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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교육' 외치는 尹정부 국방부의 '文정부 지우기'[안보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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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튼튼한 안보가 평화를 뒷받침합니다. 밤낮없이 우리의 일상을 지키는 이들의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치열한 현장(熱戰)의 이야기를 역사에 남기고(列傳) 보도하겠습니다.

■ 방송 : CBS 라디오 <정다운의 뉴스톡 530>
■ 채널 : 표준FM 98.1 (17:30~18:00)
■ 진행 : 정다운 앵커
■ 패널 : 김형준 기자


[앵커]
국방과 외교, 통일 이슈를 좀더 심층적으로 살펴보는 시간입니다. 김형준 기자, 안녕하세요. 안보열전 시간 또 찾아왔습니다.

이번 주에도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논란 때문에 나왔었는데, 이 이슈를 가지고 오늘 또 한 번 얘기를 해볼게요. 육군사관학교가 지금 결정한 내용이 뭔가요, 그래서?

[기자]
오늘 오후 육사가 입장을 냈는데,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충무관 안에 있는 박승환 참령 흉상까지 6기 모두 이전합니다.

홍범도 장군 흉상은 "육사의 정체성과 독립투사로서의 예우를 동시에 고려해 육사 외 독립운동 업적을 잘 드러낼 수 있는 적절한 장소로 이전한다"고 하는데 육사의 정체성이란 말이 결국 '적합하지 않다', 뭐 이런 얘기고요.

나머지 5기도 육사 교정 내 적절한 장소로 이전한다고 하니까 사실상 충무관에 있는 흉상이 다 빠지는 겁니다.

다만 국방부는 오늘 정례브리핑에서 그 자리에 맥아더 장군 동상을 놓는다, 이런 보도에 대해서는 검토한 바 없다고 답했고요, 백선엽 장군 동상에 대해서는 계속 검토하고 있다는 말만 반복했습니다.

[앵커]
근데 지금 여론의 반대가 심하거든요? 심상치 않은데 김 기자도 보신 게, 윤석열 정부의 국방부가 문재인 정부의 국방부를 지우려는 목적으로 이런 일을 벌이는 거 아니냐, 이런 얘기까지 나오고 있어요.

[기자]
이런 일이 지난해부터 계속 있었다는 데 주목해 보려고 합니다. 문재인 정부의 국방정책 기조를 지우려고 용어를 다시 예전으로 되돌린다, 이런 얘기죠.

[앵커]
정부가 바뀌면서 기조도 바뀌겠는데, 말을 다 그렇게 바꿔야만 하는 겁니까?

[기자]
그런 사례가 한두개가 아니예요, 사실은. 가장 유명한 사례가 이겁니다. 북한군과 북한 정권은 우리의 무엇이냐? 라는 얘기죠.

[앵커]
주적 개념?

[기자]
맞아요, 그거예요. 이 말은 1995년 국방백서에서 '주적'이라는 말로 처음 등장했다가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위협'이라는 말로 수위를 낮췄습니다. 그러다 2010년 천안함 피격 사건과 연평도 포격전 이후로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라고 썼고요. 그러니까 '주적'이란 말은 사실 사라진 지가 좀 됐죠.

박근혜 정부 시절, 2016년 국방백서에서 북한의 안보 위협을 언급하면서 "그 수행 주체인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문재인 정부 국방백서에선 다시 수위를 낮춰서 "우리 군은 대한민국의 주권, 국토, 국민, 재산을 위협하고 침해하는 세력을 우리의 적으로 간주한다"라고 포괄적으로 적었습니다.

윤석열 정부에서 발간된 2022년 국방백서에서 다시 '북한군은 적'이라고 명시됐는데요, 이렇습니다. "핵을 포기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군사적 위협을 가해오고 있기 때문에, 그 수행 주체인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다."

[앵커]
근데 문재인 정부 때는 왜 수위를 낮춘 거였죠?

[기자]
당시 남북과 북미정상회담으로 한창 대화 분위기가 무르익을 때였거든요. 백서는 정부 공식 문서입니다. 그러니까 수위를 낮출 필요가 있었죠.

또 비핵화 협상이 진행되면서 북한의 위협이 점차 완화되고, 그 대신 미래에는 중국이나 일본 등 다른 주변국의 위협이 더 문제가 될 것이라고 봤다고 합니다. 좀더 포괄적인 개념으로 바꾼 게 그래서고요.

[앵커]
대적관, 어떤 위협이 있고 왜 거기에 맞서야 하는지. 윤석열 정부에서 말하는 정신전력 강화, 이 기조와 연관이 되는 건가요?

[기자]
맞습니다. 다만 국방백서가 어떻게 나오든 정권을 누가 잡든 수십년 동안 우리 군은 항상 북한군을 적으로 상정하고 있습니다. 이건 진보와 보수를 떠나서 현실적으로 당연한 거고요.

북한의 위협은 우리 모두가 다 아는 사실입니다. 근데 그것보다, 누가 쳐들어오든 왜 우리가 나라를 지켜야 되는지, 그걸 되새기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비판이죠. 선진국은 실제로 이렇게 하거든요.

이 말이 정치적으로 이용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북한군이 우리의 적이든 주적이든, 그렇게 말 못하면 너는 빨갱이다, 하는 사상검증이 돼 버렸다는 얘기예요.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앞에 설치된 고 홍범도 장군 흉상 모습. 연합뉴스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앞에 설치된 고 홍범도 장군 흉상 모습. 연합뉴스
[앵커]
그런 차원에서 군 내에서 정신교육, 언론 대응, 홍보 하는 부서들 이름이 바뀌었다고요?

[기자]
원래 이 병과 이름은 '정훈'이었습니다. 문재인 정부 때 '공보정훈'으로 바뀌었다가 윤석열 정부에서 다시 '정훈'으로 돌아갑니다.

[앵커]
왜 이렇게 번거롭게 바꿨다 하는 거예요?

[기자]
'정훈'이란 말이 원래 '정치훈련'이란 말을 줄인 거예요. 이게 이념대립이 심했던 정부 수립 초기 국방부에 정훈국을 설치해서 장병 정신교육을 맡게 되면서 자리잡은 단어인데요. 문제는 '정치'라는 말이 있다 보니까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 중요한 커뮤니케이션보다 일종의 사상무장에 치우친 것 아니냐, 이런 지적이 있었어요.

문재인 정부에서 어떻게 했냐, 앞에 '공보'를 붙여서 대중과 소통한다, 이런 의미를 붙이고 또 '정'이라는 한자를 바꿨습니다. '정치'할 때 '정사 정'자를 쓰는데 '바를 정'자로 바꿨어요. '바르게 알린다'고 했는데 윤석열 정부에서 올해 다시 롤백시켜서 '정훈'으로 바꿨습니다. 한자도 '정사 정'으로 다시 바꾸고요.

육군 내부적으로는 이미 정훈이라고 부르고 있고 지금 국방부가 군인사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앵커]
'바를 정'에서 '정사 정'으로 바꾸는 건 무슨 이유입니까?

[기자]
표준국어대사전에 보면 '정훈'은 이렇게 돼 있습니다. "군인을 대상으로 한 교양, 이념 교육 및 군사 선전, 대외 보도 따위에 관한 일을 통틀어 이르는 말". 그러니까 이미 '공보'라는 의미가 포함되는 식으로 자리잡았으니 문제가 없고 정신교육 강화 측면에서 그렇게 한다는 얘기죠.

다만 문제제기가 있는데, 이런 식으로 논란 있는 단어가 계속 남으면 정부 성향이 바뀌면 그 때 또 바뀔 거다, 그럴 바에는 그냥 새로 병과 이름을 만들어서 쭉 가는 게 낫지 않느냐 이런 얘기고요.

또 현대전에서 공보와 홍보, 심리전 이런 게 사실 경계가 좀 모호해요. 지금 우크라이나 같은 경우에 현장 영상 같은 걸 군에서 적극적으로 공개해서 왜 우리가 러시아군과 싸우고 있는지 적극적으로 대내외에 알리는 여론전, 그리고 심리전까지 동시에 하고 있거든요.

요즘 주목받는 전쟁 수행 개념으로 인지전이라는 게 있습니다. cognitive warfare라고 하는데, "대상의 행동에 행위자의 의도를 반영시켜서 변화를 유도해 원하는 대로 전쟁을 이끄는 방식", 이런 걸 뜻하는데 정훈이라는 옛날 명칭에 이런 것까지 담을 수 있느냐, 그런 문제제기도 있고요.

그리고 정신전력을 강화한다 백날 얘기를 한들 사실 현장에선 교육 내용이 그전이나 지금이나 계속 똑같고, 중요하다면서 예산은 더 안 나오고, 여건은 악화되고, 소모적인 논쟁에만 이용된다, 이런 지적도 나옵니다.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을 지냈던, 커뮤니케이션 앱 '마편'을 운영하는 엄효식 대표입니다.
"정신전력 교육이 됐건 뭐가 됐건 이게 실제 군인들의 삶, 군인들의 생활 속에서 변화가 있어야 되잖아요. 본질적인 임무, 본질적인 방향으로의 제반 것들이 같이 움직여야 하는데 말과 실질이 따로 노는 것 같은 이런 것들은 매우 아쉬운 점입니다."

[앵커]
이념 이런 걸 중시하는 윤석열 정부에서도 실질적으로 뭐가 바뀐 게 없는 것까지 느껴지는데요. 자세한 얘기는 본방송 이후에 김형준 기자와 유튜브에서 조금 더 나눠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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