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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터뷰]미션 임파서블 '이순신 3부작'에 두 제작자가 뛰어든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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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10년 프로젝트 '이순신 3부작'에 뛰어든 사람들 <하> 제작자 편 ①
'명량' '한산: 용의 출현' '노량: 죽음의 바다' 함께한 빅독 스튜디오 김주경 대표
'한산: 용의 출현' '노량: 죽음의 바다' 함께한 빅스톤 픽쳐스 이나라 프로듀서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 제작사인 빅독 스튜디오 김주경 대표(왼쪽)와 빅스톤픽처스 이나라 대표가 2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CBS노컷뉴스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 제작사인 빅독 스튜디오 김주경 대표(왼쪽)와 빅스톤픽처스 이나라 대표가 2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CBS노컷뉴스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스포일러 주의
 
"이제 '이순신: 노 왜 홈' 찍어서 최민식 박해일 김윤석 만나게 하자."
 
화제를 모은 어느 관객의 재치 있는 코멘트에서 볼 수 있듯이 '이순신 3부작'은 역사적인 한 인물을 두고 서로 다른 배우가 연기한 '최초'의 사례다. 노량해전이 스크린에 구현된 것도 '이순신 3부작'이 '최초'다. 그 최초의 시작은 바로 '명량'이다.
 
2014년 '명량'으로 시작해 '한산: 용의 출현'(2022, 이하 '한산')을 거쳐 '노량: 죽음의 바다'(2023, 이하 '노량')로 10년에 걸친 도전을 마무리했다. 김한민 감독은 '이순신 3부작'을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을 두고 "정말 천행(天幸·하늘이 내린 큰 행운)이었다"고 했다. 그리고 김 감독의 '천행'을 말할 때 빠져선 안 될 '두 사람'이 있다. 바로 빅독 스튜디오 김주경 대표와 빅스톤 빅쳐스 이나라 프로듀서다.
 
김 대표는 '명량'부터 '노량'까지 3부작을 관통하는 유일한 총괄 프로듀서로 활약하며 김 감독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 줬다. 관객의 입장에서 '명량'을 응원했던 이나라 프로듀서는 '한산'과 '노량'에서 포스트 프로듀서는 물론 각본에도 참여하며 작품의 시작과 끝을 책임졌다.
 
김주경 대표가 "멋진 경험"이었다고 표현한 '이순신 3부작'은 이나라 프로듀서에게는 "운명 같은" 무언가가 있었던 작업이었다. 왜 이들은 한국 영화사에서 전무후무한 도전에 뛰어들었을까.

영화 '명량' '한산: 용의 출현' '노량: 죽음의 바다' 속 이순신 장군.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영화 '명량' '한산: 용의 출현' '노량: 죽음의 바다' 속 이순신 장군.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명량', 무모한 도전의 시작

 
'이순신 3부작'이라는 대장정은 '노량: 죽음의 바다'로 마침표를 찍었다. 오랜 시간 이순신 장군과 임진왜란과 함께해 온 이들에게 10년 프로젝트의 종결은 어떻게 다가왔을까.
 
'명량'으로 시작해 '노량'까지 긴 시간을 관통해 온 김주경 대표는 '멋진 경험'이었다고 표현했다. 그 이유도 남달랐다. "겁나 힘들었다"는 것이다.
 
"이걸 처음 시작할 때를 생각해 보면, 확신을 두고 하는 게 아니라 되게 무모했어요. 수장은 김한민 감독이지만 난 살림하는 사람인데, 무모한 도전이 잘 될까 생각했어요." _김주경 대표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 제작사인 빅독 스튜디오 김주경 대표가 2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CBS노컷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황진환 기자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 제작사인 빅독 스튜디오 김주경 대표가 2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CBS노컷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황진환 기자'명량'의 시나리오는 분명 흥미로웠다. 문제는 스크린으로 '구현'하는 데 있었다. 대낮에 한 시간가량 펼쳐지는 해상 전투 신은 할리우드에서도 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단순히 포격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라 배와 배가 부딪치고, 백병전이 난무했다. 레퍼런스도, 인프라도, 노하우도, 예산도 부족한 상황이었다. 말 그대로 맨땅에 헤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김 대표는 그때를 설명하며 "아이디어를 만들어 갔지만,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었기에 예측할 수 있는 결괏값이 없어서 무모했던 것"이라고 했다.
 
영화 '명량' 프로덕션 스틸.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영화 '명량' 프로덕션 스틸.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명량' 당시 제작진은 바다 위에서 사용할 배 4척은 물론 짐벌(Gimbal, 하나의 축을 중심으로 물체가 회전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구조물)에 장착할 배 역시 4척을 제작했다. 배를 만드는 것조차 난관이었다. VFX(시각특수효과) 작업이 최대한 덜 들어갈 수 있도록 만들다 보니 높이만 12m에 달하게 됐다.
 
그때 김 대표는 과감하게 배 높이를 절반인 6m로 결정했다. 짐벌 위에서 12m 높이의 배가 움직일 경우 안전상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는 "한 번 해봤으면 레퍼런스가 있지만, 전혀 없어서 아무도 모르는 것이었다. 그래서 무모한 과정이었다고 한 것"이라며 "그러나 일이라는 게 작업하다 보면 집단지성이 작동한다. 그러면서 점점 진화했고, '명량'은 촬영하면서도 찍는 속도와 노하우가 변화했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여러 우여곡절 끝에 10년의 대장정이 끝나고 나니 '아, 진짜 멋진 작업을 했구나' 싶다"며 "영화인으로서 앞으로 얼마나 더 영화를 만들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무모한 도전을 할 수 있으면 더 하고 싶다"고 했다.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 제작사인 빅스톤픽처스 이나라 대표가 2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CBS노컷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황진환 기자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 제작사인 빅스톤픽처스 이나라 대표가 2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CBS노컷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황진환 기자

운명 같이 만난 '이순신'…"김한민 감독이라면"

 
그렇다면 이들은 왜 '무모한 도전'이라는 걸 알면서도 '이순신 3부작'에 뛰어들었던 걸까. 김 대표는 "듣도 보도 못한 영화"였기에 무모하나마 시작할 수 있었다고 했다.
 
김 대표는 "관객들은 기술이든 장르든 스토리든 늘 새로운 걸 원한다"며 "'이순신 장군'이라는 인물은 굉장히 익숙하지만, '명량' 시나리오를 봤을 때 김한민 감독이 포커스를 맞춘 지점들이 드라마적으로나 이야기적으로 굉장히 굉장히 잘 잡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또한 '최종병기 활'(2011) 당시 김한민 감독이 보여준 실력에 대한 믿음도 있었다. 쉽게 영화화하기 힘든 시나리오였음에도 김 감독은 영화로 증명했다. 김 대표는 '최종병기 활'을 본 뒤 "그런 김한민 감독이기에 '명량'이라는 이런 멋진 기획을 또 한 번 완성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나 좋은 도전이고, 어떤 성취를 이뤄낼 수 있다고 봤다"고 회상했다.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이나라 프로듀서는 김한민 감독을 만나 '이순신 3부작' 프로젝트에 합류하게 된 것을 두고 "'운명' 같은 게 있었다"고 했다.
 
전라좌수영이 설치됐던 전라남도 여수 출신인 이 프로듀서는 어릴 때부터 이순신 장군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라왔다. 부모님 또한 관련 일을 했던 지라 어느 누구보다 이순신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듣고 또 잘 안다고 자부했다. 그렇기에 그런 자신이 김 감독을 만나 '한산'과 '노량'에 프로듀서이자 각본가로 참여한 건 '운명'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만난 김 감독은 '명량' '한산' '노량'이 제각각의 영화가 아닌 '한 편의 영화'처럼 만들길 고민했다. 그의 고민은 시나리오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직접 느낄 수 있었다.
 
"저랑 감독님의 글 작업 스타일이 굉장히 재밌어요. 제가 써서 메일로 드리면 감독님이 보시고 수정해서 보내는 방식이에요. 제가 보기엔 너무 좋은 신인데, 감독님은 계속 삭제해서 보내세요. 그런데 이유는 말씀해 주지 않거든요. 그러면 저는 빼는 이유가 있을 텐데 왜 빼는 건지 고민하죠. 그럼 처음으로 돌아가요. 전체적인 흐름을 보셨던 거죠." _이나라 프로듀서
 
이 프로듀서는 김 감독과 시나리오를 수정해 주고받는 과정에서 '명량' '한산' '노량' 세 개의 시나리오를 펼쳐두고 고민을 거듭했다. 그렇게 '명량'에서 시작해 '노량'으로 오기까지 '이순신 3부작'은 흔들림 없이 앞을 향해 나아갈 수 있었다. 그 결과 '노량'에서 이야기하는 '완전한 항복'이라는 임진왜란의 올바른 종결에 다다랐다.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 제작사인 빅독 스튜디오 김주경 대표(왼쪽)와 빅스톤픽처스 이나라 대표가 2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CBS노컷뉴스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 제작사인 빅독 스튜디오 김주경 대표(왼쪽)와 빅스톤픽처스 이나라 대표가 2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CBS노컷뉴스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역사와 영화 사이 '이순신 3부작'이 찾은 길

 
이나라 프로듀서는 영화 속 김한민 감독의 섬세함이 담긴 연출 의도에 관해서도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순신 3부작'은 '역사가 스포일러'라는 말처럼 대다수 국민이 잘 아는 이순신 장군과 임진왜란에 관한 이야기다. 더군다나 역사물은 숱한 고증 논란이 일기도 한다. 그런 만큼 제작진 역시 고증에 심혈을 기울이되 '영화'라는 창작물이 보여줄 수 있는 것들을 보여주기 위해 절충안을 찾아갔다.
 
그는 "고증의 경우 기본적인 전체 틀, 역사적인 맥락, 이야기적인 맥락에서의 고증은 따라간다. 그러나 그 안으로 들어갔을 때 과연 이것이 틀렸다고 해서 혹은 영화적 장치로서 비튼다고 해서 문제가 될지를 굉장히 많이 고민한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거북선과 판옥선의 속도는 실제보다 빠르게 설정했다. 또한 '한산'이나 '노량'에 등장하는 지도 속 지명은 한자가 아닌 '한글'로 적혀 있다. 왜군 측 지도에는 때때로 맞춤법 등이 틀린 채 표기된 경우도 있다. 이는 연출자의 의도가 담긴 부분이다.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이 프로듀서는 "감독님이 생각했을 때는 지도는 이순신 장군만 보는 게 아니라 다양한 계급의 사람들이 봐야 하기에 한글이 적힌 지도를 만들기로 했다. 실제로는 한글 지도는 없다"며 "또 왜군 역시 전국 시대를 겪은 터라 대부분 글을 모를 텐데 정확한 한문을 썼을까 한 거다. 틀려도 매력적으로 보일 거라 생각해 과감하게 선택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이러한 선택이 가능했던 건 이순신 장군에 대한 깊은 애정을 바탕으로 한 김 감독의 진심이 있었다는 게 김주경 대표의 말이다. 그는 "10년 동안 같이하면서 본 김 감독은 정말 이순신 장군 그리고 그 시대와 백성에 대한 관심과 애정, 진심이 있는 사람"이라며 "전문가들도 이순신 장군에 대한 태도나 지식에 있어서 김 감독을 인정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김 감독은 지나간 역사를 과거의 지식으로 바라보는 게 아니라 생생하게 바라보는 능력이 있고, 현재와 연결하는 데 익숙한 사람"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김 감독이 영화적 기획이란 측면에서 이순신 장군을 선택한 지점도 있지만, 정말 진심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10년 프로젝트 '이순신 3부작'에 뛰어든 사람들 <하> 제작자 편 ②]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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