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름 최강을 자랑하는 영암군민속씨름단은 TV 예능 프로그램과 유튜브까지 경기장 밖 활동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사진은 KBS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김민재(왼쪽)와 김기태 감독의 모습. KBS 화면 캡처 2017년 창단 뒤 모래판 최강으로 군림해온 전남 영암군민속씨름단은 올해 고비를 맞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천하장사 2회, 백두장사(140kg 이하) 8회를 달성한 장성우(26)와 한라장사(105kg 이하) 12회를 이룬 오창록(29)이 신생팀 MG새마을금고로 이적했기 때문이다.
장성우, 오창록을 주축으로 한 MG새마을금고는 지난달 10일 창단식으로 공식 출범했다. 선수 12명이 뭉친 MG새마을금고는 7년 만의 기업팀으로 관심을 모았다. 공교롭게도 2016년 해체된 현대삼호중공업 선수들이 주축을 이룬 팀이 영암군민속씨름단이라 묘한 분위기가 형성됐다. 여기에 태백장사 3회에 올랐던 허선행(24)도 수원시청으로 이적했다.
하지만 최강팀은 건재했다. 올해 첫 대회인 '위더스제약 2023 설날장사씨름대회'에서 영암군민속씨름단은 전체 4개 체급에서 3개를 휩쓸었다. 올해 입단한 김민재(21)가 백두급을 제패한 데 이어 차민수(22)가 한라장사에 올랐고, 베테랑 최정만(32)이 금강장사(90kg 이하)에 등극했다.
무엇보다 전남 영암군에서 열린 대회라 더 의미가 있었다. 홈 팬들이 지켜보는 안방에서 자존심을 확실하게 세운 것이다. 팀 창단의 산파 역할을 했던 영암군민속씨름단 김기태 감독(43)은 "일각에서 우리 팀이 주축들의 이적으로 약해질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다"면서 "속으로 '두고 보자' 했는데 역시 예상한 결과가 나왔다"고 미소를 지었다.
사실 영암군민속씨름단은 제2의 모래판 열풍의 중심에 있다. 실력은 물론 예능 프로그램과 유튜브 채널까지 다소 올드한 느낌의 씨름 이미지를 새롭게 환기시키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한국 씨름은 2019년 겨울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예능 프로그램 '씨름의 희열'로 인기를 모았다. 화려한 기술과 조각 같은 근육질 몸매를 앞세운 경량급 선수들로 여심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심각해지면서 실내 스포츠, 더욱이 접촉을 해야 하는 씨름은 대회 취소 등 큰 위기를 맞았다. 씨름의 희열로 달궈진 인기도 빠르게 식어가는 듯했다.
엄청난 먹방으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윤정수 코치. 유튜브 캡처하지만 영암씨름단이 지상파 TV에서 맹활약하면서 명맥을 이었다. 김 감독과 선수들이 티격태격하면서도 끈끈한 정을 과시했고, 여기에 천하장사 출신 윤정수 코치(38)를 중심으로 한 먹방도 뜨거운 인기를 누리고 있다. 윤 코치는 개인 유튜브 채널도 운영 중인데 구독자가 32만 명을 넘을 정도다.
김 감독은 또 본격 씨름 예능에서 해설을 맡아 재치 입담을 뽐내고 있다. 여기에는 최정만과 차민수도 코치로 참여해 다른 종목 선수 출신 및 예능인들을 지도하며 색다른 모습을 보였다.
방송 외도(?)에 대해 김 감독은 "물론 씨름을 열심히 해야 하는 게 첫 번째"라면서도 "그러나 씨름을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김 감독은 "특히 씨름은 전통 스포츠로 연배가 있으신 분들이 좋아한다는 선입견이 있는 것 같다"면서 "예능과 유튜브 등을 통해 젊은 층들에게 어필하고 있는 만큼 씨름 발전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혜성처럼 나타난 '씨름 괴물' 김민재도 방송에 대해 은근한 욕심을 내고 있다. 김민재는 "설날 대회 경기장에 최정만 형 팬들이 많이 와서 놀랐다"면서 "나도 많은 팬들 앞에서 더 힘을 내서 경기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김 감독은 "김민재가 씨름을 잘하는 만큼 예능에서도 중심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