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대학수학능력시험 고사장 서울 경복고등학교에 학생을 태운 수송 오토바이가 고사창에 도착했다. 주보배 기자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일인 14일 수험생들은 가족과 후배들의 응원 속에 전국 85개 시험지구 1282개 시험장에서 '결전'을 치르고 있다.
이날 전국 곳곳에서는 수험표를 놓고 오거나 시험장을 착각해 위기에 처한 학생들도 잇따라 나왔다. 이런 학생들을 돕기 위한 경찰의 긴급 호송과 지원도 이어졌다.
52만 수험생 '결전의 날'…고사장 밖 간절한 응원
올해 수능은 '수능 한파' 없이 평년보다 따뜻한 날씨 속에 치러졌다. 서울 경복고 앞에서 만난 수험생 A(20)군은 "최선을 다해서 노력한 만큼 보상 받고 싶다"고 말했다. A군은 긴장된 표정으로 양손에 도시락 가방과 참고서를 들고 고사장으로 향했다.
5남매의 막내아들을 고사장으로 보낸 윤모(50)씨는 "자식이 많아 여러 번 수능을 경험했지만 떨리는 건 언제나 똑같다"며 "매번 수능 때마다 너무 추웠는데 오늘은 날씨가 포근해서 마음이 조금 평안하다"고 밝혔다. 윤씨는 "잘하고 와, 기도하고 있을게"라는 말과 함께 새벽부터 일어나 끓인 닭죽을 아들에게 쥐여줬다.
서울 여의도여자고등학교에서 시험을 보는 오연진(19)양은 "쌍둥이와 같이 수능을 보게 됐다"며 "둘이 다른 고사장을 배치 받았는데, 정시를 준비하는 제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아빠가 저를 운전해 데려다줬다"며 웃었다. 오양은 "찍은 거 다 맞을 거라는 아빠의 응원을 받고 날씨도 좋아 어제부터 떨리던 마음이 조금은 진정됐다"고 밝혔다.
학부모들은 수험생들이 입실한 후에도 한동안 정문 앞을 서성이며 발을 동동 굴렀다. 의대 정원 확대 소식에 대학 지원을 하향 조정했다는 수험생의 엄마 윤혜영씨는 "의대 증원으로 졸업생 응시자가 늘어나 딸이 많이 위축됐다"며 "딸의 모습이 대견하면서도 아쉬워 겨우 눈물을 참았다"고 말했다.
늦은 수험생 태워주고, 수험표 찾아주고…경찰, 187건 지원
수험생 입실 완료 시각인 8시 10분을 앞두고 전국 곳곳에서 긴박한 상황이 펼쳐지기도 했다. 경기 수원중부경찰서 장안문지구대는 오전 7시 35분, 경기남부보훈지청 앞에서 고사장 착각으로 지각 위기에 놓인 수험생을 순찰차에 태우고 1.7㎞를 달려 시험장에 무사히 데려다줬다.
서울 경복고등학교에선 오전 7시 40분쯤 오토바이에 수험생을 태우고 온 봉사자 박형구(64)씨가 "학생이 지하철역에서 급하다고 먼저 태워달라고 했다"면서, 또 다른 수험생을 태워야 한다며 급히 자리를 떠났다. 서울 여의도여자고등학교에서도 입실 완료 시각을 10여 분 남기고 각각 오전 7시 58분과 8시 6분쯤 수험생이 순찰차에서 내려 고사장으로 내달렸다.
'수험표를 집에 놓고 왔다'는 신고도 잇따랐다. 경기 의왕경찰서 내손지구대는 자녀가 수험표를 두고 나갔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수험표와 신분증을 건네받아 9.8㎞ 떨어진 과천 소재 시험장으로 가 학교 관계자에게 신속히 전달했다.
여의도여고 앞에서도 8시 12분쯤 수험표를 놓고 간 학생의 가족이 순찰차를 타고 나타나 수험표를 전달하기도 했다. 성재희(27)씨는 "동생이 봉투에 수험표를 넣어놨는데 봉투를 놓고 가서 갖다주러 왔다"며 "너무 늦을 것 같았는데 앞에 경찰이 있어서 부탁했더니 흔쾌히 도와줬다"고 말했다.
'여의도여자고등학교'를 찾은 한 아버지는 아들이 신분증을 놓고 갔다며 이를 학교 관계자에게 전달하고 자리를 떴다. 하지만 고사장이 잘못됐다는 것이 확인되자 경찰이 부랴부랴 '여의도고등학교'를 찾아 나서기도 했다. 시험 시작 본령이 울리기 7분 전인 8시 33분쯤 마지막 수험생이 택시에서 내려 고사장으로 전력 질주하는 모습도 보였다.
지각 위기 놓였던 수험생이 경찰의 도움으로 무사히 시험장에 입실했다. 경찰청 제공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수험생 호송 등 지원 요청은 총 187건에 달했다. 순찰차로 수험생을 호송한 사례가 154건으로 가장 많았고, 수험표 찾아주기 9건, 에스코트 3건 등이 있었다.
대부분의 112 신고는 '차가 막혀 제시간에 도착하지 못할 것 같다', '집에 수험표를 놓고 왔다' 등이다. 경찰은 수능 시험장 주변 교통 관리를 위해 교통경찰 2772명, 기동대 1417명, 지역경찰 2130명, 모범운전자 5024명을 포함한 인력 총 1만 1343명을 배치했다. 또 순찰차 2089대, 경찰 오토바이 349대, 행정차량 109대 등 차량 2547대를 투입했다.
경찰은 3교시 영어 듣기평가 시간대에 시험장 주변 소음 유발 차량을 원거리로 우회시키는 등 시험이 무사히 끝날 때까지 교통 관리도 실시했다. 시험 종료 후에는 다중인파 예상 지역에 교통경찰을 배치해 사고 예방 활동을 할 예정이다.
과호흡에 병원행… 부정행위 등 조기 퇴실도
시험 도중 수험생이 어지럼증을 호소해 병원으로 옮겨지거나 부정행위가 적발돼 조기 퇴실 되는 등 사건·사고도 잇따랐다.
인천소방본부에 따르면 오전 10시 20분쯤 인천 부평구 영선고등학교에서 수험생 B(19)군이 1교시 국어 영역 시험을 마친 후 쉬는 시간에 과호흡 증상을 호소한다는 119 신고가 접수됐다. B군은 119 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돼 안정을 취하며 수능을 치르고 있다.
인천 남동구 인천남고등학교에서도 수험생 C양이 낮 12시 26분쯤 과호흡 증상을 보인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C양은 현장에서 소방 당국의 응급 처치를 받고 상태가 호전돼 시험장에서 그대로 수능을 치르고 있다.
전북 무주에서도 오전 10시 23분쯤 수능을 치르던 D양이 두통과 어지럼증을 호소해 구급대에 의해 인근 의료기관으로 이송됐다. 전북 전주의 한 고사장에서는 수험생이 1교시 시험을 마친 후 과호흡 증상을 보여 결국 시험을 중도 포기하는 사례도 발생했다.
서울 서초구 반포고에서는 2교시 시작 전인 오전 10시 24분쯤 한 학생이 "부정행위가 적발돼 퇴실 조처됐다"며 시험장을 나왔다. 그는 "1교시 국어 시간에 책상 서랍에 사회탐구 노트를 넣어둔 게 걸렸다"며 "소지품을 제출하라는 안내 방송이 나왔는데도 까먹고 말았다"고 말했다.
전주시의 한 시험장에서 한 수험생이 1교시 시험 종료 후 답안지에 마킹을 하다가 적발돼, 부정행위로 간주해 곧바로 퇴실 조처됐다. 시험도 무효 처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