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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터뷰]심재명 대표가 '싱글 인 서울'로 보여준 로맨스 성장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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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영화 '싱글 인 서울' 제작사 명필름 심재명 대표 <하>
명필름의 로맨스는 시대에 발맞춰 변화한다

영화 '싱글 인 서울' 제작사 명필름 심재명 대표. 박종민 기자영화 '싱글 인 서울' 제작사 명필름 심재명 대표. 박종민 기자※ 스포일러 주의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첫사랑이었다."
 
그 시절 관객들의 마음을 흔들며 지금까지도 회자하는 카피와 함께 모두의 첫사랑 수지(서연 역)를 탄생시킨, 첫사랑을 다룬 로맨스 영화의 대표 격으로 자리잡은 '건축학개론'. 그 후 11년 만에 다시 한번 로맨스 영화 '싱글 인 서울'로 돌아온 명필름은 여전하고 또 새롭다.
 
혼자가 좋은 파워 인플루언서 영호(이동욱)와 혼자는 싫은 출판사 편집장 현진(임수정)이 싱글 라이프에 관한 책을 만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싱글 인 서울'은 '건축학개론' 이후 흐른 세월만큼 달라진 시대상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반영했다.
 
누구나 자신의 인생과 기억 속에는 자기 자신이 주인공이기 마련이다. 그런 자신의 첫사랑에 대한 기억은 '나'를 중심으로 재생된다. 때때로 첫사랑의 기억은 왜곡되기도 한다. 그 속에서 첫사랑의 대상은 설렘과 동시에 생채기도 낸다. '싱글 인 서울'은 영호의 왜곡된 첫사랑의 기억에 대한 교정·교열 과정을 거친다. 마치 출판처럼 말이다. 그러고 나서야 비로소 새로운 사랑이 시작된다.
 
그렇게 '싱글 인 서울'은 조금 더 성숙해진, '혼자'인 사람들의 사랑과 새 사랑의 시작 그리고 혼자여도 괜찮고, 혼자라서 괜찮은 사람들까지 끌어안았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심재명 대표로부터 '싱글 인 서울'이 보여주고자 한 사랑은 무엇이었는지에 관해 좀 더 이야기를 들어봤다.

영화 '싱글 인 서울'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영화 '싱글 인 서울'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한 뼘 더 성숙해진 사랑 '싱글 인 서울'

 
▷ '건축학개론'이 남자 주인공 승민을 중심으로 남성들의 로망과 같은 첫사랑에 관해 이야기했다면, '싱글 인 서울'은 영호가 가진 첫사랑에 대한 기억의 왜곡을 짚고, 첫사랑의 대상인 주옥(이솜)의 기억도 보여준다. 또 사랑도 좋고, 혼자여도 괜찮다는 것을 동시에 보여준다. '건축학개론'보다 조금 더 어른스러워진 모습과 더불어 변화한 사회상, 연애관 등을 담아냈다.
 
두 남녀 주인공의 로맨틱한 관계나 감정이 너무나 담담한 것 아니냐는 반응도 있었다. '싱글 인 서울'은 서서히 감정이 물들여지면서도 결국은 혼자의 삶도 존중하고, 다시 한번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영화이길 바랐다. 과거 장면에서 홍 작가가 등장하는 지점이 이 영화의 독특한 면이자 개성이다. 난 로맨스 영화가 한편으로는 성장 영화란 생각도 든다. 기억이란 모두 주관적이다. 기억의 오류를 다시 한번 확인하면서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고, 한 뼘 성장할 수 있는 이야기란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영화에서 소설 '상실의 시대', 만화 '20세기 소년' 등이 엇갈리면서 서로 다른 기억이 퍼즐처럼 맞춰진다. 영호가 서툴렀던 자신의 과거를 방어기제처럼 왜곡하고 있는데, 이를 조금 더 성숙한 홍 작가가 일깨워주고 떠난다. 그런 면이 다른 로맨스 영화와 다른 지점이라 생각한다.

영화 '싱글 인 서울'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영화 '싱글 인 서울'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그러한 점이 현시대를 반영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로맨스 영화는 어떻게 사회를 반영하며 변화해 가야 한다고 보는지 이야기를 듣고 싶다.
 
로맨스 영화가 오히려 그 시대 풍속이나 트렌드, 사회상을 잘 반영하고 있다고 본다. 우리가 만든 '접속'에서 삐삐, PC통신, 폴라로이드 카메라 등으로 녹아 있는 문화 코드에서 1990년대 후반을 확인할 수 있다. '건축학개론'은 납뜩이(조정석)의 의상이나 무스, 서연(수지)이 메고 다닌 백팩 등이 1990년대를 이야기하기도 한다. 김동률의 음악도 마찬가지다. '싱글 인 서울'에는 인스타그램이라든가 영호의 싱글 라이프, 일타 강사라는 직업의 디테일 등이 또 현재를 반영하는 거 같다.
 
시사회 때 몇몇 젊은 작가분들을 초대했는데, 그분들은 좀 더 디테일하게 영화를 보시더라. 영화를 보면 영호가 자신의 부끄러운 과거를 숨겨놓은 책장을 열어젖혔을 때 많은 책과 소설 원고가 보이는 장면이 있다. 한 작가분이 20대 때 문학을 하고 싶고 소설가를 꿈꿨던, 열망에 찬 자신의 청춘을 확인하는 거 같아서 그 장면이 뭉클했다고 말씀하셨다.

영화 '싱글 인 서울'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영화 '싱글 인 서울'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그 장면은 나도 인상 깊게 봤다. 겉으로는 '혼자'라서 좋다며 아무렇지 않은 척하지만 사실 영호는 마음속에 수많은 사랑의 상처를 품고, 그걸 들키지 않으려 하는 인물이다.
 
미술감독님이 미술 콘셉트를 구상하면서 영호는 깔끔하고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만큼 영호의 부끄러운 과거나 기억하고 싶지 않고, 왜곡하고 싶은 기억을 책장 안에 숨겨 놓는다는 콘셉트로 잡았다. 겉은 미니멀하고 깨끗한데 책장 문을 열었을 때 자신의 과거와 마주하는 것, 그 미술 콘셉트도 인상적이었다.

영화 '싱글 인 서울'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영화 '싱글 인 서울'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싱글 인 서울'은 따뜻하다"

 
▷ 변화하는 시대를 반영해 로맨스 영화도 새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맨스 영화가 변하지 않고 가져가야 할 어떠한 지점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사랑의 감정 아닐까. 누군가를 좋아하고, 꿈꾸고, 애틋하고, 혼란스러워하는 그런 사랑의 근본적인 감정은 모든 로맨스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지점인 것 같다.
 
▷ 혹시 '싱글 인 서울'을 제작하며 설레고 재밌었던 순간이 있었을까?
 
이 나이 되어서…. (웃음) 이상이 배우가 악동뮤지션의 '오랜 날 오랜 밤'을 부르는 장면은 원래 시나리오에 없던 장면이다. 감독님이 이상이 배우를 만나고 연출하면서 이상이 배우가 노래를 잘한다는 걸 알게 된 거다. 나도 이상이 배우 캐스팅할 때 감독님에게 유튜브에서 우연히 보게 된 비의 '레이니즘' 커버를 추천했었다. 어떻게 이렇게 춤도 잘 추나 했다. 나도 이상이 배우가 '오랜 날 오랜 밤' 부르는 현장에 있었는데, 노래를 너무 잘해서 깜짝 놀랐다. 그리고 이게 MSG워너비 하기 전에 촬영한 거다. (웃음)

영화 '싱글 인 서울' 제작사 명필름 심재명 대표. 박종민 기자영화 '싱글 인 서울' 제작사 명필름 심재명 대표. 박종민 기자
▷ 이번에 '싱글 인 서울'을 제작하며 가장 고심했던 지점 내지 가장 많은 질문을 남긴 지점이 있다면 무엇일까? 그리고 제작을 마치고 세상에 내놓은 후 느낀 제작자로서의 보람에 관해서도 듣고 싶다.
 
사실 이런 중간급 규모의 소소한 이야기들이 만들어지고 투자받고 또 흥행하는 게 쉽지 않다. 운 좋게도 우리가 저 배우들을 만날 수 있었고, 롯데의 투자를 받았는데, 과연 요즘 관객들은 얼마나 좋아할지에 대한 궁금함과 질문, 걱정이 컸다. '싱글 인 서울'이 아주 즉발적인 웃음을 지녔거나 엣지 있는 소재나 주제는 아니다. 그러나 '싱글 인 서울'을 보고 따뜻하고 마음을 위로받고 또 로맨스물이면서도 우리의 현재를 되돌아볼 수 있게 한다는 반응들을 접할 때는 보람이 있다.
 
▷ 아직 '싱글 인 서울'을 보지 못한 관객들을 위해 영화를 한 줄로 홍보해 본다면?
 
"'싱글 인 서울'은 따뜻합니다." (웃음)
 
<에필로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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