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통신비 정책 '모순'…"4이통사·지원금·알뜰폰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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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비 정책 3종 세트 내놨지만
정책끼리 '상충'…부작용 생길 가능성
전문가들 "정책 '교통 정리' 필요"

이종호 과기부장관. 과기정통부 제공이종호 과기부장관. 과기정통부 제공
윤석열 정부가 '가계통신비 부담 완화'를 목표로 연이어 내놓는 정책들이 서로 상충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통신비 부담을 낮추기 위해 육성하고 있던 알뜰폰 산업은 최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제4 이동통신사 출범, 이동통신 3사의 각종 지원금 확대 등으로 경쟁력이 크게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통3사의 지원금도 정부의 지속적 요청에 대한 화답일 뿐 확대 정책이 언제까지 효력이 있을 지 알 수 없어 통신 시장만 더욱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통신비 정책 3종 세트, 지원금 압박·중간요금제·제4이통사 출범

현 정부의 '가계통신비 부담 완화' 목표는 1월부터 가속 페달을 밟았다. 정부가 '민생 토론회'를 열고 단통법(이동통신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을 폐지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다. 단통법 개선이나 폐지에 대한 목소리는 높았지만 제대로 추진된 적이 없어 시장에선 환영의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국회 입법 사항'이기 때문에 다음 달 총선 결과에 따라 흐지부지 될 수 있다는 비판이 있었다. 정부도 이를 인식, 단통법 폐지 효과를 내기 위해 이통3사가 지원금 경쟁을 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먼저 이통3사를 불러 공시지원금 인하를 요청했다. 이통3사가 공시지원금을 올리자, 정부는 더 나아가 시행령을 바꿔 전환지원금 경쟁도 도입했다. 전환지원금은 기존 번호 그대로 통신사만 변경하는 번호 이동 고객에게 기존 공시지원금과 별도로 최대 50만원의 휴대전화 구매 보조금을 더 줄 수 있게 한 제도다. 통신3사는 전산시스템 개발 미비로 지원금 지급을 미루다 '울며 겨자먹기'로 10만원대 전환지원금을 주기로 했다. 정부는 지원금이 너무 적다며 일주일 새 5번이나 지원금을 올리라고 요청했고, 결국 전환지원금도 30만원대까지 상향됐다.

KT를 시작으로 SKT와 LGU+까지 중간요금제도 내놓기 시작했다. 최저 구간을 3만원대로 낮추고 소량 구간 요금제를 세분화했다.  시장에선 가성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정부는 성과가 있었다며 정책 추진 현황과 향후 계획까지 브리핑했다. 이종호 과기부장관 직접 신설 중저가 요금제 가입 인원이 620만명을 돌파했고, 이같은 속도로 가입자가 증가하면 연간 최대 5300억원의 통신비가 경감된다는 '추정치'도 발표했다.

윤 정부의 통신비 정책 '정점'은 제4이통사 출범이다. 2019년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을 통해 '등록제'로 기간통신사업자 신규 진입 제도를 개편한 이래, 올해 처음으로 제4이통사 출범을 현실화했다. 문제는 제4이통사로 선정된 스테이지엑스의 '자금 조달 계획'이 현실성 있는지다. 자금 조달 계획의 현실성은 지금껏 제4이통사가 탈락했던 주요 원인이다. 특히 정부가 제4이통사에게 기대하는 것은 통신 3사의 과점 구조 해소다. 스테이지엑스도 곧 재무 구조를 공개하고 파격적인 요금제를 내놓겠다고 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 발표는 없다.

    

"내놓은 정책끼리 충돌 中"…하나 둘 나타나는 부작용

문제는 정부가 내놓은 정책들끼리 충돌하면서 생기는 부작용이다. 최근 5년 이동전화 번호이동자 수 현황(자사 번호 이동 미포함)에 따르면, 알뜰폰 번호이동자수는 해마다 늘었다. 특히 지난해는 90만건 가량 증가하는 등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올해 1월까지도 추세가 비슷하게 이어졌지만, 2월에는 증가세가 꺾였다. (1월 12만332건, 2월 10만8908건) 당장 알뜰폰 업계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는 지난 8일 방송통신위원회에 고시안에 대한 반대 의견서를 전달했다. 그동안 저렴한 요금을 찾아 알뜰폰을 선택했던 이용자들이 갈아타기를 유도하는 제도를 기회로 다시 통신 3사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협회는 의견서에서 "과도한 번호이동 지원금으로 인해 알뜰폰 이용자의 이탈이 가속화돼 활성화를 기대했던 알뜰폰 사업자는 날벼락을 맞을 상황"이라면서 "알뜰폰 사업자의 충격을 완화하면서 통신사업자와 상생할 수 있는 제도 정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알뜰폰 파이를 늘리기 원하는 이통사가 보조금이나 멤버십 혜택 등을 줬고, 알뜰폰 사업자들은 이를 통해 요금제 등 파격 요금제로 번호이동을 유도해왔다"면서 "하지만 정부가 계속해서 이통사에 지원금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알뜰폰에 보조금을 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내 핸드셋 회선 점유율.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제공국내 핸드셋 회선 점유율.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제공
이통3사에 대한 정책과 제4이통사·알뜰폰 정책 관련 정부가 '교통 정리'를 해야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김주호 참여연대 민생경제팀장은 "전환지원금 확대라는 정책은 윤석열 정부가 그동안 해왔던 통신 정책과 모순된다"면서 "현 정부는 제4이통사를 키워서 경쟁을 활성화 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이통 3사에게는 전환지원금을 확대하라고 하는 건 이통 3사의 과점을 늘려주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정책끼리 충돌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방송정보통신 수석전문위원도 "제한 없는 지원금 지급으로 이용자들이 기존 이통사나 이통사의 알뜰폰으로 쏠림 현상이 가속화되면 더 많은 지원금과 더 저렴한 요금제로 경쟁해야 하는 후발 사업자인 제4이통사는 고사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안 수석전문위원은 또 "제4이통사가 생존을 위해 저가형 요금제를 경쟁적으로 출시하게 되면 기존의 알뜰폰 가입자 이탈이 일어나 알뜰폰 활성화 정책과 충돌이 발생하고, 역으로 알뜰폰 활성화를 위해 도매 대가 등 지원 정책을 강화하면 제4이통사가 가입자를 확보하는데 어려움이 발생하는 또 다른 정책 충돌 문제가 발생한다"고도 덧붙였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통신산업 내에서는 생태계 구조가 형성되어 있고 서로 연관돼 있기 때문에 정책을 만들 때 다른 정책에 영향을 미칠 것을 미리 분석해야 한다"면서 "그런데 지금은 정책을 내놓고 시장에서 매우 빠르고 구체적이게 효과를 내려고 하다보니 장기적으로 봤을 때 부작용이 있을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봤다. 신 교수는 "각 정책의 목표가 제대로 단일화 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 부분을 점검하고, 관계성이 어떤 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면서 "정책 당국에서 목표들을 통합 관리할 수 있는 검토를 해야 할 상황"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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