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열린 전국의사대표자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2025학년도 의과대학 신입생 모집 중지를 주장해온 대한의사협회(의협)가 22일 전공의와 의대생, 의대 교수 및 개원의 등
전 직역이 모인 '전국의사대표자회의'를 열고, 의·정 사태 해결을 위한 단일대오를 강조했다.
이들은 올해 2월부터 연말인 지금까지 지속 중인 현 사태에는 의료계 내 세대 및 직역 간 갈등도 한몫했다고 진단했다.
소위 '이탈 전공의 포고령'으로 의료계를 격분시킨 '12·3 내란 사태'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이후, 의료계 모든 직역이 한 자리에 모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회사 하는 박형욱 의협 비대위원장. 연합뉴스
박형욱 의협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에서 개최된 '의료농단 저지 및 책임자 처벌을 위한 전국의사대표자회의'에서
"의료계는 늘 '갈라치기' 당하고 있다"며 "비대위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전공의·의대생을 포함해 의료계 전 직역이 하나의 울타리에서 논의하는 장을 만드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느 한 직역이나 지역이 의료계를 대표한다는 듯이 행동하면 의료계에 이보다 해로운 일은 없다"면서도 "그렇다고 전체의 이름으로 특정 집단에게 무언가를 강요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가령 정부가 내년도 의대 증원을 발표한 직후 사직한 전공의들이 수련병원으로 복귀하겠다는 결정을 내렸을 때, 타 직역이 '투쟁을 위해 돌아가선 안 된다'며 왈가왈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취지다.
박 위원장은 "반대도 마찬가지다. 극소수이긴 하지만 사직전공의를 향해 적대적 감정을 보이는 선배 의사도 있다"며 "사직전공의 대표에게 '네가 뭘 했냐'고 비난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공의들이 그들의 열망을 따라 움직이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저항'이라며,
"그 100분의 1의 저항도, 투쟁도 하지 않은 선배의사가 그런 태도를 보이는 것은 극히 비양심적"이라고 비판했다.
박 위원장은 그 자신도 의협 비대위원장직을 수행하면서 만난 사직전공의, 휴학 의대생들을 통해 비로소 이들의 입장을 조금씩 이해하게 됐다고 언급했다.
그는 "비대위 출범 후 젊은 세대들은 회의를 자주 여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선배세대가 투쟁을 할 것도 아닌데 왜 (회의만) 자주 열려고 하느냐'는 것"이고 전했다. 또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없다고 가정했을 때 정부의 무모한 정책에 대응해서 선배들이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일을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같은 의사란 사실만으로 좁혀질 수 없는 입장 차를 인정하되, 특히
각자의 직역과 지역을 뛰어넘어 하나의 논의체에서 의견을 주고받는 '전통'을 만들 때라고도 주장했다.
박 위원장은 "오늘 우리 의료계가 직면한 문제는 쉽게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짧은 시간 비대위원장으로 일했지만 우리 의료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분명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내가 잘났다는 듯이, 내가 의료계를 대변한다는 듯이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울타리 안에서 논의하는 전통을 만드는 것"이라며 "서로를 비난하기보다 내가 속한 집단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실천하는 것"을 지향점으로 제시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교수와 의대생, 전공의, 개원의, 봉직의 등의 뜻이 결집될 수 있다면 '의료 정상화'는 가까운 미래가 될 거라고 참석자들을 독려했다.
강대식 의협 회장 직무대행도 모두발언을 통해 "현 정국은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헌법재판소로 넘겨진 상태로, 잘못된 의료정책 추진의 정당성도 소멸되어졌다고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럼에도 정부는 2025년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패키지 강행의 의지를 꺾지 않고 있다"며
"우선 정부는 지금까지 추진해 온 잘못된 의료정책을 즉각적으로 중단하고 반드시 문제의 정책 수립과 추진에 관련된 자들의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의료계와 여야 등이 '합리적이고 전문적인 협의기구'를 구성해 현 의료체계의 문제점들을 논의하고 사태 출구를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강 직무대행은 "의료계는 이미 비대위를 구성해 의료계 다양한 직역의 의견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틀을 갖춘 바 있다. 이제는 정치권과 정부도 의료계의 논의에 (동참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고 응답을 촉구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왼쪽)과 개혁신당 이주영 정책위의장이 22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열린 전국의사대표자대회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한편, 이 자리에는 의사 출신인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과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도 참석해 힘을 실었다.
의협 비대위의 소개로 연단에 선 안 의원은
정부와 여야(與野), 의료계가 참여하는 긴급협의체를 꾸려 2025년도 의대 증원 문제부터 논의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주장했다. 이른바 '전공의 처단 포고령'에 대해서는 대통령 권한대행인 한덕수 총리가 직접 사과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의 의료개혁은 처참하게 실패했다. 초과사망자, 즉 이런 일이 없었다면 돌아가시지 않았을 분의 수가 2천 명을 넘긴 지 오래"라며
"대통령 직무가 정지된 지금, 가장 잘못된 의료정책부터 바로잡는 것이 순서"라고 말했다.
이어 "먹고 사는 문제보다 더 중요한, '죽고 사는' 문제부터 해결해야 하지 않겠나. 거대 야당도 탄핵과 방탄, 망국적인 정쟁에만 유능해서는 안 된다"며 "때를 놓쳐서 의료시스템이 무너지면 복구하는 데만 수십 년이 걸린다. 대통령 권한대행과 여야는 절박한 각오로 당장 수습에 나서길 촉구한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