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일본 오키나와에서 열린 '2023 국제 소프트테니스 챔피언십' 개회식 뒤 한국 여자 대표로 출전하는 NH농협은행 유영동 감독(오른쪽), 한재원 코치(왼쪽) 이하 선수단이 대한소프트테니스협회 정인선 회장(가운데)과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오키나와=노컷뉴스오키나와의 강한 바닷바람과 낯선 환경을 이겨낼 수 있을까. 세계 최강을 다투는 한국 소프트테니스(정구)가 일본 열도 정벌에 나선다.
여자 실업 명문 NH농협은행과 남자 대학부 강호 대전대는 10일부터 일본 오키나와에서 열리는 '2023 국제 소프트테니스 챔피언십' 한국 대표로 나선다. 소프트테니스 강국 한국과 일본, 대만은 물론 인도, 필리핀, 인도,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등 9개 국가 250여 명 선수들이 출전하는 대회다.
당초 이번 대회는 2020년 출범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미뤄지다 3년 만에 초대 대회가 열리게 됐다. 오키나와현이 적극적으로 대회 개최를 추진했고, 국제소프트테니스연맹이 2년마다 열리는 국제 대회로 이어갈 뜻을 드러냈다.
특히 연맹은 이번 대회 남녀 단식과 복식 우승자들에게 내년 경기도 안성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 출전권을 부여할 예정이다. 또 테니스를 본받아 올해부터 적용하는 랭킹 포인트 제도를 이번 대회부터 인정한다. 앞으로 아시안게임과 세계선수권 등 메이저 대회 시드를 받기 위해서는 랭킹이 높아야 하는 만큼 중요한 대회다.
9일 개회식에서 대한소프트테니스협회 정인선 회장은 "코로나19로 어렵게 열린 대회인 만큼 성공적으로 개최되길 바란다"고 기원했다. 이어 "이번 대회를 참고해 내년 안성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은 30개 국가가 참여하는 최대 규모의 대회로 치르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대회는 국제 소프트테니스 발전을 위해서는 바람직하지만 국내 선수들에게는 썩 달갑지만은 않다. 오는 26일부터 시작되는 국가대표 선발전에 영향을 미치는 까닭이다. 국내 선수들은 오는 9월 항저우아시안게임을 대비해 하드 코트에 맞춰 훈련해왔는데 이번 오키나와 챔피언십은 인조 잔디 코트에서 열린다.
NH농협은행 유영동 감독은 "하드에 경기 감각이 맞춰졌는데 단시간에 인조 잔디로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재원 코치도 "인조 잔디에서 경기한 뒤 2주도 지나지 않아 하드 코트에서 열리는 국가대표 선발전을 치러야 하는 악조건"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테니스보다 가볍고 말랑말랑한 공의 궤적과 스피드가 달라지기 때문에 속도에 맞추는 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9일 '2023 국제 소프트테니스 챔피언십' 개회식을 마친 뒤 대전대 조홍석 감독(왼쪽부터)과 오승언, 이무연, 임진영 등 선수들. 대한소프트테니스협회사실 한국 남자팀으로 대전대가 나서게 된 이유기도 하다. 대전대 조홍석 감독은 "국내 남자 실업팀이 국가대표 선발전에 집중하기 위해 이 대회 출전을 고사하면서 우리 선수들에게 기회가 왔다"면서 "일본과 대만 등 라이벌 국가에서 국가대표급 선수들이 나오는 만큼 경험을 쌓을 기회라 생각하고 도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럼에도 여자 실업팀 강호 NH농협은행이 이번 대회에 나선 것은 주최 측의 간절한 요청 때문이다. 대회 측은 이번 대회 팸플릿 표지에 실린 남녀 6명 선수 중 NH농협은행 간판 문혜경을 크게 중앙에 배치했다.
물론 문혜경은 세계 여자 정상급 선수지만 대회 주최 측이 자국 선수가 아닌 톱 표지 모델을 쓴 것이다. 유 감독은 "이렇게까지 예우를 했는데 안 오면 안 된다는 메시지를 던져 출전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유 감독은 항저우아시안게임 여자 대표팀 사령탑도 맡고 있다.
9일 대전대 선수들이 '2023 국제 소프트테니스 챔피언십'에 대비해 일본 선수들과 훈련하고 있다. 노컷뉴스 선수들은 최선을 다할 뜻을 다지고 있지만 현지 악조건을 극복하기 쉽지 않다. 단·복식에 모두 출전하는 문혜경은 개회식 뒤 "중앙 메인 표지 모델로 나와 부담이 있다"면서 "사실 훈련하던 코트와 완전 달라 적응이 쉽지 않지만 일단 1승이 목표"라고 소박한 각오를 밝혔다. 이민선 역시 "오늘 훈련하는데 바람이 엄청나게 불어 플레이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대전대 영건들도 일단 패기로 밀어붙인다는 각오다. 3학년에 진학하는 오승언은 "사실 우승을 목표로 하고 나왔는데 오늘 훈련을 같이 해보니 일본 선수들이 너무 강하더라"고 혀를 내둘었다. 그러면서도 "일단 최대한 많이 올라가 32강까지는 가보고 싶다"고 전의를 다졌다.
이번 대회는 10일 단식 남자부 115강, 여자부 80강부터 예선을 펼친다. 11일 남녀 단식 우승자가 가려지고, 복식 예선이 벌어지는 가운데 12일에는 복식 토너먼트에서 남녀 우승 듀오가 가려진다. 과연 한국 소프트테니스가 종주국이자 최대 라이벌 일본이 개최한 대회에서 어떤 성적표를 받아들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