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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구'는 모셔가고 '멧구'는 왜 포획…3년간 출몰 2배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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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멧돼지 출몰…포획 과정서 폐사하기도
일각서 '멧구야 미안해'…하지만 멧돼지는 '유해야생동물'
서울 출몰 신고 연 205마리→486마리 3년 2배 이상 폭증
"서울 환경상 포획 어려워…공존 방안 필요"

이화여대 기숙사 홈페이지 캡처. 연합뉴스이화여대 기숙사 홈페이지 캡처. 연합뉴스
이화여대에 재학 중인 유다희(26)씨는 최근 학교 측이 올린 공지사항을 보고 깜짝 놀랐다. 멧돼지 출몰을 주의하라는 것. 그는 중간고사 기간 도중 느닷없이 나타난 멧돼지 소식에 당황했다고 한다.
 
곧바로 교내 온라인 커뮤니티도 온통 멧돼지 관련 이야기로 가득 찼다. '멧돼지를 봤는데 꿈을 꾸는 줄 알았다', '경고 메시지가 왔는데 너무 무섭다', '밤샘 공부했는데 무서워서 정문에서 같이 귀가하실 분', '왜 안 잡히냐, 화난다' 등 글이 올라오며 학생들 사이 혼란이 이어졌다.
 
최근 이화여대에는 멧돼지로 추정되는 야생 동물을 목격했다는 신고가 잇따라 접수됐다. 1일 이화여대에 따르면 지난달 19일쯤부터 교내 멧돼지 목격 신고가 몇 차례 있었다. 서대문구청과 협조해 교내 곳곳에 야생동물 기피제도 뿌렸지만 목격 신고는 계속됐고, 소방당국은 결국 멧돼지를 발견하지는 못했다.
 
유씨는 "학교 공과대학이나 기숙사 쪽은 산 바로 밑에 있다"며 "특히 밤늦게 그쪽을 지나가면 사람이 아무도 없고 완전히 깜깜하다. 멧돼지를 마주친다고 상상하면 진짜 무서울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 아파트에도 멧돼지가 출몰하는 소동이 있었다. 지난달 27일 오전 4시 30분쯤 마포구 아현동 아파트 주차장에서 멧돼지가 목격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멧돼지는 소방대원과 수십 분 대치한 끝에 붙잡혔지만, 포획 과정에서 폐사했다. 해당 아파트 건너편에 거주하는 노모(28)씨는 "주변에 산도 없는 평지에 도심인데, 멧돼지가 나타났다고 해서 신기하기도 하고 놀랐다"면서 "우리 아파트에도 멧돼지가 나타날 수 있었던 상황이라고 생각하니 걱정이 됐다"고 밝혔다.
 
연이은 멧돼지 출몰에 온라인에서는 멧돼지를 '멧구'라는 애칭으로 부르는 모습도 나타났다. 대전 오월드를 탈출한 늑대 '늑구'의 이름과 비슷하게 지어 부르는 것이다. 늑구가 건강하게 귀환하길 바라며 이어진 응원처럼, 멧돼지의 폐사 소식 등이 알려지자 '멧구야 미안해' 등 게시물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오기도 했다.

멧돼지·비둘기 출몰 3년간 증가…서울 유해동물 주의보

지난달 27일 서울 마포구 아현동 아파트에 멧돼지가 출몰해 소방당국이 출동했다. SNS 영상 캡처지난달 27일 서울 마포구 아현동 아파트에 멧돼지가 출몰해 소방당국이 출동했다. SNS 영상 캡처
야생생물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멧돼지는 유해동물로 분류된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인가 주변에 출몰해 인명피해를 줄 우려, 서식밀도가 높아 농림수산업에 피해를 줄 우려, 분묘를 훼손할 우려 등 여러 기준을 통해 유해야생동물을 따로 규정하고 있다. 멧돼지가 대표적이며, 배설물과 털 날림 등으로 건물을 훼손할 수 있는 집비둘기도 유해야생동물로 분류된다. 까마귀, 고라니 등도 유해야생동물이다. 유해야생동물 지정은 개체수 조절, 포획 등 관리 조치의 근거로 작용한다.
 
이화여대와 서울 아파트 단지에 멧돼지가 등장한 것처럼, 실제로 최근 서울 도심에 유해동물 출몰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유해야생동물 신고현황'에 따르면 서울시에 신고된 멧돼지 출현 개체수는 2022년 205마리에서 2023년 427마리, 2024년 486마리로 최근 3년간 2배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집비둘기 신고 건수도 1325건, 1432건, 1504건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국립생물자원관이 서울 내 멧돼지 데이터를 무인기와 무인카메라로 수집하고 인공지능으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은평구 북한산 사찰 인근, 도봉구 도봉산, 성북구 정릉동 일대, 서대문구 북한산 자락길 입구 등에서 멧돼지 출몰이 잦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7일 안양천 인근 아파트 게시판에는 너구리 출몰을 주의하라는 안내문이 붙었다. 독자 제공지난달 27일 안양천 인근 아파트 게시판에는 너구리 출몰을 주의하라는 안내문이 붙었다. 독자 제공
최근 도심에는 너구리 발견 신고도 잦다.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서울소방재난본부에 접수된 너구리 관련 신고는 총 2656건이다. 너구리 주요 출몰 지역은 노원구 중랑천·우이천, 양천구 안양천·서서울호수공원, 강남구 탄천·양재천 등으로 분석됐다. 너구리는 주로 하천이나 녹지 공간이 조성된 도시공원에서 고양이 사료 등을 먹으며 지내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달 27일 안양천 인근 아파트 게시판에는 너구리 출몰을 주의하라는 안내문도 붙었다. 너구리는 유해야생동물로 지정되진 않았지만, 인수공통전염병을 옮길 수 있는 동물이라 주의가 필요하다.
 
도심이 아닌 지방에서도 유해야생동물 피해는 큰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의 '연도별 유해야생동물에 의한 피해현황'을 보면 최근 농작물 피해 규모는 2022년 87억 1200만 원, 2023년 95억 8200만 원, 2024년 95억 4300만 원으로 매우 크게 나타났다. 이 중 멧돼지 피해만 같은 기간 53억여 원, 65억여 원, 62억여 원으로 매년 3분의 2 수준이다.
 

"음식물쓰레기 먹고 개체수 증가…공존 방안 찾아야"

도심 유해야생동물 출몰이 늘어난 이유는 서식환경 변화, 개체수 증가, 인위적 서식지 교란 등이 대표적이다. 한반도야생동물연구소 한상훈 소장은 "산림 지역에 무단으로 폐기한 음식물쓰레기를 먹고 영양상태가 좋아지며 멧돼지 등의 도심 개체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국립생물자원관 정승규 연구사는 "멧돼지는 성장 과정에서 먹이 자원이 풍부한 새로운 영역을 찾아 나서는데, 그 과정에서 이화여대 등에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며 "지방은 총기 등을 통한 동물 포획이 쉬운 편인데, 도심에서는 인명피해 우려 등으로 개체수 조절 활동에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처럼 멧돼지 출몰 신고가 있어야 포획을 하는 사후 대응 방식은 한계가 있다"며 "멧돼지 출몰을 차단하거나 개체수를 조절해 피해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시설물을 두는 등의 방법을 도입해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한 소장은 "도심은 보통 농작물 피해 우려가 적고, 서울에서는 약 20년간 멧돼지가 시민을 공격한 경우도 없다"며 "지자체 홍보 등을 통해 도심 내 멧돼지, 까마귀, 너구리 등이 안전하다는 것을 알리고, 야생동물과 공존할 방안을 찾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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