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전 특별검사.검찰이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수사의 또 다른 축인 '50억 클럽' 의혹에 연루된 박영수 전 특별검사를 소환했다. 이 의혹과 관련해 2021년 11월과 지난해 1월 이후 세번째 소환이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엄희준 부장검사)는 이날 오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수재 등 혐의를 받고 있는 박 전 특검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 중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수사팀이 박 전 특검을 조사한 뒤 곧바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 전 특검은 우리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으로 재직하던 2014년 11월 대장동 민간업자들의 컨소시엄에 우리은행이 지분 투자자로 참여하도록 해주겠다며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200억원 상당의 땅과 상가건물 등을 약속받은 혐의를 받는다.
우리은행은 애초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가 있는 성남의뜰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최종 불참했고, 대신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에만 참여하겠다며 1500억원의 여신의향서를 제출했다.
검찰은 우리은행이 대장동 PF 대출을 약정하는 과정에서 박 전 특검의 입김이 작용했는지를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앞서 검찰은 박 전 특검 소환에 앞서 우리은행 전직 은행장 등을 비롯해 실무 관계자들을 연이어 소환해 조사했다.
지난 12일에는 최측근으로 알려진 양재식 변호사를 소환했다. 양 변호사는 민간사업자 논의 과정에서 실무를 담당했다. 지난 2015년에는 박 전 특검과 함께 천화동인 4호의 소유주인 남욱 변호사를 변호한 전력이 있다.
검찰은 양 변호사가 200억원 상당의 지분 또는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받기로 대장동 일당과 약속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양 변호사가 이러한 약정을 요구하고,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확답을 받자 박 전 특검에게 보고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같은 취지의 진술을 복수의 대장동 사업 관계자로부터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재식 변호사. 연합뉴스검찰은 양 변호사에 이어 16일에는 박 전 특검의 인척이자 대장동 분양대행업자 이기성씨와 천화동인 6호 소유주 조우형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애초 박 전 특검을 이달 중순쯤 불러 조사할 계획이었지만, 혐의를 구체화하기 위해 이씨 등에 대한 보강 수사에 집중했다.
이씨는 최근 검찰 조사에서 '2020년 하반기쯤 박 전 특검이 받을 50억원을 대신 받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박 전 특검은 대장동 사업 초기 화천대유 자본금 등 5억원을 김만배씨 계좌로 송금했는데 이때 금원을 제공한 것도 박 전 특검 인척인 이씨다.
검찰은 대장동 민간업자들이 약속에 그치지 않고 실제 돈을 박 전 특검 측에 전달했는지 여부도 수사하고 있다.
박 전 특검이 2015년 7월~2016년 11월 화천대유 고문으로 활동하며 받은 2억5천여만원이나 화천대유 직원으로 일한 박 전 특검의 딸이 빌린 11억원 등의 연관성 규명이다.
박 전 특검의 딸은 2021년 6월 화천대유가 직접 분양한 대장동 아파트를 분양받아 약 8억원의 시세 차익을 얻었다는 의혹도 받는다.
검찰 관계자는 "박영수 전 특검의 수재 혐의를 집중하고 있다"면서도 "박 전 특검의 딸을 통해 제공받은 이익, 그리고 수수한 부분도 볼 수 있는지 같이 검토해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박 전 특검 측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그는 "대장동 개발과 관련해 그 사업에 참여하거나 금융알선 등을 대가로 금품을 받거나 약속한 사실이 결코 없다"면서 "관련자들의 회피적이고 근거 없는 진술에 기반한 허구의 사실로 압수수색을 당한 것이 저로서는 참담할 뿐"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박 전 특검은 이른바 '가짜 수산업자'에게 포르쉐 렌터카 등을 빌린 혐의로 지난해 10월 검찰에 소환됐고, '50억 클럽' 의혹과 관련해서는 2021년 11월과 2022년 1월 모두 2차례 소환된 적 있다. 이날 출석은 재수사팀이 꾸려진 이후로 첫 소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