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대통령실을 둘러싼 의혹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검찰의 눈과 귀가 대통령 '입'에 주목하고 있다. 기자회견을 자청한 대통령 발언에 따라 이들 기관에 미치는 영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9일 오전 10시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대국민 담화 형식으로 취임 2주년 대국민 기자회견을 진행할 예정이다. 윤 대통령은 국정 운영 기조와 정책 추진 상황을 설명하고 국정 운영 계획과 주요 현안에 대해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은 정국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채 상병 특검법' 수용 여부와 김건희 여사 명품백 의혹에 대한 대통령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추진 중인 채 상병 특검법과 관련해서는 공수처가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김 여사 명품백 의혹은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를 주축으로 전담수사팀이 꾸려졌다.
민주당이 특검 도입을 위한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고 있지만, 일단 윤 대통령은 특검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공수처와 경찰이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이고 여야가 합의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에서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도 지난 2일 대구고등·지방검찰청을 방문한 자리에서 "수사 결과를 지켜보지 않고 바로 특검 추진한다는 것은 제도 취지에 맞지 않는 일이라고 본다"고 부정적 의견을 낸 바 있다.
다만, 공수처 수사가 끝난 이후 여야 합의에 따라 채상병 특검을 수용하자는 중재안이 국민의힘에서도 나온 만큼 변수는 남아 있다.
연합뉴스·황진환 기자관건은 공수처 수사다. 특검이 추진되거나 무산되더라도 공수처로서는 가시적인 수사 결과를 내놓아야 한다. 하지만 공수처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게 문제다. 석 달 넘게 이어진 지휘부 공백과 수사 인력 부족, 여기에 쫓기는 시간과의 싸움 등 곳곳에 악재가 널려 있다.
공수처장 후보로 지명된 오동운 변호사의 인사청문회가 오는 17일 예정돼 있지만, 국회 문턱을 넘더라도 지휘부 구성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지휘부 없이 대통령실 개입 의혹까지 맞물린 사안에서 사건처리 방향과 같은 주요 판단과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다.
제한된 시간 속에 수사 인력 부족도 발목을 잡고 있다. 해당 사건을 수사 중인 공수처 수사4부 인력은 이대환 부장검사를 포함해 5명이다. 여기에 수사기획관 차정현 부장검사까지 고려해도 검사 6명에 불과하다.
민주당이 추진 중인 특검이 최대 104명에 달하는 수사 조직을 갖출 수 있는 점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김 여사 명품백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도 최근 전담수사팀을 꾸리고 수사에 속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전담수사팀은 이원석 검찰총장이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에게 직접 지시해 이뤄졌다.
하지만 검찰도 공수처와 마찬가지로 대통령 발언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김 여사를 상대로 한 조사에 대통령실 협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법조계는 소환·방문 등 대면 조사와 서면 조사 등 방식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김 여사에 대한 조사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게 전반적인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검찰 수사에 협조하겠다'는 수준의 입장을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검찰이 전담팀을 꾸려 본격적인 수사에 나선 상황에서 의혹에 대한 구체적인 해명이나 입장을 밝힐 경우 '수사 가이드라인 제시'라는 또 다른 논란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수위 조절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다만 윤 대통령이 지난 7일 김주현 신임 민정수석을 소개하면서 "사법리스크는 제가 설명하고 풀겠다"는 뜻을 밝힌 만큼 원론적인 수사 협조보다 전향적인 입장을 내놓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편 윤 대통령 기자회견 발언을 주목할 수밖에 없는 공수처와 검찰은 "국회서 추진하는 특검과 무관하게 관련 사건은 수사 일정대로 진행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