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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터뷰]'서울의 봄' 김원국 대표가 파헤칠 다음 현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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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서울의 봄' 제작사 하이브미디어코프 김원국 대표

영화 '서울의 봄' 제작사 하이브미디어코프 김원국 대표. 하이브미디어코프 제공영화 '서울의 봄' 제작사 하이브미디어코프 김원국 대표. 하이브미디어코프 제공※ 스포일러 주의
 
1979년 12월 12일 당시 보안사령관 전두환, 제9사단장 노태우 등 '하나회'(전두환, 정호용, 노태우 등 육사 11기생의 주도로 비밀리에 결성했던 군대 내 사조직)를 중심으로 한 신군부 세력은 군사 반란을 일으켰다.
 
이후 신군부 세력은 반란을 통해 군 내부 주도권을 장악, 1980년 5월 17일 비상계엄을 전국으로 확대했다. 그들은 비상계엄에 저항한 광주에 군대를 투입해 민주화 운동을 폭력으로 진압했고, '서울의 봄'(1979년 10월 26일부터 1980년 5월 17일 사이 벌어진 민주화 운동 시기)은 수많은 희생자를 남기며 종결됐다.
 
영화 '서울의 봄'(감독 김성수)은 민주주의를 향한 민중의 열망이 짓밟히며 현대사에 어둠을 몰고 온 1979년 12월 12일을 그려낸 첫 영화다. 제작사 하이브미디어코프의 김원국 대표는 이처럼 현대사의 중요한 사건이자 많은 것을 뒤바꾼 그날을 영화로 만들고자 하는 바람을 지니고 있었다. 자신만이 아닌, 모두가 알고 있고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의 바람은 어릴 적 경험한 그날의 진실을 향한 의문의 끈을 놓치지 않은 김성수 감독을 만나 '서울의 봄'으로 완성됐다. 그리고 이 비극의 역사 속 9시간에 전 세대를 아우르는 관객이 화답하며 '천만 영화' 타이틀까지 거머쥐었다.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하이브미디어코프 사옥에서 만난 김원국 대표는 이 모든 공을 연출자인 김성수 감독에게 돌렸다.

영화 '서울의 봄' 스틸컷.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영화 '서울의 봄' 스틸컷.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시나리오 작업만 6년 걸린 '서울의 봄' 완성한 일등 공신

 
이른바 살아 있는 권력들이 존재하고, 현재와 근접한 역사를 다루는 일은 다큐멘터리나 시사·보도 프로그램에서도 건드리기 쉬운 소재는 아니다. 더군다나 1979년 12월 12일 벌어진 역사적인 사실 사이 빈틈을 영화적인 상상력으로 메우며 역사와 영화적 재미까지 아우르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이에 시나리오 작업에만 거의 6년이 걸렸다.
 
김원국 대표는 "역사를 소재로 하는 영화는 항상 보편화하고 객관화하려는 게 있다. 계속 사실 확인을 하고 법률적인 검토도 받는 등 노력을 많이 했다"며 "일단 자료를 정말 많이 봤다. 그게 중요하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한쪽의 시각만 보지 않고 반대쪽 시각도 체크한다. 중립적 사건과 중립적 내용을 최대한 반영하려 하고, 한쪽의 시각에서 가미시킨 것 같은 내용은 배제하려 했다"며 "몇십 권의 책과 어마어마한 양의 기사와 육성 녹음 등을 다 조사하는 게 오래 걸렸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서울의 봄'은 '영화'라는 콘텐츠인 만큼 관객들을 141분 안에 완벽하게 몰입할 수 있게끔 영화적인 재미 즉,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는 구성 또한 중요했다. 김 대표는 "9시간 동안 벌어진 일을 2시간짜리 영화에 담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긴장감을 잘 유지할 수 있는 구성을 연구하는 작업을 오래 했다"고 말했다.
 
"마지막에 영화적으로 김성수 감독님이 각색해 주셨어요. 정말이지 '일등 공신'이라는 단어 이상으로 '서울의 봄' 탄생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분이에요. 감독님의 노력이 없었으면 세상에 못 나올 작품이었죠. 여기에 스태프, 배우들이 정말 이 작품을 위해 열심히 노력해 주셨기에 '서울의 봄'이란 좋은 작품이 나왔다고 생각해요."

영화 '서울의 봄' 스틸컷.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영화 '서울의 봄' 스틸컷.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감독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한 두 배우의 연기

 
'비트' '태양은 없다' 등 김성수 감독 영화의 팬이기도 했던 김 대표는 캐릭터에 대한 탁월한 연출력을 가진 김 감독이야말로 '서울의 봄'에 적역인 연출자라 생각했다. 더군다나 19살 무렵, 12월 12일 총성에 대한 기억과 그날 이후 갖게 된 의문을 놓치지 않았던 김 감독은 누구보다 12·12 군사 반란을 잘 아는 사람이었다. 연출을 맡기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제일 중요한 연출자를 정한 후 남은 과제는 감독의 그림을 완성해 줄 배우 캐스팅이었다. 그중에서도 영화의 중심이자 대척점에 놓인 보안사령관 전두광과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을 연기한 황정민과 정우성을 빼놓고는 '서울의 봄'을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영화 '서울의 봄' 화장실 신 비하인드 스틸컷(사진=이모개 촬영감독).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영화 '서울의 봄' 화장실 신 비하인드 스틸컷(사진=이모개 촬영감독).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김 대표는 "캐스팅은 감독님과 상의하면서 정했다. 감독님이 정민씨와는 '아수라' 때 작업했고, 우성씨와는 하도 작업을 많이 해서 누구보다도 두 배우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감독님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고 자신 있게 답했다.
 
"정민씨는 항상 느끼는 거지만, 제가 상상하는 이상의 것을 보여주세요. 그건 제작자로서 너무 행복한 일이거든요. 현장에서는 리더십도 너무 훌륭하고요. 우성씨는 많은 분이 아실 거예요. 평소 연기 외적인 삶과 행동이 이태신이라는 캐릭터와 너무 잘 맞았죠. 그래서 더 이태신 캐릭터에 동화되고 더 빠졌던 거 같아요. 진짜로 다들 우성씨 연기가 최고였다고 말해요."
 
김 대표는 극 중 하나회가 전두광 집에 모여 군사 반란을 논의하는 장면과 이태신 장군이 반란군과 진압군의 대치가 벌어진 세종로에서 바리케이드를 넘어 전두광에게 향하는 신, 그리고 모든 관객이 압도적인 장면이라 말하는 전두광의 화장실 신을 대표적인 장면으로 꼽았다. 김 대표는 "콘티까지 다 보긴 했지만, 정말 모든 장면과 많은 부분이 놀라웠다"고 이야기했다.

영화 '서울의 봄' 비하인드 스틸컷.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영화 '서울의 봄' 비하인드 스틸컷.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서울의 봄' 이후 주목하는 근현대사의 순간들

 
평소 근현대사에 대해 관심이 많았던 김 대표에게 '남산의 부장들'을 거쳐 '서울의 봄' 이후 'K 공작 계획'을 소재로 하는 영화를 제작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수순일지도 모른다. '서울의 봄' 속 반란군이 권력을 찬탈하는 과정에서 중요하게 작용한 게 바로 '정보'다. 통신망 장악 등 보안사령관으로서 지닌 정보 권력은 권력 찬탈과 이후 유지까지 큰 배경이 되어 준다.
 
실제로 전두환은 1980년 3월 'K 공작 계획'이라 불리는 언론 회유 공작을 거쳐 언론통폐합까지 주도했다. 김 대표는 "할리우드 영화 중에는 언론과 관련한 이야기가 꽤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많이 다루지 않았다"며 "언론 통폐합 관련된 그때 그 시대 이야기, 언론인들 이야기, 어쩔 수밖에 없었던 상황들을 알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하이브미디어코프는 다양한 근현대사의 중요한 순간들을 다룬 차기작을 다수 준비하고 있다.
 
김 대표는 "근현대사를 조사하다 보면 모든 게 유기적으로 얽혀 있다"며 "자료조사를 하면서 인상적인 것들을 하나씩 머릿속에 담아놓고 이후 영화나 드라마로 확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가슴에 품은 아이디어들은 K 공작 계획을 비롯해 김영삼 정부의 하나회 해체를 다룬 'YS 프로젝트'(가제), 올리버 스톤 감독의 'JFK' 스타일로 풀어낼 재일교포 2세 문세광 배후를 추적하는 '암살자들'(가제, 감독 허진호) 등으로 이어질 계획이다.

영화 '서울의 봄' 비하인드 스틸컷.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영화 '서울의 봄' 비하인드 스틸컷.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하이브미디어코프의 과제 '좋은 영화'

 
김원국 대표와 하이브미디어코프가 근현대사 영화의 길만 가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내부자들'(2015) '덕혜옹주'(2016) '곤지암'(2018) '바람 바람 바람'(2018)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2020) '해피 뉴 이어'(2021) 등 그간 하이브미디어코프가 선보인 영화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장르에 상관없이 관객들이 '보고 싶은 영화'를 만드는 게 궁극적인 목표다.
 
김 대표는 '좋은 영화'란 어떤 영화라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내용, 의미, 소재와 상관없이 만족하고 나온 영화"라고 정리했다.
 
"관객이 보고 난 후 보고 싶어했던 기대감과 동일한 만족감이 나오면 좋은 작품이라 생각해요. 그런 작품을 계속 만들면 관객들이 극장을 계속 찾아줄 거라 봐요. 물론 그러려면 좀 더 노력해야겠죠."(웃음)
 
영화 '서울의 봄' 비하인드 스틸컷.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영화 '서울의 봄' 비하인드 스틸컷.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그러기 위해 김 대표는 제작자로서 가장 중요한 건 "기본에 충실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좋은 시나리오가 있어야 좋은 연출자와 같이 작업할 수 있고, 좋은 연출자가 있어야 좋은 스태프와 좋은 배우가 함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시간 가는지도 모르게 정말 순식간에 읽히는 것, 그게 바로 긴장감이 좋다는 것이고 그런 시나리오가 좋은 시나리오"라고 부연했다.
 
'서울의 봄'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침체를 거듭하던 극장가와 영화계에 '좋은 영화'가 있다면 관객들은 다시 극장을 찾는다는 것을 증명했다. 김 대표가 말하는 좋은 시나리오, 좋은 연출자, 좋은 스태프와 좋은 배우가 모인 결과다.
 
하이브미디어코프를 설립해 좋은 영화를 좇아 달려온 지도 어느덧 10년이다. 그런 김 대표에게 10년이란 변곡점을 지나 하이브미디어코프가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길에 관해 물었다.
 
"전 되게 간단해요. 관객들의 만족도가 높은 작품을 만드는 게 가장 큰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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