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오후, 서울 마포구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에서 옥상달빛을 인터뷰했다. 왼쪽부터 김윤주, 박세진.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제공"그동안 우리를 부르던 말 힐링 위로 어느새 시간이 흘러서 40이 됐어요" ('자기소개')첫 번째 트랙 '옥탑라됴6'에는 운동해도 살 안 빠지고 먹으면 먹는 대로 찌고 소화도 안 된다고 시무룩해하다가도, 사실 마흔은 '한창때'라며 한바탕 웃어넘기는 옥상달빛(OKDAL)의 대화가 나온다. 바로 그 뒤를 잇는 '자기소개'는 2010년 데뷔해 어느덧 14주년을 맞은, 동시에 40대에 들어선 옥상달빛의 소소한 근황 전달과 "즐겁게 우리 같이 나이 먹어요"라는 산뜻한 권유를 노래한다.
지난 21일 오후 서울 마포구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에서 여성 듀오 옥상달빛을 인터뷰했다. 11년 만에 총 11트랙으로 이루어진 새로운 정규앨범 '40'의 타이틀곡은 '다이빙'과 '시작할 수 있는 사람'이다. 전자는 김윤주가, 후자는 박세진이 작사·작곡했다. CBS노컷뉴스와 만난 옥상달빛은 오는 4월 열리는 단독 공연 준비에 한창이라고 전했다.
다음은 김윤주, 박세진과 나눈 일문일답.
▶ 새 앨범명이 '40'입니다. 이 제목을 가지고 의견이 갈렸다고 알고 있어요.박세진 : 여자로서 나이 먹는 게, 40이라는 게, 문득 딱 들었을 때 소름 끼치게 행복하진 않더라고요. '옥탑라됴6'에서의 느낌이 저는 진짜 진심이었는데 드러내는 게 맞나 싶었어요. 윤주가 옥상달빛이니까 이 제목을 쓸 수 있는 거라고 해서, 저도 맞다고 생각하게 됐죠. '음악인으로서 나이 먹는 것'은 괜찮은 것 같아요. 그래서 참 좋은 직업이라고 생각도 했고요. 아직도 신경은 쓰여요.
옥상달빛 타이틀곡 '다이빙' 뮤직비디오에는 40대 배우 김소진이 출연한다. '다이빙' 뮤직비디오 캡처▶ 마흔이 되고 나서 좋은 점이 분명히 있었을 것 같은데 어떠세요?김윤주 : 저는 40대인 주변 언니·오빠들이 너무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이 많아요. 음악 하든, 안 하든요. 대부분 음악 하는 사람이긴 한데 (그분들은) 나이를 먹어도 크게 달라진 게 없어 보이더라고요. 그 사람이 주는 무게감 외에는 달라진 게 별로 없는 거 같아서 그분들을 통해서 마음을 놓았던 거 같아요. '나도 나이를 먹어도 철없게 즐겁게 행복하게 지낼 수 있겠구나!' 그래서 앨범명을 '40'으로 정하면서도, 나이 드는 것에 대해서 겁을 내거나 두려워하는 사람들도 있을 테니까 우리를 보면서 '뭐 마흔 별거 아니구나' 하고 잘 지냈으면 좋겠어요. 저는 기대되는 것이 더 많은 거 같아요. '야, 마흔 다 한때야' 하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많아서 뭔가 알고 싶어요. 저는 앞으로 10년이 되게 기대가 돼요.
박세진 : 체력적으로 기대가 되진 않아요. (일동 웃음) 어쩔 수 없는 인간의 섭리니까 그건 어쩔 수 없는데 나이를 먹으면 좋은 거는… 막 저도 막 방방 뜨는 성격도 있고 무드 스윙이 되게 있는 편이었는데 그 폭이 줄었어요. 나 자신 때문에 괴로운 시간에 좀 초연해지는 면도 있어요. 마음을 편하게 먹게 되는 거죠. 따지자면 내가 포기하는 것일 수도 있고 다른 말로 얘기하자면 내가 놔준 걸 수도 있는 거니까 뉘앙스는 판단할 일이지만, 조금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이다 하는 이야기를 해 드리고 싶고요. 저는 참 다행인 것은 요새 마음 편하게 살고 있는 것 같아서, '이렇게만 살면 좋겠다!' 해요. (웃음) 이렇게만 지내면 될 거 같아요. 행복한 것의 정점에 와 있어요. 좀 평안해진 것 같아요. 큰 시련만 없었으면 좋겠어요. 맞았을 때 아픈 건 똑같지만 빨리 털어내게 돼요. 나이 먹으면 (아파하는) 시간이 조금 주는(줄어드는) 것 같아요. 그래서 혹시나 힘든 분들이 있다면 (마흔을) 좀 기대해도 좋을 것 같아요, 멘탈적으로!!
▶ 2010년 데뷔해서 이제 14주년, 15년 차가 되었어요. 시간이 흐른 만큼 나아지거나 성장한 부분은 무엇일까요?김윤주 : 시간이 지날수록 더 어렵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보컬적인 성장은 없는 것 같아요. 예전엔 그때그때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 보니까 정말 노래만 했던 것 같아요. 그 담담함이 좋았다는 분들께는 정말 감사하지만, 전 진짜 AI처럼 들리더라고요. (웃음)
박세진 : (예전에) 저는 발음이 샜어요. 교정하기 전이어서. (웃음)
김윤주 : 이렇게 부르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회의를 많이 해요. (데뷔) 15년 차가 되든 (노래는) 쉬운 일이 아니구나 생각하죠. 15년이 돼서 좀 괜찮아졌다는 건 그거인 거 같아요. 예전에 비해 조금 무게감이 생겼다는 것? 마흔이라는 나이에 하는 얘기는 조금 더 다르게 느껴지지 않을까 하는 그건 좀 좋았어요.
박세진 : 저는 그래도 노래를 어떻게 불러야겠다 하는 느낌은 예전에 비해서 알게 된 거 같긴 해요. 예전에는 아무 생각이 없었나 봐요. 멜로디를 부르는 데 급급했던 거 같은데 지금은 여기서 어떤 느낌으로 불러야 할지 감이 잡혀요. 저희가 그래도 가이드 작업을 많이 해 놔서 그런가? 요번 앨범에서 좀 그래도 실수를 적게 한 건, 가이드를 여러 번 잘 작업을 해 놔서 수월하게 하지 않았나 생각이 들어요. 윤주는 어렵다고 하는데 저는… 뭐 몇 곡은 좀 어려워하긴 했어요. 근데 나머지는 잘 불렀다고 생각해요. 그냥 얘는 1년 쉬어가지고 그렇게 생각하는 거 같아요. 확실히 초반에 앨범 냈을 때보다 뭔가 짬(경력)으로 알게 된 게 많아졌어요, 10년이 넘다 보니까요. 하지만 그럼에도 어렵긴 하죠. 원래는 더 어려웠으니까 그나마 지금 조금 알게 된 게 있죠.
옥상달빛 김윤주.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제공▶ '옥탑라됴6'에서 '우리도 잘되지 않을까?' 하는 구절이 있더라고요. 옥상달빛에게 '잘된다'는 건 뭘까요?김윤주 : 어제 남편(십센치 권정열)이랑 그런 얘기를 했어요.
박세진 : 얘네는 맨날 그런 얘기를 해. (일동 폭소)
김윤주 : 뭐가 잘되는 걸까! 그만큼 어려운 거 같아요. 예전에는 차트로 (성공의 정도를) 볼 수 있었다면, 인제 아이돌 음악이 많이 (차트에) 있죠. 사람들 마음에 많이 닿았으면 좋겠고 많이 들었으면 좋겠어요. 좋은 결과든 나쁜 결과든, 어쨌건 우리가 (새 앨범으로) 나왔다는 걸 알고 들었으면 좋겠다는 건데 그걸 어떤 수치로 알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유튜브는 조회수가 나타나니 그런 것을 볼 수밖에 없고요. 요즘 잘 되는 사람들은 어떻게 잘 되는 걸까 생각해요. 요즘은 '밤양갱'을 모두들 부르더라고요. 이 시대에는 누군가가 어떤 노래를 편안히 불러준다면, 그게 잘되는 게 아닐까요. 사실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박세진 : 저희 음악이 누군가의 플레이리스트(재생 목록)에 들어있는 건데요. 우리나라 인구가 얼마나 되죠? 그럼 그 절반이면 2400만… 자, 다시 할게요! (웃음) 500만 명이 들어주시면! 요즘은 음악을 안 듣는 사람도 있더만요. 그럼 파이가 더 작아질 수도 있겠네요. 이미 많이 작아졌어요. 2400만에서 500만으로. (웃음) 노래를 즐겨듣는 사람의 플레이리스트 안에 우리 노래가 몇 곡이라도 들어있으면 그건 잘되는 거겠죠. 또, 공연에 계속 불러주는 건 명백하게 잘되는 거고요.
▶ 공연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4월 6~7일 이틀 동안 노들섬 하우스에서 단독 공연을 하게 됐어요. 예상보다 공연장 크기가 작더라고요.김윤주 : 이 좌석을 채울 수 있을까에 관해서는 회사도, 우리도 아무도 기대를 안 했어요. '몇 % 정도 생각해요?' 하면 '70~80%만 나가도 너무 좋겠다' 했죠. 거의 다 나가게 돼서 그것만으로도 지금 저희는 너무 벅차요. 이것보다 컸으면 텅텅 빈 콘서트가 됐을걸요. (웃음)
박세진 : 우리는 그래도 10년 차 넘고 14~15년 된 그룹인데 못 채우면 각성하자고 했죠. (웃음)
김윤주 : 공연 시장이 별로 안 좋기 때문에 기대를 많이 안 한 건 사실이에요. (공연도) 너무 오래 쉬었고요. 이제 뭐 연말이 됐을 때 이것보다 더 큰 공연장에서 한다면 너무 좋겠죠! 지금은 충분히 만족하고 있어요.
옥상달빛 박세진.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제공▶ 오랜만에 단독 공연을 하게 돼서 많이 떨릴 것 같아요. 지금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요?박세진 : 2주밖에 안 남았어요! 모든 신경이 다 거기 가 있는데 막상 앉아서 연습하는 게… 대체자가 없고, 누가 해 줄 수가 없으니 신경은 다 쓰이는데 집중이 안 돼서 불안해요. (웃음) TV 켜 놓고 좀 치다가 '아, 너무 지루하다' 이러고, 노래를 또 오랜만에 부르니까 소리 내서 하는 연습을 해요. 녹음해서 막 듣고 모니터하면 '이거 2주 안에 될까?' 하는 두려움도 있지만, 남은 시간이 이것밖에 없어요. 해낼 수밖에! (김윤주를 바라보며) 너는 즐거워? 모든 게? 연습이 너무 재밌고 그래?
김윤주 : 그러겠냐? (일동 폭소)
▶ 이번 공연에서 이것만은 남기자 하는 목표가 있는지 궁금합니다.김윤주 : 새로운 앨범을 다 들려드릴 거고 사랑받았던 곡을 다 들려 드리려고 해요. 이 공연을 보고 어떤 게 사람들 마음에 남았으면 좋을까 하는 얘기를 되게 많이 하고 있어요. 그냥 음악을 제일 잘하는 게 요즘의 최선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다른 거는 뭐, 어떻게 하면 웃길 수 있을까 막 이런 것도 중요하지만요. 그거를 잘 못하면 공연이 너무 찝찝하게 끝나는 느낌이거든요. 웃음을 준비하거나 이러진 않는데 인제 순간적인 웃음이 터졌을 때 그 농도가 약하다면 그 공연은 약간은 망한 거 아니야 이런 생각이 드는데 (일동 웃음) 이번엔 그런 욕심을 좀 내려놓고 음악에 집중을 좀 더 하자는 생각이죠. 음악이 잘 전달되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뻔하지만.
박세진 : 관객 반응이 되게 중요하죠. 윤주 같은 경우는 웃음에 대한 목표 기준이 좀 있는 편이고요.
김윤주 : 저는 공연할 때 사람들 아이컨택(눈맞춤)하는 거 되게 좋아하거든요. 행사 같은 경우에 '얘네 뭐야?' 하는 약간 심드렁한 표정이 있다면 '저 사람을 웃게 하고 나는 끝낼 거야' 하는 목표가 있어요. 그래서 그 사람이 웃었다 그러면 그날 공연은 잘한 거예요. 그게 말이 됐건 음악이 됐건 뭐든 간에 그 사람이 이전보다 (우리에 대한 반응이) 나아졌구나 하는 걸 느끼면 만족하게 되는 게 있어서요. 이번 공연 때도 다 쳐다봐야죠. 웃고 있는지. (웃음)
옥상달빛은 4월 6~7일 서울 용산구 노들섬 라이브하우스에서 단독 공연 '40'을 연다.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