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소울메이트' 안미소 역 배우 김다미. UAA 제공※ 스포일러 주의 "딱 10년만 폭풍처럼 살다가 스물일곱에 죽고 싶다." 자유로운 추상화 같은 미소(김다미)는 매일 같았던 전학이 지겹도록 싫던 1998년 여름, 하은(전소니)을 만나게 된다. 그 누구보다 자유롭지만 그만큼 불안정한 내면을 지닌 미소에게 맨날 웃으라고 이름이 미소냐고 말을 걸어오는 하은은 새롭기만 하다.
미소는 늘 같은 자리에서 변함없는 다정함을 보여주는 하은을 의지하게 된다. 그렇게 미소와 하은은 서로의 '소울메이트'가 된다.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어느 날, 결국 제주를 떠날 결심을 한 미소는 하은과 작별 인사를 하던 중 미처 풀지 못한 오해를 남긴 채 이별한다. 이후 녹록지 않은 현실과 기댈 곳 하나 없는 외로움에 지쳐가던 때, 미소는 하은을 찾아간다.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모두가 사랑할 수밖에 없는 사람. 그러나 제주의 햇살만큼이나 밝은 미소 뒤로는 자신만의 슬픔을 깊이 묻어둔 사람이 바로 안미소다. 그런 미소를 처음 만나고, 거듭 만나고 가까워지면서 김다미가 느낀 건 미소의 '외로움'이었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김다미는 찬찬히 '소울메이트'를 처음 만난 순간부터 미소로 지낸 시간, 그리고 관객에게 다가갈 앞으로를 이야기했다.
영화 '소울메이트' 스틸컷. NEW 제공
원작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 팬이 그려낸 새로운 캐릭터
▷ '소울메이트'의 원작이라 할 수 있는 주동운과 마사순 주연의 중국 영화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원작 소설 '칠월과 안생')를 봤나? 원작을 좋아했다. 원작 팬이다. 처음 봤을 당시 여성들의 우정을 보여주는 영화를 거의 못 봤던 거 같다. 그래서 되게 신기했다. 이런 소재로 영화를 만들 수 있고, 그런 섬세한 감정만으로도 너무 재밌다는 걸 느낀 게 오랜만이었다. ▷ 혹시 연기하면서 원작을 참고한 부분이나 아이디어를 얻은 지점이 있을까?
우리 영화는 우리 영화만의 특색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원작을) 경계하려고 했던 면도 있다. 자유로움을 표현하고 싶었고, 이를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지금 우리만의 미소와 하은이 만들어졌다. ▷ 원작 팬들도 많은데, 이에 대한 부담은 없었나? 부담이란 건 생각하지 않고, 배우로서 진짜 재밌게 할 수 있는 역할이겠다는 생각으로 도전했다. 그리고 시나리오를 봤을 때도 많이 기대했던 부분이 제주도라는 곳이 어떻게 표현될까 하는 점이었다. 영상으로 보니까 이게 확실히 원작과는 다른 느낌을 준다는 게 차이가 난다. 감정선도 좀 더 한국적인 정서를 담으려고, 공감대를 더 형성하려고 노력한 부분이 있다. 그게 원작과의 차이점이라고 생각한다.영화 '소울메이트' 스틸컷. NEW 제공 미소, 외로움 감추려 자유로워 보이고자 한 인물
▷ 처음 미소라는 캐릭터를 접했을 때 느꼈던 감정이나 첫인상이 기억나나? 그리고 김다미가 마주하고 점차 알아간 안미소는 어떤 인물인지 이야기를 듣고 싶다.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는 자유분방한 모습이 보였다. 그 안에 불안이나 아픔을 드러내지 않으려 오히려 더 밝게 행동하고 자유로워 보이고 싶었던 친구라고 생각했다. 연기하면서 더 느낀 건 미소가 많이 외로웠을 거란 거다. 공간만 봐도 하은이는 부모님 집도 있는데 미소가 살았던 집을 촬영할 때는 온전히 본인 것밖에 없더라. 그런 지점들을 연기하면서 이 친구가 외로운 친구라는 걸 많이 느꼈다. ▷ 미소 역을 또 하나의 도전이라 이야기했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스스로 성장했다고 느끼는 부분이 있을지 궁금하다. 예전에는 너무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앞섰다면, 이제는 영화가 모든 사람이 함께 만드는 거다 보니 조금 뒤로 물러나서 보게 되는 마음 등에서 열렸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영화에서도 소니 언니와 함께 이야기를 되게 많이 했다. 미소가 온전히 나만의 캐릭터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감독님, 소니 언니와 더 많이 공유하고 소통하려고 했다. ▷ 감독과는 캐릭터에 관해 어떤 이야기를 주로 나눴는지 궁금하다. 혹시 감독과 미소에 대한 해석 차이는 없었나? 오히려 감독님은 우리에게 많이 열어두셨다. 달랐다고 느껴본 적은 거의 없다. 예를 들면 표현 방식에 따라서 감독님이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하는 방식이나 결의 차이는 있었지만, 이건 해석의 차이가 컸다기보다 더 좋은 컷을 만들어 나가기 위한 부분이었다. 감독님은 우리에게 열어두고 들으려 했다. ▷ 현장에서 함께한 민용근 감독은 어떤 연출자였는지에 관해서도 이야기를 조금 더 듣고 싶다. 감독님은 감정의 끈을 놓지 않는다. 감독님과 이야기 나눌 때 진짜 그 결이 자세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소한 건데, 커피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진다. 또 하은의 사망신고서를 쓸 때도 우리끼리 어느 부분에서 눈물을 흘릴 것인지도 정하고 했었다. 이런 것처럼 사소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고 일단 다 담아내려 하는 감독님만의 연출적인 게 느껴졌다. 그런 부분이 내가 할 수 있는 한 다양한 방법으로 생각할 수 있게 만들어주시는 지점이라 좋았다.영화 '소울메이트' 안미소 역 배우 김다미. UAA 제공 김다미가 기억하는, 기억되고 싶은 '소울메이트'
▷ 이번 작품을 하면서 위로를 받은 장면이나 대사가 있을지 궁금하다. 하은 엄마가 하은에게 "왜 사람들 얼굴이 다른 줄 아니? 다르게 살라고"라며 말하는 장면이 있다. 그게 진짜 마음에 딱 오더라. 정말 그렇게 각자만의 삶이 있고, 그걸 각자마다 살아내는 거니까. 우리 시간을 기특하다고 표현하는데, 그런 지점도 되게 많이 공감됐다. ▷ '소울메이트'만이 가진 영화로서의 장점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중간중간 감독님이 보여준 편집본을 봤었지만, 내가 연기할 때랑 그걸 볼 때 그리고 완성된 영화를 볼 때의 감정이 되게 다르더라. 어느 부분에서 슬프고 이입되는지가 볼 때마다 달랐다. 이번에 볼 때는, 나는 결말을 알고 있다 보니 어릴 때 하은과 미소의 시절이 되게 마음 아프게 다가왔다. 관객분들도 우리 영화를 한 번 보고 다시 보면 또 다른 포인트에서 느껴지는 부분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런 지점이 장점 아닐까.영화 '소울메이트' 스틸컷. NEW 제공 ▷ 관객에게 '소울메이트'가 어떤 작품으로 기억됐으면 하나? 그리고 김다미에게는 어떻게 기억될 것 같은지도 이야기해 달라. 내가 미소가 쓴 일기장, 혹은 하은이가 쓴 일기장을 누군가에게 보여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 본인이 갖고 있던 추억들을 꺼내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관객분들도 그런 마음으로 한편에 묻어놨던 걸 생각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일기장도 볼 때마다 어느 시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르지 않나.
그리고 진짜 감독님이 말한 대로 우리 영화를 나도 진짜 많이 사랑했고, 지금도 사랑하고 있다. 물론 다른 드라마나 영화를 했을 때도 많이 사랑했지만, '소울메이트'는 내 청춘이 많이 담긴 영화라 되게 사랑하는 영화가 될 거 같다.(웃음) <하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