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청 '들락날락'에서 아이들이 부모님과 함께 책을 읽고 있다. 김혜민 기자▶ 글 싣는 순서 |
①북적이는 집에서 사랑 넘치는 8남매…"서로 가장 좋은 친구" ②평균 출산율 3명인 교회…"아이 함께 키워준다는 믿음 덕분" ③다섯 남자아이 입양한 부부…6형제가 만드는 행복의 모양 ④부모는 슈퍼맨이 아니야…'같이 육아'로 아빠도 배운다 ⑤"내 자식 같아서" 온정 전하는 아버지들…"돌봄친화 사회로 이어져야" ⑥신생아 '1만 명' 만난 베테랑 의사가 말하는 '산부인과 의사생활' ⑦"나부터 먼저" 대한민국 1호 민간 출산전도사가 된 회장님 ⑧"아이는 공동체가 함께" 교회가 시작한 돌봄…부산에도 퍼지나 ⑨"한 지붕 아래 이모, 삼촌만 20명 넘어" 돌봄공동체 '일오집' ⑩"아이 가지려는 귀한마음, 비수로 돌아오네"난임여성 고군분투 임신기 ⑪초저출생 위기, '가임력' 높이는 냉동난자 지원 정책 고민해야 ⑫자발적 양육 공동체 '우가우가'…부산에 퍼져나간 돌봄의 가치 ⑬'노키즈존? 예스키즈존!' 아이 반기는 사회 분위기 조성해야 ⑭엄마 2명 중 1명 겪는 '산후 우울감'… 사회가 보듬어야 ⑮비상 걸리자 아이도 출근…경찰·소방 부부의 고군분투 육아일지 ⑯"세쌍둥이는 처음이라" 네 아이 엄마의 좌충우돌 육아일기 ⑰도시 전역이 놀이터로 '변신'…부산 미래형 놀이터 '들락날락' (계속) |
'도시의 모든 곳이 아이들의 놀이터라면?' 동화 같은 이야기가 부산에서는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아이들이 마음껏 놀고 꿈꿀 수 있는 놀이터 '들락날락'이 촘촘하게 배치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끄럼틀, 시소로 채워졌던 식상한 놀이터가 아닌 VR과 AI 신기술을 접목한 미래형 놀이터가 가까운 곳에 조성됐다는 소식에 호기심을 갖고 찾아오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끊이지 않는 아이들 웃음소리…놀이와 교육을 한 공간에서
주일 오후 부산시청 1층은 휴무일의 고요함이 아닌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 소리의 근원지는 어린이 복합문화공간 '들락날락'이었다. 이곳에서 아이들은 오밀조밀 모여 장난을 치거나 책을 읽거나 첨단 미디어아트를 체험하며 다채로운 풍경을 펼쳐냈다.
구불구불한 벽을 따라 한가득 책이 꽂혀 있어 언뜻 보기에 평범한 도서관 같은 이곳에서 아이들은 자유롭게 눕거나 텐트 안에 엎으려 그림책을 읽었다. 몇몇 아이들은 친구와 술래잡기하며 자유롭게 뛰어다녔고, 책상에 앉아 재잘재잘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하지만 여느 도서관과 달리 따가운 눈총을 보내는 이는 없었다.
로봇 '클로이'. 김혜민 기자
신발을 벗고 들어가면 로봇 '클로이'가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 아이들은 익숙한 듯 '클로이'와 사진을 찍거나 짧은 대화를 나누고는 영어 교육 프로그램실로 향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VR 체험이 한창이었다. 아이들은 고글을 머리에 쓰고 이리저리 움직이며 '으악' 소리를 터뜨리다 티 없이 웃었다. 부모님은 그런 아이들의 모습을 휴대폰에 담으며 따라 웃었다.
옆방에 있는 미디어 아트 전시실에서 아이들은 시시각각 변하는 화면을 신기하게 바라봤다. 바닥으로 이어지는 커다란 벽 앞에 도란도란 앉아 있던 아이들은 물속에 있는 듯한 장면이 연출되자 환호성을 내지르기도 했다. 아이들은 한참을 미디어 월을 바라보며 놀다가 그림책을 보러 발걸음을 옮겼다.
'들락날락'에서 맘껏 꿈꾸는 아이들…부모 육아 부담 덜어줘
아이와 함께 '들락날락'을 찾은 부모님들은 소파에 앉아 쉬거나 공간 한쪽에 마련된 카페에서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즐겁게 이야기꽃을 피웠다. 어른용 책도 비치돼 있어 아이와 함께 책을 읽는 모습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7살 딸아이와 함께 책을 읽던 임대현(57·남)씨는 "아이가 아파트 놀이터에는 흥미가 떨어진 터였는데 미래형 놀이터라고 하니 반응이 좋았다. 특히 공룡 VR 체험을 즐거워했다"면서 "날이 덥다 보니 집이 가깝고 주차가 편한 곳을 찾아왔는데 기대 이상"이라고 말했다.
'들락날락'에서 VR체험을 하는 아이들. 김혜민 기자
아이가 노는 모습을 지켜보던 정지윤(50대·남)씨는 "7살 딸이 유치원에서 한번 놀러 와 보고선 또 오고 싶다고 해 처음으로 와봤다"면서 "해운대에 살다 보니 보통 시립 미술관이나 기장으로 놀러 가는 편인데 새롭게 와보니 아이들이 즐길 거리가 풍부해 1시간째 이용 중"이라고 말했다.
5살 아들과 '들락날락'을 자주 이용하는 학부모 손상회(39세·여)씨는 "SNS를 통해 처음 알게 된 후 일주일에 2~3번씩 사상구와 연제구 '들락날락'을 번갈아가며 방문한다"면서 "아이는 특히 3D 동화체험을 좋아한다"고 전했다.
이어 "타 아동시설에서 아이가 영어를 배우려면 비용이 많이 드는데 '들락날락'에는 무료체험이 많다. 또 집도 가깝고 대중교통도 편하다는 장점 때문에 애용하고 있다"면서 "평일에 일하러 갈 때 할머니와 아이가 둘이 간다고 해도 안심이 된다"고 만족감을 감추지 않았다.
부산 곳곳이 놀이터로 '변신'…2030년까지 부산 전역에 300개소 조성
부산 곳곳의 작은 도서관과 육아종합지원센터, 구·군 청사 등 기존 공공시설물이 어느 날부턴가 차례차례 아이들을 위한 공간으로 변신하고 있다. 아이와 함께 나가 놀 공간마저 마땅치 않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부산지역 지자체는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로 힘을 모았다.
'누구나 마음 편히 오고 가자'는 의미를 담아 이름도 '들락날락'이다. '들락날락'은 미래형 놀이터로, 기존의 놀이 시설과 달리 AI 등 미래 신기술과 심리 상담 등의 체험활동을 제공하는 디지털 복합 공간이다. 이곳에서 아이들은 마음껏 뛰어놀기도 하고 쉽게 접하기 어려운 VR 체험과 미디어아트관 등 실감형 콘텐츠도 즐길 수 있다.
'들락날락' 미디어아트 전시실에서 아이들이 시시각각 변하는 화면을 바라보고 있다. 김혜민 기자
지역별로 즐길 거리도 다채롭다. 서구 숲속 놀이터 '들락날락'은 산속에 있어 아이들이 아열대수목과 야생화 등 자연을 체험하거나 편백 숲에서 명상을 할 수 있다. 그물 계단이나 인공 폭포도 즐길 수 있다. 사하구 회화나무 작은도서관에는 레고방이 있고, 북구 만덕도서관에는 영화관과 골프 교육, 해운대구에는 굿즈 제작을 할 수 있는 3D 트린터 체험 프로그램이 있다.
'들락날락'은 지난해 7월 부산 사하구 '회화나무 어린이 작은도서관'에 제1호가 조성된 지 1년여 만에 지난달 기준 24곳이 개관해 운영 중이다. 내년 상반기까지 40곳이 추가로 문을 연 후 추가 사업지를 선정해 2026년까지 200곳, 2030년까지 300곳이 조성된다.
부산시청 창조교육과 안성배 주무관은 "시설 수를 늘리는 것뿐만 아니라 이미 개관을 완료한 곳에서도 지역별 특색을 살리고 각종 콘텐츠를 보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지역 예술가가 참여하는 예술 프로그램을 비롯해 코딩, 신체 놀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고 '영어하기 편한 도시'에 걸맞게 영어 교육 콘텐츠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시설마다 이용시간과 운영 프로그램이 달라 혼란을 겪는 불편을 해결하기 위해 추후 통합 플랫폼도 개설하고 '들락날락' 추진 사업을 부산만의 정책으로 브랜드화해 이용객에게 다가서고자 한다"고 지향점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