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익산 원광대학교병원 앞 약국. 김대한 기자수천억 원대 면허 대여 혐의로 기소된 이른바 문전약국(병원 바로 곁에 있는 약국)이 명의만 바꾼 채 정상 영업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건강보험 재원으로 지급되는 요양급여비도 그대로 지급되는 등 기형적 구조가 반복되는 가운데 제도 공백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면대 약국은 '정상 운영'?…제도는 왜 멈췄나
재단법인 원불교와 A약국장, 원불교 재정산업부장 등 4명은 지난 2000년 7월부터 2020년 11월까지 원광대학교병원 앞 문전 약국 이른바 '면대(면허 대여)약국'을 운영하며 총 2480억 원(요양급여 2091억 원·국고보조금 356억 원·지방보조금 33억 원)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28일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중대한 혐의에도 불구하고 A약국은 현재까지 정상 영업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기소된 A약국장 명의 대신 근무하던 A약국의 페이 약사 면허로 개설 명의만 바뀌었을 뿐, 실질적인 운영 구조에는 변화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기존 A약국장 명의로 운영되던 약국은 이미 지정 취소됐지만, 이후 새 개설자(기존 페이 약사)가 지자체에 신고한 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요양기관 지정을 신청, 별도의 제한 없이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
즉 면대 약국 혐의로 기소된 것과 무관하게 A약국은 명의만 바꿔, 동일 장소에서 영업하고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건강보험료를 재원으로 해 지급되는 약국의 요양급여비 역시 새로운 약국으로 보고 똑같이 지급된다.
약사회 관계자는 "해당 약국은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입지로 운영 역시 큰 자금이 필요한 만큼 개인이 개업하고 운영하기 어려운 구조였다"며 "면대 약국으로 적발돼도 명의만 바꾸면 그대로 약국을 유지할 수 있다. 기존 인력도 그대로 승계하는 경우가 많아 실질적 운영 주체 등 변화가 거의 없을 공산이 크다"고 덧붙였다.
공단 관계자는 "수사 단계(기소)에서 환수 결정이나 지급보류 조치는 가능하지만, 영업 자체를 중단시키는 권한은 없다"며 "법원의 판결이 난 후에야 수사기관에서 '인허가 관련 범죄통보지침'에 근거해 영업 정지 등의 처분을 지자체로 통보하는 구조다"고 설명했다.
전북 익산 원광대학교병원. 심동훈 기자"익산 약사들 다 알았다"…독점적 지위, 건보 지출 증가 우려
면대약국은 서류상으로는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가 주인 행세를 하지만, 실제 주인은 법인 또는 일반인인 약국을 뜻한다. '약사 또는 한약사만 약국을 개설할 수 있다'는 현행 약사법을 위반한 것으로, 병원으로 따지면 '사무장병원'과 비슷하다.
검찰은 재단법인 원불교가 약국개설 및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여 지출하면서 약국 운영에 따른 이익금을 가져가고, A약국장은 약품 조제 등 포괄적인 업무를 담당하면서 약국 운영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정 병원과 사실상 한 몸처럼 운영되는 면대 약국은 과잉 조제와 허위·부당 청구를 유발해 건강보험 재정을 직접적으로 악화시키는 구조적 문제로 지적된다. A약국 역시 전북 익산 원광대학교병원 앞 문전 약국이다.
논란이 불거지기 이전부터 지역 약사들은 해당 약국을 둘러싼 면허 대여 의혹이 이미 공유돼 왔다고 입을 모았다.
익산 지역 한 약사는 "해당 약국은 지역 약사들이라면 면대약국 의혹은 암암리에 다 알고 있었지만, 증거가 없어 문제를 제기하기 어려웠다"며 "개업 경험이 전혀 없는 인물(A약국장)이 약국을 열었다는 점에서 처음부터 의심이 있었다"고 말했다.
원광대학교병원 문전 약국. 심동훈 기자또 다른 약사는 "A약국은 병원 바로 앞에 있어 인근 다른 약국과 비교해 월 수익 규모가 훨씬 컸고, 약국 수익이 재단으로 흘러갔다는 소문은 무성했다"며 "하지만 대형 재단과 맞서기 어렵다는 인식이 컸고, 결국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재단법인 원불교 관계자는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이기 때문에 제기된 문제(허위 청구 비용을 갚을지 여부)들에 대해 답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021년 6월 행정조사 실시 후, 공단은 A약국에 대해 약사법 위반에 따른 불법개설의심으로 전북경찰청에 수사의뢰(지난 2021년 8월)했다. 수차례 보완 수사이후 전주지검 군산지청은 지난해 6월 재단법인 원불교 등을 기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