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도입 예정이었던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를 공식화한 가운데 증권거래세는 예정대로 인하하기로 했다. 연합뉴스정부가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와 증권거래세 인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혜택 확대를 발표했다.
지난해말 주식양도세 대주주 기준 완화를 시작으로 올해 다주택자 중과세 완화, 분담금 제도 재검토 등으로 이어지고 있는 감세정책의 일환이다.
잘못된 제도를 손봄으로써 국민의 세금 부담은 줄이고 시장도 활성화하겠다는 취지이지만, 실현 가능성과 실효성 및 세수 부족에 대한 우려 또한 만만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공식화…증권거래세 인하하고 ISA 혜택도 높여
연합뉴스정부는 17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금융분야 '국민과 함께 하는 민생토론회'를 진행했다.
발표 내용에는 그간 언급해왔던 금투세 폐지 공식화와 함께 증권거래세 인하, ISA 한도 상향 등이 담겼다.
금투세는 주식이나 채권, 펀드, 파생상품 등 금융에 대한 투자를 통해 주식은 5천만 원, 다른 상품은 250만 원 이상의 소득을 거둘 경우 해당 소득의 20%, 3억 원이 넘어가는 소득에 대해서는 25%를 과세하는 제도다.
증권거래세는 이미 기존 0.23%에서 지난해에 0.20%, 올해부터는 0.18%로 하향 조정되고 있었는데, 내년에는 0.15%로 더 낮추기로 했다.
이같은 움직임은 모두 금융투자에 대한 부담을 줄여 금융시장을 활성화하자는 것이 취지다.
예금과 펀드, 주가연계증권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하나의 계좌에서 운영하면서 배당과 이자 소득에 대한 비과세 혜택까지 누릴 수 있는 ISA에 대해서 납입 한도와 배당·이자 소득 비과세 한도를 높이는 조치를 취한 것도 같은 흐름의 연속선상에 있다.
ISA의 납입 한도는 기존에 연간 2천만 원, 총 1억 원이었는데 이를 연간 4천만 원, 총 2억 원으로 2배 높이기로 했다.
비과세 한도도 기본 200만 원, 서민·농어민용 400만 원에서 기본 500만 원, 서민·농어민용 1천만 원으로 2.5배 상향하기로 했다.
특히 그동안 ISA 가입 대상에서 배제돼 있던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 이른바 '큰 손' 투자자에 대해서도 비과세 혜택은 없지만 분리 과세 혜택은 누릴 수 있는 '국내투자형 ISA'를 신설해 가입을 허용하는 내용도 이번 발표에 담겼다.
윤 대통령은 "증권시장은 국민과 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상생의 장"이라며 "국가와 사회가 계층의 고착화를 막고 사회의 역동성을 끌어올리려면 금융투자 분야가 활성화돼야 한다"고 이들 정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증권거래세 인하의 조건이던 금투세 도입…여대야소에 희박한 법률 개정 가능성
금융 분야 활성화라는 명분과 기조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정책들이 실현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조세 제도 개편과 관련한 사항은 상당수가 법 개정 사안인데 국회 상황이 여소야대이기 때문이다.
금투세의 경우 여야가 2022년 합의를 통해 시행을 2025년 1월로 2년 유예했다.
당시 정부·여당이 증권거래세 인하를 주장하자 야당이 금투세 도입을 전제 조건으로 이를 수용하면서 합의가 이뤄진 것이다.
금투세는 폐지하고 증권거래세 인하만 계속해서 추진하겠다는 것은 당시 합의를 공개적으로 파기하겠다는 것이어서 야당의 반대는 불 보듯 뻔하다.
이로 인해 오는 5월 임기가 종료되는 21대 국회 내에 처리가 어려운데, 총선에서 여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할 경우에는 다음 국회에서도 정책 추진을 장담할 수 없다.
연말연초 쏟아져 나오는 감세 정책들…총선 겨냥한 포퓰리즘 지적
박종민 기자이같은 상황임에도 정부는 지난해 연말부터 연이어 감세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주식양도소득세 대주주기준 완화를 시작으로 금투세 폐지, 다주택자 중과세 완화, 분담금 제도 원점 재검토 등이 이에 해당한다.
윤 대통령은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상속세도 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불합리한 세금제도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에는 적지 않은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최근 정부가 발표한 내용에 대해서는 실효성과 세수 감소에 대한 우려 또한 상당 부분 제기되고 있다.
주식양도세 대주주 기준 완화의 경우 영향을 받는 종목당 10억원 이상을 보유하면서 차익까지 거둔 투자자가 전체 개인 투자자의 0.05% 수준에 불과하다.
금투세도 대상자가 이른바 '슈퍼개미'로 불리는 전체 투자자의 상위 1% 수준인 15만명 정도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국내투자형 ISA 가입 대상, 다주택자 등도 모두 서민과는 거리가 먼 자산가 계층으로 분류된다.
기재부가 전면 재검토에 나설 예정인 법정부담금 중 주요 부담금은 대부분 국민이 아닌 금융기관이나 민간기업이 부담하고 있다.
때문에 연말연초에 이같은 정책들이 줄줄이 발표된 것에 대해 3개월도 채 남지 않은 총선을 겨냥한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미 역대급 세수 펑크인데…커지는 세수 감소 우려
박종민 기자세수부족에 대한 우려 또한 적지 않다.
부담금관리기본법에 따라 현행 91개인 부담금은 전체 납부액이 2022년 22조 4천억 원, 2023년 21조 8천억 원, 올해는 24조 6천억 원 수준으로 계획돼 있다.
기재부에 따르면 주식양도세와 관련해서는 2021년 귀속 상장주식 양도세 신고인원은 7045명이었으며, 양도세 총액은 2조1천억원이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의하면 금투세 도입과 증권거래세 인하로 인한 세수 감소 효과는 연평균 5천억원 가량이었는데, 금투세가 도입되지 않으면 감소 규모가 연 2조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
ISA 혜택 강화로 인한 세수 감소도 2천억원에서 3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정부는 각종 불합리한 제도 정비의 효과와, 부담 완화로 인한 거래활성화의 효과로 인해 세수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다만 이같은 기대효과는 다소 막연한 반면, 감소할 세수에 대해서는 상당부분 추계가 이뤄진 만큼 세수 감소를 피할 수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미 지난해 세수 결손 규모가 역대 최대인 60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상황에서 감세 정책이 더 늘어난다면 정부가 강조해 온 '건전재정' 기조마저 흔들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각종 감세 정책을 "총선을 앞둔 시점에 아무런 근거도 없이 개인투자자들의 지지를 얻기 위한 추상적이고 포퓰리즘적인 레토릭"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지난해 맹목적인 부자감세로 인해 역대급 세수펑크 사태를 자초한 윤석열 정부가 새해에도 계속해 부자감세 기조를 이어가면서 세수부족에 대한 국민의 불안은 더욱 커져가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