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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거 앨런 포, 애거사 크리스티 추리소설의 '철학 사유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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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추리소설로 철학하기

나비클럽 제공 나비클럽 제공 
철학자이면서 추리소설가, 추리소설 평론가로 활동해온 저자가 20년 넘게 쓴 평론을 한데 묶은 책이다. 에드거 앨런 포에 의해 시작된 추리소설이 현시점에 이르기까지 어떤 방식으로 대중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면서 작가의 철학적 사유를 텍스트에 담아왔는지 발견할 수 있다.

추리소설의 고전이라 불리는 에드거 앨런 포와 애거사 크리스티, 레이먼드 챈들러, 움베르토 에코, 폴 오스터, 히가시노 게이고 등의 외국 추리소설가부터 류성희, 서미애, 황세연, 정유정 작가에 이르기까지 한국 추리소설가 작품으로 철학적 접근을 감행한 독특한 책이다.

걸출한 추리소설 작가들의 작품에서 니체, 칸트, 자크 라캉 등 위대한 현대 사상가들의 철학적 사유를 길어 올린다. 한때 '하위장르' '잡문학'이라고 취급받았던 추리소설이 어떻게 철학을 사유할 수 있는지 파헤친다.

저자는 차이와 생성의 철학으로 유명한 철학자 질 들뢰즈의 저서 '차이와 반복'에서 "철학은 부분적으로 추리소설적이어야 한다"는 문구를 발견하고 충격과 흥분에 빠진다.

정신분석학으로 사상계의 지축을 흔든 자크 라캉은 기표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에드거 앨런 포의 추리소설 '도난당한 편지'를 텍스트로 삼았다.

'장미의 이름'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소설가이자 기호학자 움베르토 에코는 이탈리아 문학이 가장 철학적이고 형이상학적인 본성을 갖는 추리소설의 플롯을 외면함으로써 형편없이 망가졌다고 주장했다.

세계적인 문학 이론가이자 페미니즘 사상가인 줄리아 크리스테바는 '21세기는 추리소설의 시대'라는 진단을 에코와 공유하고 '비잔틴 살인사건'이라는 철학적 추리소설을 쓰기도 했다.

저자는 이처럼 위대한 철학자들이 추리소설 텍스트를 분석한 이유를 풀고자 했다. 그는 사유와 추리소설 모두에 극단(極端)이 있기 때문이라고 봤다. 사유는 극단적 사색으로 점철되어 있기에 가장 근원적이고 원초적인 것을 다룬다. 추리소설은 인간의 극단적 행위인 살인사건을 다루기에 '사유와 추리소설은 공히 위반의 문제'라는 줄리아 크리스테바의 생각에 동의한다.

책은 서양 철학이 '신은 죽었다'는 니체 선언 이전과 이후로 나뉘고 기존의 이데올로기 질서가 무너지며 새로운 철학이 태동하는 배경 속에서 탄생한 추리소설의 기원을 탐색하면서 추리소설이 차지해야 할 위치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백휴 지음 | 나비클럽 | 4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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