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3일 검찰개혁과 관련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한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며 추진 의지를 재확인한 가운데, 거듭되는 고강도 개혁 메시지를 받아든 검찰은 사실상 체념한 분위기 속에서 차분하게 개혁 조치를 기다리는 모습이다. 다만 지나친 속도나 제도의 허점에 대해선 우려하는 시각이 여전히 공존한다.
이 대통령은 이날 취임 한 달을 맞아 청와대 영빈관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권력기관 개혁과 관련해 "검찰 개혁, 또는 이를 포함한 사법 개혁은 매우 중요한 현실적 과제"라며 "동일한 주체가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가지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 때만 해도 국민의 반대 여론이 꽤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별로 많지 않은 것 같다"며 "개혁 필요성이 더 커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검찰 개혁의 완료 시점에 대해서는 "추석 전에 하자고 (더불어민주당) 대표 후보들이 얘기하는데, 제도 자체를 그때까지 얼개를 만드는 건 가능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이재명 대통령이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통령의 30일, 언론이 묻고 국민에게 답하다'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수사·기소의 분리 등 검찰 개혁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하면서 추석 전까지 얼개를 만들겠다는 '로드맵'도 제시한 셈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을 겨냥해 "기소를 위해 수사하는 나쁜 사례가 더 악화됐다", "일종의 자업자득"이라고 하는 등 직설적인 지적을 하기도 했다.
검찰 내부는 개혁은 기정사실인 만큼 이 대통령의 발언이 예상 밖을 벗어나지 않았다는 분위기다. 한 현직 검사는 "공약 사항이고 이미 여러 차례 메시지가 나오지 않았나"라며 "차분하게 조치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2020년 검경 수사권 조정이나, 2021년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추진 당시에 보여준 검사들의 집단 반발 상황과 현재는 다르다는 게 중론이다.
먹구름 낀 대검찰청. 연합뉴스
다만 구체적인 개혁 추진에 있어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시각은 여전히 밑바탕에 깔려 있다. 또 다른 현직 검사는 "수사, 기소가 분리되면 기소하는 기관은 보완수사를 요청할 수 있는지, 수사 기관에서 지연되는 사건들은 어떻게 해결하는지 구체적인 장치들은 보이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속도전' 역시 우려된다는 반응이다. 앞서 심우정 전 검찰총장은 지난 1일 사의를 밝히면서 "시한과 결론을 정해놓고 추진될 경우 예상하지 못한 많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검찰 개혁에 대한 작심 발언을 했다. 검찰 내부에선 심 전 총장이 중차대한 시기에 다소 무책임하게 떠난 게 아니냐는 일부 지적과 함께, 마지막 퇴임사는 충분히 공감된다는 시각이 나온다.
심우정 검찰총장이 2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퇴임식을 마친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검찰 조직은 어느 때보다 뒤숭숭한 상황이다. 이재명 정부 첫 검찰 인사 국면에서 심 전 총장을 포함해 이진동 대검찰청 차장검사, 신응석 서울남부지검장, 양석조 서울동부지검장, 변필건 법무부 기획조정실장 등 법무·검찰 고위 간부들도 연이어 사의를 표명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검찰 개혁이 대대적으로 추진될 것이란 전망 속에 고위 검사들의 이탈이 본격 시작된 모양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최근 출범한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에 대해선 "국민의 명령에 따라 내란을 완전히 종식하고 헌법 질서와 민주주의를 재건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해줄 것"이라며 간접적으로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