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국회를 나서고 있다. 황진환 기자더불어민주당이 단일대오로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 부결을 위해 뭉친 것을 두고 '제2의 조국사태'가 벌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민주당이 조국 전 법무부장관을 비호하다가 선거에서 참패한 모습이 다시 재연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서다.
그러나 명확한 물증이 쏟아져 나오던 조 전 장관 때와 달리 이 대표 수사에서는 여론 지형이 다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체포동의안 부결' 李 지키기 나선 민주당…'제2 조국사태' 지적
민주당은 지난 21일 의원총회에서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키기로 총의를 모았다.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우려하던 '비명계(非이재명계)'까지 부결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민주당 의원 전체가 이 대표를 정점으로 단일대오를 형성했다.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폐지가 이 대표의 대선 공약이었지만 이날 의총에서 이에 대한 문제제기는 없었고, '검찰 수사에 대항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주를 이룬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17일에는 의원들과 지역위원장 등 3000여 명이 국회에 모여 윤석열 정권의 검찰을 규탄했다. 지난 4일에는 의원 약 100명과 당원 등이 6년 만에 광화문 인근에서 장외투쟁을 벌이는 등 당 지도부를 필두로 원팀 행보가 이어지는 모양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류영주 기자이를 두고 조국 전 장관의 입시비리 의혹이 제기됐던 2019년 서초동에서 연일 열렸던 조국 수호 집회가 떠오른다는 의견이 많다. 당시 조 전 장관은 이 대표와 마찬가지로 민주당의 유력 대권주자 중 한 명이었다. 당시 지지자들은 조 전 장관의 사법리스크를 두고 검찰개혁을 방해하기 위한 검찰의 정치공세라며 맞섰다. 민주당에서도 '조국 구하기'에 나서 "검찰이 한 가족을 멸문시키려고 한다"며 검찰을 강력히 규탄했다. 이 대표 수사를 '검찰의 야당 탄압'으로 규정한 현재 모습과 닮은 부분이 있다는 지적이다.
일부 강성 지지층 결집에만 몰두한다는 점도 비슷하다. 당시 조 전 장관을 두둔하던 친문(親문재인) 강성 지지자들은 민주 진영 수호를 주장하며 "자녀를 둔 부모들이면 다 그렇게 한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현재 이 대표를 지지하는 '개딸'들은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 방어에 비판적인 의원들에게 문자 폭탄을 보내며 '팬덤정치'를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조 전 장관 수사와 재판이 진행되면서 역풍이 불어닥쳤다. 수사 과정에서 나온 증거들이 재판 과정에서 공개되면서 여론이 빠르게 악화했다. 민주당에는 '범죄를 옹호했다'는 지적이 이어졌고 청년층을 비롯한 중도층이 빠져나갔다. 이후 4·7 재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은 참패했다. 이 대표 본인도 대선 기간에 조 전 장관 사태에 대해 "변명의 여지가 없는 잘못"이라고 세 차례나 사과해야했다.
최근 비명계 의원들이 비공식 자리에서 이 대표 사법리스크에 대한 불안감을 토로하는 이유다. 이 대표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스모킹건'이 나오거나 재판이 장기화할 경우 민주당이 그 후과를 뒤집어쓸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 대표 기소 이후부터는 그동안 민주당이 방어 논리로 내세운 '검찰의 야당 탄압' 프레임도 먹히지 않을 거란 우려도 나온다. '소장파' 김해영 전 민주당 의원도 "조국 한 사람 임명하지 않으면 간단한 것을 '조국 반대는 검찰 개혁 반대'라고 하면서 온 나라를 시끄럽게 하더니 이번에는 이재명 수호를 위해 민주당 말살 규탄을 외친다"라며 "이 대표 없어도 민주당은 말살되지 않는다"라고 비판했다.
"조국 때와 다르다" 의견도…'뚜렷한 물증 나오지 않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물론 이 대표 수사 상황이 '조국 사태' 때와는 다르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각종 물증이 제시되던 조 전 장관 때와 달리 이 대표의 대장동·성남FC 의혹과 관련해서는 아직까지 혐의를 입증할 만한 뚜렷한 증거가 나오지 않았다는 평가가 많아서다.
여기에 이 대표 사건의 경우 규모가 크고 제기된 혐의가 많은 만큼 향후 치열한 법리 다툼을 요한다는 분석이 많다. 한 비명계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로 인한 논란이나 정치적·도의적 책임을 빼고 이번에 제기된 혐의 내용만 놓고 보면 법리 다툼을 해볼 만한 내용들이 꽤 있다"며 "앞으로 상황을 더 봐야겠지만 일단은 많은 의원들이 '이 정도면 이 대표에게 힘을 싣겠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검찰 수사가 변죽만 울리거나 재판 과정에서 이 대표의 무혐의가 입증될 경우 사법리스크의 족쇄를 벗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희망 섞인 전망도 나온다. 비명계 중진 설훈 의원도 지난해 중순 인터뷰에서 수사가 장기화할 경우 무죄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한 바 있다. 당의 한 중진 의원 역시 통화에서 "오히려 검찰 수사가 무혐의를 입증한다면 이 대표가 향후 힘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