있다. 또 라인프렌즈 캐릭터 사업을 운영하는 IPX 지분 70%와 라인게임즈 지분 35.7%도 갖고 있다. 라인야후가 기술적인 협력 관계에서 독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혀왔기 때문에 네이버와 네이버클라우드 등의 기술 지원도 끊길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선 네이버가 일본 사업권을 소프트뱅크에 넘기고 동남아 사업권을 가져가는 선에서 협상을 하지 않겠냐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동남아 사업권도 라인이라는 메신저 플랫폼을 고리로 뻗어나간 사업이기 때문에 인프라를 새롭게 세팅하는 등의 어려움이 있다는 반론이 있다.
이런 가운데 라인야후의 한국 법인인
라인플러스는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를 14일 개최한다. 이 자리에서 소프트뱅크와의 매각 협상 진행 상황 등에 대한 경영진의 입장이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