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청사. 연합뉴스법무부가 윤석열 정부 시기 검찰 수사 과정을 들여다보기 위한 기구를 설치한 것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약 9년 전에도 법무부는 같은 성격의 기구를 운영했는데 활동 기간 내내 잡음이 이어졌다.
외부 인사들로 이뤄진 탓에 정치적 편향 시비가 끊이지 않았으며, 구조적 한계로 실질적인 성과는 거두지 못했다. 법조계에선 이번에도 같은 논란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시절인 지난 2017년 법무부는 검찰과거사위원회(과거사위)를 설치해 운영했다. 최근 정성호 법무부 장관 지시로 설치된 검찰인권존중미래위원회와 명칭만 다를 뿐 출범 취지와 역할은 사실상 같다.
당시 법무부는 검찰의 과거 인권침해 또는 권한남용 의혹이 제기된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과거사위를 출범시켰다. 법조인과 학계 등 외부 인사로 이뤄진 과거사위가 자체 검토 및 내부 논의를 거쳐 조사 대상 사건을 선정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황진환 기자과거사위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별장 성접대 의혹 △용산 참사 사건 △남산 3억 원 의혹 사건 △형제복지원 사건 등 17건을 조사 대상으로 선정했다.
이들 사건에 대한 조사는 대검찰청에 설치된 진상조사단이 맡았다. 조사단 역시 외부 인사들이 참여했으며 조국혁신당 이규원 전략위원장 등 현직 검사도 파견됐다.
과거사위와 조사단은 1년여 동안 활동한 끝에 김 전 차관 사건과 남산 3억 원 의혹 등에 대한 재수사를 권고했다. 형제복지원 사건처럼 오랜 시간이 흘러 재수사가 어려운 사안에 대해선 검찰총장의 사과를 권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활동 과정에서 여러 한계와 문제점을 드러냈다. 법무부는 객관성과 공정성을 갖추겠다며 외부 인사로 이뤄진 독립 기구를 설치했는데, 참여 인사들의 이력을 두고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하는 시선이 적지 않았다. 외부 인사들이 수사 자료 등을 들여다본 탓에 기밀 유출 우려도 있었다.
과거사위와 조사단 간 이견이 발생하면서 내분도 불거졌다. 과거사위가 조사단으로부터 조사 결과를 보고받고 보완 조사를 요구하는 등 감독하는 기구였지만, 조직이 이원화된 탓에 양측 간 원활한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예정된 시일 내 조사 결과를 발표하지 못하면서 계속해서 활동 기한을 연장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이 때문에 과거사위의 활동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부정적 여론이 커지면서 정부도 과거사위에 힘을 실어주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당시 과거사위 활동에 대해 잘 아는 법조인은 "검찰의 나쁜 관행을 바로잡는다는 취지는 좋았지만 사실상 용두사미였다"고 전했다.
형제복지원 피해자인 최승우씨가 국회 의원회관 현관 캐노피에 올라가 형제복지원 사건 등에 대한 과거사법 개정안 통과를 요구하며 이틀째 시위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이번에 설치된 위원회 역시 같은 논란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법무부는 위원회 설치 배경에 대해 "외부 위원들로 구성된 위원회를 설치하고, 위원회에서 조사 기구의 구성 방안을 마련해 조사 결과를 보고받는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신설되는 위원회의 출범 취지가 과거사위보다 퇴색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과거사위가 조사 대상으로 삼은 사건들은 대부분 오래 전 수사와 재판이 종결됐지만 국민적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것들이었다.
하지만 이번 위원회의 조사 대상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장동 개발특혜 및 대북송금 등 의혹 사건으로 아직 재판이 종료되지 않은 것들이다. 현직 대통령 신분이어서 재판이 중단됐을 뿐 확정된 사안이 아니라는 점에서 조사 대상으로 삼는 게 적절하느냐는 의문이 나온다.
용산 참사처럼 다수의 국민이 피해를 겪은 사건이 아닌, 특정 정치인이 관련된 사건이라는 점에서 정치적 편향 논란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는 "특정 사건에 대한 공소취소를 염두에 둔, 사전 명분 쌓기 아닌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