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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은 기쁨으로 돌봄은 다함께

평균 출산율 3명인 교회…"아이 함께 키워준다는 믿음 덕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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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초저출생 문제가 우리 사회가 고민하고 극복해야 할 가장 큰 과제로 떠올랐다. 특히 부산은 지난해 합계 출산율이 0.72명까지 곤두박질 쳐 서울을 제외한 전국 광역시도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하며 지역 소멸 위기가 눈앞에 다가온 상황이다. 이에 부산CBS는 부산시 등 각계와 함께 '생명돌봄 국민운동 부산캠프'를 구성해 지역 소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범사회 운동을 시작했다.

부산CBS는 생명돌봄 운동의 일환으로 출생과 양육의 기쁨을 누리고 어려움을 극복해가는 좋은 본보기들을 소개하는 순서를 마련한다. 두 번째로 '아이는 공동체가 함께 키운다'는 신념으로 성도들의 출산을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지원하는 교회의 모습을 통해 지역사회 공동체의 역할을 살펴본다.

['출산은 기쁨으로, 돌봄은 다함께' 생명돌봄 국민운동②]
부산 금정구에 위치한 동상제일교회…교인 1가정당 평균 출산 자녀 3명 넘어
조수동 담임목사, "낳기만 하면 우리가 키워주겠다 약속해"
선교원서 아이들 맡아 돌봄…믿고 맡길 수 있어 양육 부담 덜어줘
결혼식 비용부터 아이 넷 이상인 가정엔 주택 구매 자금까지 지원…실질적 도움


▶ 글 싣는 순서
①북적이는 집에서 사랑 넘치는 8남매…"서로 가장 좋은 친구"
②평균 출산율 3명인 교회…"아이 함께 키워준다는 믿음 덕분"
(계속)

"걱정 말고 낳기만 해. 우리가 키워줄게"

가족은 물론 우리 사회 곳곳에서 쉽게 보고 들을 수 있는 약속 중 하나다. 하지만 이런 공수표 같은 '말'만 믿고 선뜻 출산을 결정하는 부부는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출산과 육아는 그야말로 '현실'의 문제이자, 부부의 삶을 결정하는 중대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낳기만 하라"는 약속을 오랫동안 실천하고, 열매까지 맺는 공동체가 있다. 바로 부산 금정구 '동상제일교회'의 이야기다. 이곳 사람들에게 공동체는 하나의 '믿을 만한 구석'이다. 그 덕분에 이곳 교인들의 평균 출산자녀는 무려 3명이 넘는다. 아이를 공동으로 돌보고 책임지는 게 일상이 된 동상제일교회의 이야기와 철학을 들어봤다.
 

예배 흐름 끊는 아이들 재잘거림, 방해 아닌 귀한 소리

주일 오후 부산 동상제일교회 성도들이 아이들과 함께 오후 예배를 드리고 있다. 정혜린 기자주일 오후 부산 동상제일교회 성도들이 아이들과 함께 오후 예배를 드리고 있다. 정혜린 기자
주일 오후 동상제일교회 유치부실에서는 아이들이 말하는 소리와 웃음이 쉴 새 없이 새어나왔다. 문 앞에는 어른 손바닥보다도 작은 신발 수십 켤레가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었다. 문이 벌컥 열리더니 몇 명인지 세기도 힘들 만큼 많은 아이들이 우르르 뛰쳐나와 각자 신발을 찾아 신고는 예배당으로 달려갔다.
 
전 교인이 모여 오후 예배를 드리는 예배당도 아이들의 높은 소리로 가득 찼다. 찬양과 설교 소리에 아이들의 재잘거림이 하모니처럼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 흐름을 끊은 아이들의 말소리에도 누구하나 인상을 쓰는 사람은 없었고, 오히려 곳곳에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언젠가부터 아이들 소리에 날카롭고 차가운 시선이 꽂히는 사회와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동상제일교회 조수동 담임 목사는 출산을 적극 권장하며 아이 웃음소리가 넘치는 공동체를 만들었다. 1990년대에 아이 셋을 낳은 조 목사는 그 후 출산을 포기하고 '우리 교회의 아이들을 내 아이로 키우겠다'는 다짐을 했다.
 
조 목사는 "내 인생에서 가장 후회가 되는 단 한 가지가 셋째 이후 출산을 포기해버린 것"이라며 "넷째, 다섯째, 여섯째까지 낳았으면 그 아이들도 얼마나 예쁘고 잘 자랐을까, 얼마나 더 행복했을까 자꾸 후회가 된다"고 말했다.
 
이런 후회를 발판 삼아 조 목사는 교회 청년들에게 적극적으로 출산을 권장하기 시작했다. 청년을 대상으로 결혼예비학교를 진행해 부부 사이 갈등 해결 방법부터, 재정 관리, 자녀 교육까지 건강한 가정을 꾸리기 위한 실질적인 도움을 주려했다.
 
결혼 예비 교육에서도 '자녀의 소중함'에 대한 강조는 계속됐다. 조 목사는 결혼을 앞둔 청년들에게 '자녀 네 명을 낳기를 원하는 청년만 주례를 해주겠다'고 선언하는가 하면 '자녀보다 더 귀한 건 세상에 없다', '자녀 한 명이 63빌딩보다 더 귀하다'는 자신의 믿음을 청년들에게 설득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아이 돌봄 함께 한다는 믿음…부모 양육 부담 덜어줘

동상제일교회는 선교원을 운영하며, 교인들이 아이를 낳으면 출생 3개월부터 부모가 원하는 경우 아이를 맡아 돌봐준다. 모닝스타선교원 제공동상제일교회는 선교원을 운영하며, 교인들이 아이를 낳으면 출생 3개월부터 부모가 원하는 경우 아이를 맡아 돌봐준다. 모닝스타선교원 제공
이 교회가 말로만 아이를 낳으라고 한 것은 아니었다. 조 목사는 '아이들을 낳기만 하면 키워주는 건 우리가 해주겠다'고 항상 약속해왔다. 그는 "사실 젊은 부부들이 아이를 낳아 두 사람이서 양육을 모두 책임져야한다는 것에 부담과 막막함이 크다"며 "그런 면에서 우린 혼자가 아니라 공동체가 아이 양육을 함께 해줄 거라는 믿음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렇게 아이 돌봄을 책임져주겠다는 약속은 부모들이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장소를 통해 실현됐다. 교회에서 운영하는 선교원은 성도가 아이를 낳으면 3개월째부터 아이를 맡아 돌봐준다. 조 목사의 아이 세 명도 모두 이 선교원에서 자랐다.
 
조 목사는 "선교원 선생님들도 모두 우리 교회 사람들이다보니 아이 부모와도 다 아는 사이라 100% 믿고 맡길 수 있다"며 "교육기관에 대한 신뢰가 있으니까 부모들도 집에 데리고 있는 것보다 맡기는 게 더 편하다고 하고, 아이 돌봄에 대한 스트레스나 부담감이 없는 편"이라고 자신 있게 설명했다.
 
초보 부모끼리 감당해야할 육아의 어려움과 부담을 공동체가 모두 함께 나눠가지는 셈이다. 조 목사는 "미국에 사는 딸이 아이를 낳아 둘이서 키우니 너무 힘들어서 둘째는 못 낳겠다고 하더라"며 "둘이서는 하나 키우기도 어려우니 공동체가 한 마음으로 아이 돌봄을 함께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을 그대로 실천하고 있는 조 목사는 "일회적인 출산 장려 캠페인은 크게 의미가 없다"며 "양육에 대한 실질적인 도움이라든가 재정 지원, 인식이나 분위기 등 모든 부분이 합쳐져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성도들이 교회에서 결혼할 경우 장소와 꽃꽂이 등 수백만원 상당의 예식 준비를 지원한다. 또 아이 네 명을 낳은 가정에는 살 집을 마련해 주고, 셋째 아이부터는 교회가 운영하는 대안학교 학비를 받지 않는 등 경제적인 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다.
 
다방면으로 출산과 육아를 적극 권장하고 지원한 결과, 이 교회 부부들의 평균 자녀수는 3명에 달한다. 전체 교인 5명 가운데 1명은 초등학생 이하 어린이다. 중고등학생까지 더하면 26%가 넘는다. 올해 태어날 아이도 벌써 5명이다.

"다자녀 가족 보며 자연스럽게 생각 바뀌어" 퍼져나가는 행복

동상제일교회는 교인이 아이를 낳으면 출생 3개월 후 부모가 원하는 경우 선교원에서 아이를 맡아 돌봐준다. 모닝스타선교원 제공동상제일교회는 전체 교인 200명 중 초등학생 이하 어린이가 40명으로, 20%의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모닝스타선교원 제공
하지만 청년들이 처음부터 이러한 출산 장려에 적극적으로 호응했던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의아함을 표현하거나 '나는 아이 많이 낳을 생각이 없다'고 선을 긋는 반응도 있었다. 그러나 하나 둘 씩 아이들이 태어나 자라는 결혼 선배들 가정을 보며 자연스럽게 대가족에 대한 꿈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교회에서 만나 결혼한 1호 커플인 김윤경(48)·전운표(46)씨 다섯 가족도 후배 부부들이 다자녀를 소망하게 하는 가정 중 하나다.
 
김 씨는 "얼마 전에 결혼한 교회 후배가 결혼 전엔 아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더니, 최근엔 다른 가정에 아이들이 많으니 너무 행복해 보인다며 많이 낳고 싶다고 하더라"며 "사실 많이 낳고 싶어도 현실적으로 아이 양육이나 교육에 경제적은 부분에 대해 겁이 많이 나는데, 교회에서 그 부분이 어느 정도 해결이 되니 아이를 많이 낳을 수 있는 환경이 되는 것 같다"며 미소를 보였다.
 
서로의 아이들을 자신의 자식처럼 돌봐주고, 키워줄 수 있는 육아공동체도 든든한 동반자들이다. 조수동 목사의 아내인 하남진 목사는 "사실 아이를 낳아서 키우다보면 처음엔 정말 힘들다"며 "그래도 위에 선배의 모델이 있으니 서로 다독이고 도와주면서 힘을 내고, 또 잘 자란 아이들을 보면서 우리 자녀도 저렇게 잘 키워야지 다짐하게 된다"고 말했다.
 
조 목사는 "아이들이 너무 건강하고 예쁘게 잘 자라는 모습, 또 자녀들과 복작복작 행복한 가정들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아이들을 많이 낳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 같다"며 "심지어 최근엔 대학생들도 빨리 결혼을 하고 싶다고 해서 졸업은 하고 하라며 말리는 중"이라고 웃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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