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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 이탈'에 노동개혁 멈췄다? 勞政 모두 청년을 설득하라[노동: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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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우리는 일합니다. 공장에서, 사무실에서, 거리에서, 가정에서 오늘도 일합니다. 지금 이 순간도 쉼 없이 조금씩 세상을 바꾸는 모든 노동자에게, 일터를 찾은 나와 당신에게 필요한 이야기를 판 깔아봅니다.

尹, 노조 때리면서 '근로시간 단축' 압박하더니…직접 전면 '재검토' 지시
'MZ세대' 지지층 이탈에 '화들짝'…백지화 말고 '방향 전환' 가능성 높아
전문가들, "양대노총, 청년층 확보해야 반격 나설 수 있어" 지적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일자리창출 우수기업 최고경영자(CEO)초청 오찬에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일자리창출 우수기업 최고경영자(CEO)초청 오찬에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근로시간 단축 개편안'을 발표한 지 8일만에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보완·검토를 지시했다. 비록 윤 대통령이 '노동개혁 드라이브'에 제동을 걸었지만, 국정과제인 노동개혁의 방향까지 바꿀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노조 때리던 尹, '근로시간 단축'까지 압박하더니…직접 전면 '재검토' 지시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14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근로시간제도 개편 방안(정부안)을 보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김은혜 홍보수석은 서면 브리핑에서 "입법예고 기간 중 표출된 근로자들의 다양한 의견, 특히 MZ세대의 의견을 면밀히 청취해 법안 내용과 대국민 소통에 관해 보완할 점을 검토하라"고 전했다. 이어 고용노동부는 즉시 입장문을 내고 "다음 달 17일까지인 입법예고 기간에 청소년 등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적극적으로 찾아가 소통하겠다"고 답했다.
 
그동안 정부는 비판 여론이 불거질 때마다 노동계와 대립각을 세우며 정치적 국면을 전환해왔다. 보수 정권의 주요 저항세력인 노조를 위축시키는 동시에, '노조에게 할 말 하는 강한 정부'라는 이미지로 보수층을 결집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부는 화물연대 2차 파업 무력화에 성공하자 곧이어 건설현장 불법행위 논란, 노조 회계 공개 논란 등을 잇따라 터뜨리며 노조에 대한 압박 수위를 차츰 높여왔다.

더 나아가 이를 토대로 정부는 일부 반대 여론에도 '노동 개혁'의 속도를 낼 수 있었다. 이미 구축한 '노조에 할 말 하는 정부'라는 프레임에서 노조가 반대 여론을 내놓을수록 오히려 정부에게 유리해지는 밑그림을 이미 그려뒀기 때문이다.

근로시간 확대 '풀악셀' 무리수에…'MZ세대' 지지층 이탈에 '화들짝'

1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 구인 정보 게시판에 주 52시간을 기본으로 한 근로 시간이 적혀 있다. 연합뉴스1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 구인 정보 게시판에 주 52시간을 기본으로 한 근로 시간이 적혀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현재 주 단위로 운영 중인 연장근로시간 12시간을 노사 합의를 거쳐 '월·분기·반기·연' 단위로 확대 운영하겠다는 정부 입장이 공개된 직후, 예상을 뛰어넘는 격렬한 반대 여론에 부딪히자 결국 정부도 한발 물러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번 정부안을 계속 강행했다면, 이른바 '이대남'으로 불리는 20대 남성 등 핵심 정부 지지층의 '이탈표'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았다.
 
지난해 노동부가 실시한 '청년 일자리 인식조사'에 따르면, 청년들이 희망하는 주당 근로시간은 42.28시간으로, 최대 69시간까지 일할 수 있는 정부안보다 훨씬 낮다. 또 추가 근로시간에 수당을 지급하는 방식도 '금전'보다 '대체 휴가'를 선호한다고 집계돼 "MZ세대는 몰아서 일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정부 주장과도 대치됐다.

또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1월 실시한 전국지표조사(NBS)를 살펴보면, 정부의 근로시간 개편안에 대해 찬성(45%)과 반대(48%)는 비슷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20대(18~29세)와 30대에서는 반대 의견이 각각 57%, 60%로 훨씬 높았다.

이런 가운데 정부·여당이 'MZ세대'를 근로시간 유연화의 혜택을 받을 주역이라고 내세우며 뒀던 '무리수'도 화근이 됐다.

지난 6일 정부안을 소개하던 이정식 노동부 장관이 "요새 MZ세대들은 '성과급이 무슨 근거로 이렇게 됐냐'고 '부회장 나와라, 회장 나와라'고 하는 등 권리의식이 굉장히 뛰어나다"고 발언하는가 하면,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도 지난 8일 MBC 라디오에서 "2030, 청년층은 다들 (정부 개편안을) 좋아한다"고 주장했다가 나란히 비난 여론에 휩싸였다.
 
심지어 기존 노동계와 거리를 두며 정부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했던 'MZ노조'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조차 "연장근로 관리단위 확대는 노동자의 근로조건을 개선해왔던 국제사회의 노력과 역사적 발전 과정에 역행한다"며 "연장근로 관리단위 확대를 반대한다"고 반대 의사를 밝힐 정도였다.
 
한국노총 이지현 대변인은 "MZ노조를 비롯해 양대노총을 부패 세력 내지는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으로 몰고 가려고 했는데 (정부안 발표 이후) 여론이 너무 안 좋았다"며 "장시간 노동으로 회귀하는 것에 대한 여론이 안 좋아지고 MZ노조조차 반대했다"고 설명했다.
 
민주노총 한상진 대변인은 "윤 정부가 청년팔이를 하면서 (이번 개편안이) 청년세대를 위한 것이라고 포장했지만 실제로 청년들이 냉소적으로 바라보고 현장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며 "이 부분에 대해 윤 정부가 당황했던 것 같고 여론을 수렴하겠다고 적극적인 홍보에 나선 것"이라고 밝혔다.

尹의 특명 "MZ세대와 소통하라"…근로시간 개편안 '방향 전환' 가능성은 낮을 듯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일자리창출 우수기업 최고경영자(CEO) 초청 오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일자리창출 우수기업 최고경영자(CEO) 초청 오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윤 대통령의 이번 '보완·재검토' 지시는 기존의 노동개혁을 근본부터 다시 검토하기보다는, 비판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숨고르기'에 돌입한 것에 가까워 보인다.

윤 대통령은 '노동계의 의견을 폭넓게 반영하라'고 지시하는 대신, "근로자들의 다양한 의견, 특히 MZ세대의 의견"을 청취하라며 대상을 콕 짚었다. 이어 "법안 내용과 대국민 소통"을 보완지점으로 정리했다. 즉 MZ세대와의 소통이 미진했다는 문제 의식 아래, 이를 돌파구로 삼아 대책을 마련하도록 지시한 셈이다.

실제로 대변인실은 이날 출입기자들에게 문자 공지로 "근로시간 선택권 확대 및 유연화 법안 관련 근로자의 권익 강화라는 정책 취지 설명이 부족했다"며 "입법 예고기간 중 근로자, 특히 MZ 세대의 의견을 듣고 여론조사 등을 실시해 법안 내용 중 보완할 것은 보완해 나가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일하는시민연구소 김종진 소장은 "선택적 근로제, 탄력적 근로제, 특별연장근로 등으로 일부 업종을 대상으로 근로시간 확대를 추진할 것"이라며 "어쨌든 69시간으로 표현되는 연장근로 확대 등은 한발 물러선 것이고 노동시간 확대는 국정과제에 들어간 사항인 만큼 우회할 수 있는 방법을 정부가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전략에 대해 "IT업종 등 시행령을 통해서도 (근로시간 확대가) 가능한 업종들이 있다"면서도 "노동시간 단축을 주도했던 경사노위에서 69시간 연장과 관련된 근로시간 개편을 다뤘어야 맞는 것"이라며 정부가 전면적인 제도 개편보다 시행령을 통한 세부조정이나, 사회적 대화기구를 통해 여론의 반대를 피해갈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전문가들, "양대노총, 지금 당장 청년층 설득 성공해야 반격 나설 수 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13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에서 열린 포괄임금 오남용 근절을 위한 IT기업 노조·근로자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13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에서 열린 포괄임금 오남용 근절을 위한 IT기업 노조·근로자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
이처럼 정부가 '근로시간 확대'와 관련해 정부가 한발 물러섰다면, 노동계로서는 '일보전진'할 기회를 맞은 셈이기도 하다.
 
그동안 연일 이어지는 정부의 공세에 대응하기 바빴던 양대노총도 '근로시간 개편안'이 재논의되는 국면에서 본격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할 기회를 맞이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전문가들은 'MZ노조'를 앞세운 윤 정부의 여론전에 그동안 양대노총이 기민하게 대처하지 못했다고 지적하며, 노동조합이 품고 있는 MZ세대를 중심으로 적극 나서서 잃어버린 시민사회의 신뢰를 회복해야만 '근로시간 확대' 전면 폐지라는 새로운 '판'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오민규 연구실장은 "(양대노총이) 처음 근로시간 개편안 논의가 나왔을 때 이를테면 주 69시간이냐, 80.5시간이냐와 같은 비본질적인 부분에 치우쳤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정부와 마찬가지로 노동계 역시 지난 문재인 정부 시절 도입된 '주52시간제'의 관점에서 벗어나 새로운 노동시간을 제안할 '언어'를 마련하지 못했다는 비판이기도 하다.
 
또 오 실장은 정부가 새로고침 노동자 협의회 등 노동 현안에 대한 청년층의 지지를 확보하면서 양대노총이 수세에 몰린 부분이 있다며, 양대노총도 향후 청년층의 지지를 회복해야만 정부를 향한 반격에 나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 실장은 "젊은 세대를 상대로 한 적극적인 설문조사를 하거나 조합원 중 MZ세대들이 적극적으로 발언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야 한다"며 "워라밸 등 젊은 세대가 움직일만한 지점을 맞춰서 계획들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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