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장모 최은순씨가 이른바 '정대택 사건'과 관련해 법원에서 4가지 사항에 대해 위증했다며, 경찰이 당초 구속기소 의견을 올렸던 것으로 확인됐다.
최씨가 정씨를 고소하면서 첨부한 약정서 도장을 변조했고, 법정에서도 여러 사항에 대해 허위 증언해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는 게 경찰 판단이었다. 경찰은 최씨의 최측근인 김모씨에 대해서도 3가지 위증 혐의로 구속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검찰은 이런 구속기소 의견에 대해 불구속 수사를 하라고 지시한 뒤 약식기소로 끝내버렸다. 그러면서 정씨에 대해선 또다시 무고죄를 인지수사하고 정식 재판에 넘겼다.
경찰 "일반상식으로 판단해도 도장 삭제돼"
서울 송파경찰서는 최은순씨가 강요죄 재판에서 위증을 했다며 구속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로 넘겼다. 경찰은 "약정서 도장을 지우지 않았다"는 최씨의 법정 발언도 위증이라고 판단했다. 30일 CBS노컷뉴스 취재에 따르면, 최씨와 최측근인 김모씨의 위증 혐의를 수사한 서울 송파경찰서는 지난 2004년 11월 구속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동업자 정씨가 서울 송파구 오금동 스포츠센터 채권 매입 사업의 이익을 균등하게 나누는 약정서를 강요했다며 스스로 고소한 사건의 1심 재판 과정에서 두 사람이 위증을 했다는 혐의가 인정됐기 때문이다.
경찰은 "구속하지 않으면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의 필요성을 밝혔다. 그만큼 최씨 등의 혐의를 심각하게 봤다는 방증이다.
경찰은 검찰 판단과 달리 최씨가 약정서의 도장을 삭제했다고 봤다. 이는 나중에 나온 법원 감정 결과와도 일치하는 판단이다.
CBS노컷뉴스가 입수한 송파경찰서의 '수사결과 보고'를 보면, 경찰은 "고소장에 첨부된 약정서는 지우지 않고 그대로"라는 최씨의 2004년 7월 26일 법정 증언에 대해 "객관적 사실 및 주관적 사실에 반하는 증언"이라고 결론지었다.
입회인인 법무사 백윤복씨 도장과 간인이 삭제됐고, 최씨 도장도 희미하게 흔적만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경찰은 "일반 상식적으로 판단하더라도 원본과 사본이 다른 약정서로 보인다"고 규정했다.
최씨는 "(스포츠센터 채권 매입 사업) 계약서를 쓸 때 (정씨와) 같이 안 갔다"고 증언했는데, 이 역시 경찰 수사 결과로는 거짓이었다. 정씨는 함께 간 사실을 뒷받침하기 위해 계약서를 쓴 건물의 주차요금서를 제출했고, 참고인인 이모씨도 경찰에서 비슷한 진술을 했다.
정씨는 최씨가 본인과 동업관계가 아니라는 주장을 펴기 위해 이 같은 거짓 진술을 했다고 주장했다.
"약정서 내용을 읽어 보지 못하고 그냥 도장을 찍어줬다"는 말은 최측근인 김씨의 말로 탄핵됐다. 김씨는 본인도 이익배분에 참여한다는 내용을 가필하기 전에 최씨가 약정서를 보고 "우리 원장님(김씨)은 어떻게 되는 거냐"고 말했다고 진술했기 때문이다.
또 최씨는 채권 매입을 위한 경매가 진행되기 전날인 2003년 6월23일 강원도 속초에 있어 정씨를 만나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본인이 서울에서 쓴 카드 결제 내역이 나오자 말을 바꿨다.
경찰은 최씨가 "5차례에 걸쳐 고소인을 만난 적도 없다고 증언하다가 본건 피의자 신문시 서울에 있었고 저녁때 식사까지 한 사실을 인정했다"고 밝혔다.
최씨 최측근인 김씨에 대해선 약정서 도장이 변조되지 않았고, 최씨가 '비밀약정'에 나오는 전모씨와 함께 스포츠센터 건물 경매에 참여한 게 아니라고 하는 등 3가지 증언을 위증했다고 보고 구속기소가 필요하다고 했다.
['비밀약정'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기획보도① [단독]"최은순, 동업자 몫 뺏으려 비밀약정" 법정 증언]
검찰 불구속 지휘…끝내 약식기소로 마무리
검찰은 최은순씨에 대해 경찰에 보완수사를 지시해,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다시 송치받은 후 결국 벌금형에 그치는 약식기소를 했다.검찰은 2004년 11월 경찰의 의견에 대해 불구속 수사를 결정하고 보완수사를 지시했다. 사건을 지휘한 검사는 도장이 지워졌다고 했다가 돌연 도장이 보인다면서 정씨를 무고죄로 기소한 이모 검사다.
하지만 송파경찰서가 다시 올린 수사결과는 '구속기소'가 '불구속 기소'로 바뀌었을 뿐 혐의 내용은 처음과 같았다.
그럼에도 검찰은 이듬해인 2005년 4월 경찰의 수사결과를 뒤집고 최씨와 김씨에게 각각 하나씩의 혐의만을 인정해 약식기소했다.
최씨는 채권 경매 전날 서울이 아닌 속초에 있었다고 한 점이, 김씨는 최씨 아파트를 본인 소유라고 증언한 부분이 위증으로 인정됐다.
가장 핵심인 약정서 도장 변조에 대해선 어땠을까. 검찰은 정씨가 문서변조로 최씨를 고소했다가 무고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실을 근거로 '혐의가 없다'고 결정했다.
해당 무고 사건은 검사가 '약정서 도장이 지워졌다'고 하더니 갑작스럽게 '도장이 보이지 않느냐'고 입장을 바꾸면서 시작된 사건이다. [도장에 대한 검찰 수사에 대해선
기획보도③ [단독]판사 눈에만 보인 도장…법원 감정은 尹장모 진술 배격]
이에 검찰이 사실 관계를 따지지 않은 채, 본인들의 인지 수사로 기소한 사건을 기반으로 경찰 수사를 뭉개는 '순환 논리의 오류'에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 정씨를 무고로 인지 수사한 검사와 최씨 등을 약식 기소한 검사가 동일인물이란 점에서 더욱 그렇다.
검찰은 위증죄로 최씨에게 벌금 200만 원, 김씨에게 100만 원을 청구했다. 법원은 두 사람에게 청구 금액의 절반씩만 내도록 판결했다.
최씨 구속기소 의견은 뭉개고 또 "도장 보인다"는 검찰
최은순씨의 위증 혐의에 대해 약식기소한 김모 검사는 정씨의 무고 혐의를 인지했다면서 그를 다시 수사했다. 최씨 수사가 정씨 수사로 바뀐 두번째 사례다.최씨 위증 혐의를 약식기소로 끝낸 검찰은 정씨에 대해선 이번에도 무고 혐의로 기소했다. 사문서 위조 혐의로 최씨를 조사하다가 갑자기 정씨를 무고로 인지 수사한 것과 같은 패턴이다.
2005년 4월 작성된 범죄인지서에는 송파경찰서에서 약정서가 변조됐다고 인정한 사실을 정반대로 무고 혐의 근거로 삼았다. 최씨가 약정서를 변조해놓고 변조하지 않았다고 위증했다는 정씨의 고소 내용이 사실이 아니란 것이다.
이때도 김모 검사는 조사 과정에서 대검 문서 감정 결과 변조 문서가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고 말했지만, 대검은 최씨의 약정서 원본과 사본을 직접 비교·감정한 사실이 없다.
그러면서 최씨와 백씨의 도장 흔적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면서 정씨를 추궁했다. 앞서 최씨의 사문서 위조죄를 수사하다가 돌연 도장이 보인다고 입장을 바꾼 이모 검사 조사때와 판박이다.
현재 변호사로 일하고 있는 김 전 검사는 인지수사로 정씨를 기소한 사실에 대해 "솔직히 잘 기억이 안 난다"고 말했다. 관련 기록을 갖고 찾아가겠다고 하자 "조직(검찰)을 떠났기 때문에 기록을 다시 보는 것도 적절치 않은 것 같다"며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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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택씨가 최은순씨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면 검찰이 정씨를 무고죄로 기소한 게 어느덧 5번이나 된다.
이 가운데 최씨가 고소하지 않았는데도 검찰이 이를 인지해서 수사하고 재판에 넘긴 것도 3번이다. 정씨가 소송을 걸 때마다 무고죄 기소라는 '부메랑'이 돌아온 셈이다.
첫번째는 2003년 12월 최씨가 검찰에 제출한 약정서 도장이 지워진 사실을 알고, 정씨가 최씨를 사문서변조 혐의로 고소했을 때다.
[자세한 내용은
기획보도③ [단독]판사 눈에만 보인 도장…법원 감정은 尹장모 진술 배격]
이어 2년뒤 경찰이 최씨의 위증죄에 대해 수사해 구속기소 의견을 제시했을 때도 똑같은 일이 반복됐다.
마지막으로 검찰이 정씨를 무고 혐의로 인지수사한 것은 법무사 백윤복씨가 양심고백을 하고난 뒤인 2010년이다.
정씨는 백씨의 자술서에 대해 수사를 하지 않자 서울동부지검에 수차례 진정서를 넣었다.
그는 당시 동부지검 고위급 검사를 찾아 같은해 4월 면담을 했고, 이 자리에서 해당 검사가 최씨를 고소하라 해서 소송 사기와 무고로 최씨를 고소했다고 했다.
백윤복 법무사의 양심선언을 계기로 정대택씨는 최은순씨를 사기소송 등으로 고소했다. 하지만 검찰은 최씨를 불기소하고 정씨가 무고했다며 수사에 들어갔다. 법원에 구속영장까지 청구했지만, 영장 판사는 "백씨 진술의 신빙성을 과학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기각했다.하지만 이 사건을 맡은 신모 검사는 최씨 말을 근거로 정씨를 되레 무고 혐의로 수사하기 시작했다. 신 검사는 같은해 10월 구속영장 청구까지 했다.
하지만 영장 판사는 "백윤복 진술의 신빙성에 대해 과학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보인다"며 기각했다. 그럼에도 신 검사는 백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보고, 이번에도 정씨만 무고 혐의로 기소했다.
현재 공직에 있는 신 검사는 "두 사람이 이익을 반반씩 나누면서 중도금도 50억원씩 내기로 한 1차 약정을 맺었다"며 "최씨는 50억원을 현금으로 냈고 정씨는 담보대출을 받지 못했다"는 취지로 말했다.
정씨가 약속을 어겨 동업 관계가 깨졌고, 최씨가 정씨 몫의 중도금까지 마련하려는데 정씨가 이를 방해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1차 약정에 대해선 판결문이나 검찰 조서에서도 언급된 적이 없다. 거듭 확인 질문을 던지자 신 검사는 "10년이 넘은 사건이라 디테일한 부분에 대한 답변을 하긴 부적절하다"고 말을 아꼈다.
후속 취재 결과 최씨는 50억원이 아닌 90억원에 대해 대출을 받으려 했다. 최씨가 현금으로 50억원을 마련했다는 건 사실과 다르다. 또 신 검사 얘기와는 달리, 최씨는 동업 자체를 계속 부인해왔다.
검찰이 정씨를 무고죄로 기소한 때는 공교롭게도 정씨에게 유리한 상황이 될 수 있는 길목이었다. 사문서 변조 사건이나 경찰의 최씨 구속기소 의견 송치, 백씨의 양심고백 등 정씨가 판세를 뒤집을 수 있는 기회들은 검찰에 의해 번번이 좌절됐다.
정씨는 검찰의 연이은 무고 기소로 실형과 벌금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정씨에 대해 지난 5월말 또다시 무고혐의로 기소하면서 재판을 앞두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