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호가 8일 경기도 고양시 빛마루방송센터에서 열린 '크라운해태 PBA-LPBA 챔피언십' 남자부 결승전에서 강동궁을 누르고 우승을 확정한 뒤 슈퍼맨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PBA'슈퍼맨'이 절친 '헐크'를 누르고 날아올랐다. 조재호(NH농협카드)가 강동궁(SK렌터카)과 우정의 대결에서 프로당구(PBA) 2022-23시즌 정규 투어 최종전 우승을 차지했다.
조재호는 8일 경기도 고양시 빛마루방송센터에서 열린 '크라운해태 PBA-LPBA 챔피언십' 남자부 결승전에서 강동궁(SK렌터카)을 눌렀다. 세트 스코어 4 대 1(15:2, 9:15, 15:12, 15:13, 15:14) 승리를 거두고 포효했다.
올 시즌 2번째 우승컵이다. 조재호는 개막전인 블루원리조트 챔피언십과 정규 투어 최종전에서 정상에 오르며 올 시즌의 시작과 끝을 장식했다.
또 통산 2번째 투어 챔피언에 올랐는데 공교롭게도 강동궁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PBA에서 활약하는 국내 선수 중에서 2승 이상은 80년생 동갑내기 조재호와 강동궁뿐이다.
조재호는 시즌 랭킹 1위에도 올랐다. 우승 상금 1억 원과 랭킹 포인트 10만 점을 확보하면서 상금(2억2250만 원)과 랭킹 포인트(26만1500포인트) 모두 선두로 치고 올라섰다. 1억4150만 원의 왕중왕전 초대 챔피언 다비드 사파타(스페인·블루원리조트)와 1억3250만 원의 최강 프레드릭 쿠드롱(벨기에·웰컴저축은행)을 제쳤다.
결승은 PBA 한국 선수 간판들의 절친 매치로 관심을 모았다. PBA 출범에 앞서 조재호, 강동궁은 월드컵 우승 등 국내 최강을 다퉜다. 강동궁이 먼저 PBA 원년 멤버로 나와 2승을 거뒀고, 조재호는 다음 시즌인 2020-2021시즌 3차 투어부터 합류해 1승을 거둔 상황이었다.
조재호가 8일 경기도 고양시 빛마루방송센터에서 열린 '크라운해태 PBA-LPBA 챔피언십' 남자부 결승전에서 강동궁이 지켜보는 가운데 샷을 구사하고 있다. PBA초반 승부는 팽팽했다. 조재호가 먼저 하이런 8점을 몰아치며 4이닝 만에 1세트를 15 대 2로 따내자 강동궁도 2세트를 8이닝 만에 15 대 9로 가져가며 멍군을 불렀다.
하지만 조재호의 2승 의지가 조금 더 강했을까. 3세트 승부의 분수령에서 조재호가 집중력을 발휘했다. 조재호는 10 대 10으로 맞선 5이닝에서 4점을 뽑아내 세트 포인트를 만들었고, 14 대 11이던 6이닝째 1점을 보태 세트 점수 2 대 1로 앞서갔다.
4세트 강동궁도 6이닝까지 4 대 9로 뒤졌지만 7이닝째 9점을 폭발시키며 전의를 다졌다. 그러나 조재호는 3점을 올리며 12 대 13까지 추격한 뒤 강동궁이 공타로 침묵한 사이 3점을 보태 세트를 마무리했다.
기세가 오른 조재호는 5세트 첫 공격에서 폭풍 7점을 치며 승기를 잡았다. 6이닝째도 6점을 집중하며 14 대 13 매치 포인트를 선점했다. 강동궁도 7이닝째 기회가 있었지만 1점을 머물렀고, 조재호는 침착하게 정교한 1뱅크 빗겨치기로 정상을 확인했다.
경기 후 슈퍼맨 세리머니를 펼친 조재호는 "한 시즌에 한 번 우승하는 게 목표였는데 개막전 우승을 하고 난 이후 2회 우승으로 목표를 늘렸다"면서 "그 목표를 이루어서 스스로 대견하고 뿌듯하다"고 벅찬 소감을 밝혔다. 이어 "최근 지인이 선물한 '멘탈리티'라는 책 덕분에 정신력 관리에 정말 큰 힘이 됐다"면서 "이제 PBA 통산 3회 우승에 도전하겠다"고 다짐했다.
강동궁과 절친 대결에 대해서 조재호는 "강동궁이 먼저 결승에 진출해 있던 상황이기에 한국 선수끼리 결승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강했다"면서 "많은 분들이 우리 둘이 결승에서 경기하는 걸 보고 싶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 투어에서 처음 만난 상황이었는데 그래서 내가 이겨야겠다는 생각보다는 둘이 만나서 너무 기대됐다"면서 "둘 중에 누가 이겨도 멋있는 경기를 보여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결승에 임했다"고 미소를 지었다.
조재호가(오른쪽)이 8일 경기도 고양시 빛마루방송센터에서 열린 '크라운해태 PBA-LPBA 챔피언십' 남자부 결승전에서 승리하고 정상에 등극하자 강동궁이 시상식에서 장난으로 우승 트로피를 뺏어가고 있다. PBA통산 3승에 도전했던 강동궁은 우승 문턱에서 고배를 마셨다. 16강전에서 이상용을 상대로 이닝 평균 2.647점을 기록해 1경기 가장 높은 애버리지를 찍은 선수에게 주어지는 '웰뱅톱랭킹'(상금 400만 원)을 수상해 아쉬움을 달랬다.
강동궁은 "아마추어 때부터 숱한 경기를 했고 중요한 결승전에서도 많이 붙었다"면서 "프로 데뷔 이후 그것도 가장 큰 결승전에서 처음 만나게 됐는데 둘 다 부담감이 조금 있었지만 조재호가 더 잘했다"며 친구의 우승을 축하했다. 이어 "국내 선수 중 유이하게 2회 우승을 둘이 했는데 이번 우승은 양보했지만 세 번째 우승은 내가 먼저 가져가겠다"고 웃으며 유쾌한 설욕전을 다짐했다.
8개의 정규 투어를 마무리한 PBA는 오는 17일부터 '웰컴저축은행 PBA 팀 리그 2022-23' 포스트 시즌에 돌입한다. 이후 3월 3일부터는 남녀부 상위 32명만 진출하는 '왕중왕전'인 'SK렌터카 PBA 월드챔피언십'으로 시즌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