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정문헌 종로구청장, '측근 업체'에 또 일감 밀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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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정문헌 종로구청장이 취임 이후 측근 관련 업체에 구청 예산을 전용했다는 의혹이 지난해 한 차례 불거졌는데요. 구청이 또다시 해당 업체와 주요 사업을 계약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구청 측은 해당 업체와 MOU를 체결해 무료로 영어 프로그램을 제공받고 있다고 하는데, 영세 업체가 구청의 주요 사업을 따냈다는 경력 자체가 큰 특혜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영세 업체가 종로구 '종로 국제서당' 영어교육 사업 추진
비서실장, 정책보좌관 등 구청장 측근 전 직장과 '한몸' 의혹 불거져
검증 관련 자료 요구하자…"예전엔 있었는데 지금은 없다" 해명
종로구 "MOU 체결해 무료로 제공…A업체에 쓰이는 예산 없어" 주장하지만
"영세 업체가 구청과 사업 진행한다는 이력을 남기는 것 자체가 특혜" 비판

정문헌 종로구청장. 연합뉴스정문헌 종로구청장. 연합뉴스
정문헌 종로구청장이 취임 이후 측근과 긴밀하게 관련된 업체에 구청 예산을 전용했다는 의혹이 한 차례 불거진 가운데, 해당 업체와 또다시 사업 계약을 맺은 것으로 드러났다.

구청 측은 해당 업체의 손에 직접 쥐어주는 예산은 없다지만, 정 구청장의 측근 업체 '일감 밀어주기' 논란까지 해명하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13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종로구는 지난달 28일 '종로 국제서당' 오리엔테이션을 개최했다. 구청에 따르면 '종로 국제서당' 사업은 영어 능력과 인문학 교육을 함께 제공하는 청년 교육-일자리 모델로, 2억 9840만 원의 예산이 소요될 전망이다.

'종로 국제서당' 사업에서는 인문학적 소양을 키우도록 훈장들을 강사로 불러 서당 교육을 실시한다. 영어 교육의 경우 '뇌과학 기반 언어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한다는 A업체와 진행하는데, 바로 이 업체가 정 구청장 측근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지적된 바 있는 업체다.

우선 종로구가 A업체와 계약을 맺은 과정부터 석연치 않다. 신생 영세 업체가 서울의 구청과 같은 국가·지자체의 주요 사업을 따내는 것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2020년 설립된 A업체는 사실상 1인 대표 홀로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불과 400만 원, 순이익으로 따지면 2300만 원 적자 상태였다. 최근 CBS노컷뉴스 취재진이 종로구에 있는 A업체 사무실을 직접 방문했으나, 문 앞에 택배 박스만 잔뜩 쌓여있을 뿐 사무실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이처럼 영세한 A업체를 놓고 벌어진 종로구의 검증 절차도 부실하기 짝이 없었다. 종로구청은 '종로 국제서당' 사업에 참여할 업체를 공모 절차 없이 '구청장의 소개'로 A업체를 선정했다.

이에 대해 종로구청 비서실장 이모씨는 "구청장이 '유암문화재단 이사장으로 있을 때부터 좋은 프로그램으로 알고 있었다'며 A업체를 소개해서 MOU까지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CBS노컷뉴스 취재진은 종로구에 A업체의 사업 제안서 및 경력 사항 등 검증 관련 자료를 열람하겠다고 문의하자, 종로구는 해당 자료가 '없다'고 답했다.

종로구 관계자는 "당시 업체에서 보내준 제안서 등을 검토해서 계약했지만 현재 구청이 갖고 있는 자료는 없다"며 "해당 자료는 '검토용'이라 법적으로 첨부하고 보관할 책임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익명을 요구한 교육 업계 관계자는 "영세하고 사업 실적이 적은 업체들은 서울 구청은커녕 지방의 작은 지자체 사업이라도 따내기가 매우 어렵다"며 "재무상태는 물론 사업 계획 등도 꼼꼼하게 따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종로구'라는 이름을 걸어도 좋을만큼 업체가 성실히 사업할 능력이 있는지, 막말로 사기꾼은 아닌지 따져봐야 할 것 아니냐"고 귀띔했다.

이처럼 영세한 A업체가 종로구의 검증을 손쉽게 통과한 '비밀'은 따로 있는 듯 하다.

종로구청 임시청사. 종로구 제공종로구청 임시청사. 종로구 제공
정 구청장의 정책보좌관, 비서실장 등 측근들은 구청에서 근무하기 전에 영어 교육 분야의 B업체에 근무했는데, A업체와 B업체가 사실상 '한 몸'이라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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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B업체의 등기부등본을 보면, 지난해까지도 정 구청장의 정책보좌관인 강모씨가 '대표이사'로, 정 구청장의 비서실장인 이모씨는 '사내이사'로 등재됐다. 현재 종로구 주무관인 정모씨도 B업체의 '이사'로 일했다. 이들은 지난해 정 구청장이 취임한 뒤 종로구 공무원으로 나란히 채용됐다.

그런데 강씨는 SNS 프로필에 본인을 'B업체 대표이사'이자 'A업체 이사'라고 소개했다. 또 두 업체 각각 등기상 '사내이사', '감사'로 등재된 인물 모두 A업체 대표의 남편인 조모씨로, 두 업체의 대표는 친자매 관계다.

더구나 약 2년 전 A업체의 홍보 유튜브에는 강씨와 정씨가 등장해 해당 프로그램을 홍보하는 등 두 업체가 '한 몸'이라는 정황을 다수 발견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 12월 종로구 직원을 대상으로 '영어 심화 학습과정'을 진행하면서 A업체와 1천만 원 규모의 계약을 맺어 '측근 밀어주기'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같은 비판에도 종로구는 '종로 국제서당' 사업을 추진하면서 또다시 A업체와 계약을 진행한 것이다.

이에 대해 종로구는 A업체와 MOU를 체결해 무료로 영어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받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모 비서실장은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A업체와는 MOU 체결로 종로구 예산이 A업체에 쓰이는 것은 단 한 푼도 없다"며 "앞으로도 종로구 예산이 A업체에 쓰일 일은 절대 없다"고 장담했다.

A업체 대표도 "해당 프로그램은 정 구청장이 유암문화장학재단 이사장일때부터 수년간 진행해오던 사업"이라며 "무료 공급 협약을 맺고 연속성 있게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노조가 한맥인에 대해 심각한 허위사실유포 및 음해를 하고 있는 부분이 있어 현재 사업을 보류하고 무료 공급을 전면 재검토 중"이라며 억울하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하지만 구청으로부터 직접 돈을 받지 않더라도, A업체로서는 지자체의 굵직한 사업에 참여한 이력 자체가 경영에 큰 이점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종로구의원은 "A업체처럼 영세 업체가 구청이랑 사업을 진행하는 것 자체가 큰 특혜가 된다"며 "이런 경력을 갖고 향후 다른 기관 혹은 지자체에서 수익을 내는 식으로 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해충돌 관련해서 문제가 있는지 국민권익위원회에 질의를 제출했다"고 덧붙였다.

서울 내 다른 구청의 공무원도 "민간기업이 무료로 구청과 MOU를 체결하는 것은 본 적도 없다"며 "구청장 등 고위 공무원이 특정 업체를 찍어서 추천하는 것 같은데, 말도 안된다"고 말했다.

전국공무원노조 종로구지부는 "이해충돌방지법을 위반하면서까지 A업체하고만 사업을 해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정 구청장이 A업체의 전신 업체(B업체)의 이사였던 비서실장에게 행정을 일임하며 종로구 행정을 '비선행정'으로 추락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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