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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가지려는 귀한마음, 비수로 돌아오네" 난임여성 고군분투 임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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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초저출생 문제가 우리 사회가 고민하고 극복해야 할 가장 큰 과제로 떠올랐다. 특히 부산은 지난해 합계 출산율이 0.72명까지 곤두박질 쳐 서울을 제외한 전국 광역시도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하며 지역 소멸 위기가 눈앞에 다가온 상황이다. 이에 부산CBS는 부산시 등 각계와 함께 '생명돌봄 국민운동 부산캠프'를 구성해 지역 소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범사회 운동을 시작했다.

부산CBS는 생명돌봄 운동의 일환으로 출생과 양육의 기쁨을 누리고 어려움을 극복해가는 본보기들을 소개하는 순서를 마련한다. 열번째로 보통 부산 여성의 난임 극복기를 통해 현상황을 진단하고 대책을 모색한다.

['출산은 기쁨으로, 돌봄은 다함께' 생명돌봄 국민운동 ⑩]
아이갖고 싶은 부부, 난임시술 횟수제한으로 시술에 수천만원 각오해야
난임치료-일 병행 어려운 현실, 난임에 대한 불편한 사회적 시선 견뎌야
저출산 정책 첫 단추, 임신 원하는 여성 현실 배려한 정책 필요

▶ 글 싣는 순서
①북적이는 집에서 사랑 넘치는 8남매…"서로 가장 좋은 친구"
②평균 출산율 3명인 교회…"아이 함께 키워준다는 믿음 덕분"
③다섯 남자아이 입양한 부부…6형제가 만드는 행복의 모양
④부모는 슈퍼맨이 아니야…'같이 육아'로 아빠도 배운다
⑤"내 자식 같아서" 온정 전하는 아버지들…"돌봄친화 사회로 이어져야"
⑥신생아 '1만 명' 만난 베테랑 의사가 말하는 '산부인과 의사생활'
⑦"나부터 먼저" 대한민국 1호 민간 출산전도사가 된 회장님
⑧"아이는 공동체가 함께" 교회가 시작한 돌봄…부산에도 퍼지나
⑨"한 지붕 아래 이모, 삼촌만 20명 넘어" 돌봄공동체 '일오집'
⑩"아이 가지려는 귀한마음, 비수로 돌아오네"난임여성 고군분투 임신기
(계속)


이수정(36) 씨의 모든 것, 눈에 넣어도 안아픈 외동딸이 올해 3살이 됐다. 꼬마의 눈망울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세상의 모든 시름이 달아난다. 하지만, 이 귀한 생명을 얻기까지 겪었던 과정은 아직 가슴에 생채기로 남아있다.

"건강한 내가, 난임이라니…"

난임 치료 동안 겪은 스트레스, 수천만 원에 달하는 경제적 비용, 불편한 사회적 시선, 턱없이 부족한 정책지원 등 총체적 문제는 그녀뿐 아니라 대부분 여성이 아직도 겪고 있다.

젊고, 건강한 28살 이씨는 여느 부부처럼 아이를 가지려고 노력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난임임을 인정하고, 치료를 받는 것도 큰 결단이 필요했다. 2016년 난임 치료를 시작했지만, 일과 가사를 병행하고 있는 터라 치료 일정을 맞추기 쉽지 않았다.

난임 검사, 시험관 아기 시술에는 보통 2~3주일 가량 걸렸다. 이 기간 동안 3~4차례 병원에 가야한다. 직장 내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아이를 가지려는게 죄가 아닌데, 병원에 가려면 아침부터 심장이 두근거렸다. 불편한 시선을 견뎌야 했다.

난임주사도 4~8주간 매일 같은 시간, 배나 엉덩이에 맞아야 한다. 하지만, 주요 병원이 부산진구나 연제구, 해운대 등에 몰려 있어 부산 외곽에 사는 이씨는 접근이 어려웠다.

자가 주사를 놓을 공간도 턱없이 부족했다. 회사나 관공서, 지하철역 화장실을 전전하며 시간에 맞춰 주사를 놓았다. 난임여성들은 '주사난민'이라는 자조 섞인 별명을 스스로 붙이곤 한다고 한다. 차라리 일을 그만두고 임신에 집중하려고 해도, 한번 시술에만 족히 수백만원이 드는 비용을 감당하려면 맞벌이는 불가피했다.

몸이 고된 것은 그나마 참을 수 있었다. 하지만, 난임 정책 촉구 목소리에 대한 혐오 댓글은 이씨를 더 움츠러들게 했다. "돈 없으면 애 낳지 마라", "시험관 시술하면 아픈애 낳는다", "그냥 포기하고 입양해라", "문제가 있으니깐 애가 안 생기지, 나라가 뭘 해줄 수 있나?"

새 생명을 얻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마음이 하루에도 수십번씩 와르르 무너졌다. 난임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가 전무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어디 하소연할 곳도 없었다.

이씨는 인터넷 난임 카페를 통해 본인과 비슷한 처지의 어려움을 겪는 예비맘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연대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서울시는 난임 정책이라도 있는데, 부산은 아예 전무한 점을 꼬집어 부산시 청원게시판, 시청에 민원 전화 등을 통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아이를 낳으라고 강권하는 사회, 낳고 싶어도 못 낳는 여성이 너무 많습니다. 이들의 어려움을 살펴봐주세요" 그녀의 글은 공감과 댓글 2천여 개 넘게 달리며 큰 여론이 됐다. 부산시는 난임 여성들과 전문가를 모아 토론회 등을 거쳐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씨는 소득 구간을 초과해 결국 제대로 된 혜택을 받지 못했다.

   갈수록 결혼, 임신 연령대가 오르면서 난임부부가 늘고 있다. 이에따라 치료비용도 매년 0.5배 가까이 늘고 있다. CBS그래픽
이씨는 난자채취만 14차례, 시술 15차례, 비용 6천만원을 들여 3년 반이 지나서야 임신을 할 수 있었다. 시술 전후로 심신 상태는 바닥으로 떨어지기 일상이었지만, 생명을 향한 집념이 그녀를 일으켰고 천신만고 끝에 귀한 생명을 얻을 수 있었다.

이 예쁜 것에게 동생을 만들어 주고 싶어서 "둘째를 가져볼까?" 수십, 수백번을 고민해 봐도 결론은 같다. 이 과정을 반복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로 귀결된다. 게다가 최근 뉴스에서 의료계 핵심인사가 "난임을 몇 년, 몇 번 하는게 바람직한가?, 나이 제한을 해야한다"는 취지의 발언한 보도를 보고는 정책적으로도 더 나아지지 않을 거라는 절망이 앞선다.  

부산시는 체외수정의 경우 만 44세 이하는 신선배아(1~9회) 최대 110만원, 동결배아는(1~7회)최대 50만원, 만 45세 이상은 신선배아 90만원, 동결배아 40만원을 지원한다. 과거보다 진일보했지만 횟수제한이 있다. 신선배아 시술은 한회당 400만원 이상 든다. 난임 여성의 경우 난자채취를 15차례까지 하는 경우가 많아 수천만원은 각오해야 한다.

이씨의 경우 13차 시술까지는 부산에서 했지만 14차와 15차 시술은 대구의 유명 산부인과를 찾아  원정 시술을 받은 끝에 임신에 성공했다. 난임여성은 자신이 거주하는 도시 뿐만 아니라 자신에게 맞는 병원을 찾아 다니느라 전국을 떠돌며 원정치료를 받는 사례가 흔하다는게 이 씨 설명이다. 하지만, 부산시 지원책은 부산지역 병원만 해당한다.

이씨는 "아이를 갖는 과정이 축복이어야 하지만, 난임여성은 홀로 세상과 싸우는 느낌이 든다"며 "저출생 극복을 위해 임신을 원하는 여성에게 횟수제한, 병원 제한없이 지원해주는게 필요하지 않을까?" 반문했다.

   난임시술 지원으로 태어나는 아이의 비중이 매년 늘고 있다. 난임 예산을 늘리면 그만큼 임신, 출생률도 높아진다. CBS 그래픽
부산시의회에서 부산지역 저출산 극복을 위해 난임 극복 지원 목적과 정의, 난임 극복 지원사업에 대한 시장의 책무, 난임 극복 지원사업의 종류, 난임 원인과 현황에 대한 실태조사, 관계기관과 협력체계 구축을 담은 조례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각종 현안에 밀려 조례제정은 더디게 이뤄지고 있다. 부산지역에는 난임전문병원 16개, 한국공공정자은행연구원, 배아성의료기관이 있지만, 부산시 차원의 체계적인 난임관리시스템은 구축돼 있지 않다.

남녀가 임신을 목적으로 1년 이상 어떤 피임방법도 사용하지 않고 정상적인 성교를 했지만 임신이 되지 않은 상태를 난임이라고 정의한다. 부산지역의 연간 난임 진료 인원은 2021년을 기준으로 1만 5916명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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