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B컷]부실 수사에 누명 쓰고 옥살이 '곡성 사건'…국가는 또 외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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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수사보다는 재판을, 법률가들의 자극적인 한 마디 보다 법정 안의 공기를 읽고 싶어 하는 분들에게 드립니다. '법정B컷'은 매일 쏟아지는 'A컷' 기사에 다 담지 못한 법정의 장면을 생생히 전달하는 공간입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지만 중요한 재판, 모두가 주목하지만 누구도 포착하지 못한 재판의 하이라이트들을 충실히 보도하겠습니다

스마트이미지 제공스마트이미지 제공
오늘 '법정B컷'이 전해드릴 이야기는 약 10개월 전 법정B컷 연재를 통해 들려드린 '곡성 성폭행 누명 사건'의 후속 이야기입니다. 전남 곡성에서 호두과자를 팔던 50대 남성 A씨에게 어느 날 느닷없이 닥친 성폭행 무고, 그리고 경찰과 검찰의 부실 수사, 그로 인한 징역 6년 선고. 한 개인을 덮친 국가 폭력이라는 어처구니 없는 이야기입니다.

지난 법정B컷(2015년 '곡성'에서는 무슨 일이 … 국가 주연 잔혹극의 책임은)에선 이 공포스러운 이야기와 함께 억울한 옥살이의 한을 풀어달라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가 1심 재판에서 패소한 그의 이야기를 전해드렸습니다.

오늘 이야기는 2심 재판 결과입니다. 결과부터 말씀드리면 법원은 이번에도 국가의 배상 책임이 없다며 A씨의 목소리를 또 외면했습니다.

하루 아침에 성폭행범이 됐다… '무고범 진술'만 믿은 수사당국

관련기사 (2022.4.17 보도)
[법정B컷]2015년 '곡성'에서는 무슨 일이…국가 주연 잔혹극의 책임은?

먼저 사건의 발단부터 보겠습니다. 전남 곡성의 한 휴게소에서 호두과자를 팔며 평범한 하루를 보내고 있던 A씨. 2015년 12월 30일 저녁 윗집에 살던 여성이 술에 취한 채 다짜고짜 찾아와 'A씨가 지적장애가 있는 자신의 조카 B씨를 성폭행했다'라며 행패를 부립니다. 행패가 계속되자 A씨는 경찰을 불렀고, 사건은 그렇게 시작됐습니다.

A씨는 B씨를 본 적도 없고 모르는 사람이라며 혐의를 부인했고 행패를 부린 여성 즉, B씨의 고모를 무고로 고소합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A씨는 이 사건이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들 줄 몰랐습니다.


1년 넘게 조사를 받던 A씨는 2016년 11월 30일 돌연 구속됩니다. 전남경찰청과 광주지방검찰청 목포지청은 A씨가 2015년 봄부터 겨울까지 지적장애 여성 B씨를 모텔과 집 등에서 세 차례 성폭행했고, B씨의 고모를 무고까지 했다며 재판에 넘깁니다. 그리고 2017년 3월 31일 모든 혐의가 인정돼 징역 6년이 선고됩니다. 물론 경찰과 검찰 조사, 법원 재판에서 A씨는 혐의를 일체 부인했습니다.

그렇게 옥살이를 하게 된 A씨 사건의 흐름을 바꾼 이는 다름 아닌 A씨의 딸이었습니다. 경기도에 살던 A씨는 생업을 다 제쳐두고 아버지 A씨의 무죄를 밝히기 위해 성폭행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한 B씨를 무작정 찾아 나섭니다.

곡성 주민들을 상대로 탐문에 나섰고, 2017년 9월 전남 나주에서 B씨를 찾아냅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B씨는 자신을 성폭행한 사람은 A씨가 아닌 자신의 고모부라고 털어놓습니다. 행패를 부렸던 여성의 남편인 셈이죠. A씨의 딸은 B씨를 설득해 법정에 다시 세웠고, 그 자리에서 B씨는 이렇게 진술합니다.

2017.09.21 광주고법 A씨 항소심 공판
조카 B씨
"경찰서에 조사를 받으러 가기 전에 고모가 A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말하도록 시켰습니다. 곡성에서 절 성폭행한 사람은 고모부입니다" 

경찰과 검찰, 1심 재판부의 헛발질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순간이었습니다. 항소심을 맡은 2심 재판부는 2017년 9월 29일, A씨를 보석으로 조건부 석방합니다.


그리고 경찰과 검찰은 재수사를 벌여 B씨의 고모부를 진범으로 지목합니다. B씨의 고모부는 2018년 9월 성폭행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습니다. 이어 2020년 12월엔 무고 혐의 등이 추가돼 고모부는 징역 3년 6개월, 고모는 징역 7년이 선고됩니다. 수사당국이 A씨에게 적용했던 성폭행과 무고 혐의가 이번엔 고스란히 B씨의 고모와 고모부에게 돌아간 겁니다.

그렇다면 수사당국은 애초 왜 A씨를 범인으로 지목한 것일까요? 재판에서 드러난 사실은 'A씨를 범인으로 볼 증거는 없었다'는 점입니다. 수사당국이 믿은 것은 그저 고모와 고모부의 지시를 받은, 지적장애를 앓는 B씨의 말 뿐이었습니다.

드러난 부실수사…그런데 아무도 책임을 안 진다

수사당국의 부실 수사는 억울한 옥살이를 한 A씨가 대한민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재판에서 속속 드러납니다.

2020.10.27 서울중앙지법 손해배상소송 1심 공판, C경장 증인신문
A씨 측 변호인 "A씨는 자신의 혐의를 일체 부인하며 자신은 피해자를 본 적도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B씨는 모텔 성폭행 사건과 관련해 '길을 가는데 자신을 차에 태워서 모텔로 끌고 가서 성폭행하고 ○○마트 앞에 내려줬다'고 이런 식으로 경로 관련해서 구체적으로 진술했습니다. 그렇다면 A씨 차량 블랙박스나 모텔 CCTV, ○○마트 주차장 인근 CCTV, 그리고 당시 목격자가 있었는지, A씨가 근무하고 있던 휴게소 출근부나 CCTV를 조사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수사경찰 C경장 "결과를 알고 나서 생각하면 그렇게 하는 것이 분명히 맞긴 합니다. 그런데 모텔에서 성폭행을 당했다는 사실은 사건을 접수하고 3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B씨가 새롭게 주장한 사실입니다. 일반적인 CCTV 저장기간을… 수사할 때 판단해서 당연히 CCTV에 대한 수사는 배제했던 것으로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수사를 진행했습니다"
   

주민들에 대한 탐문 수사도 없었습니다.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와 성폭행을 저질렀다는 B씨의 주장에 대한 조사도 부실했습니다.

2020.10.27 서울중앙지법 손해배상소송 1심 공판, C경장 증인신문
A씨 측 변호인 "A씨가 B씨를 본 적도 없고 알지도 못한다고 진술한 것을 확인하려면 당시 입주민들을 대상으로 탐문수사를 하거나 빌라 구조 등을 파악해 그 신빙성을 판단하는 것이 적절해 보이는데요. 현장에 나가서 입주민들에 대한 탐문수사를 한 사실이 있나요?

수사경찰 C경장 "입주민들에 대한 직접적인 탐문은 하지 않았습니다"

A씨 측 변호인 "B씨는 1차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 A씨가 열쇠로 문을 따고 들어왔다고 진술했는데, A씨가 어떻게 열쇠를 소지하고 들어왔는지, 그 열쇠를 A씨가 가지고 있는지 여부 등에 대한 추가 조사를 했나요?"

수사경찰 C경장 "당연히 열쇠가 없으면 못 들어오는 집인데 그 부분에 대해서 저도 의구심을 가졌는데 더 이상 그것을 입증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피해자 주장이 사실인 것을 입증할 방법도 없고, 반대의 입장도 마찬가지이고… 개인적으로 판단은 피해자가 장애인이었기 때문에 잘못 알고 있는 것 아닌가 그런 식으로 그냥 넘어갔습니다"
 

A씨 측 변호인 "열쇠를 가지고 집을 따고 들어오려면 열쇠업자를 불러서 열쇠업자가 어떻게 하고 가야 될 것인데 멀리서 출장 오기는 어렵고, 인근 열쇠업자가 많지 않을 텐데 열쇠를 A씨 집에서 찾아보거나 A씨의 방을 확인하는 조치도 없었죠?"

수사경찰 C경장 "예. 안했습니다"

A씨 측 변호인 "열쇠업자에 대해서도 탐문한 사실이 없죠?"

수사경찰 C경장 "예"

그러면서 당시 수사 경찰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합니다.

2020.10.27 서울중앙지법 손해배상소송 1심 공판, C경장 증인신문
수사경찰 C경장 "저희가 일반적인 성폭력 사건에서 가해자가 불상인 경우에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하지만, 이미 피해자가 가해자를 지목한 상태에서 수사를 개시하면 그 사람이 범인이라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수사를 하는 것이지 이 사람이 아닐 것이란 가능성을 두고 수사하지는 않습니다"

"당시에 피해자 진술에 의존한 채로 수사 방향이 고정돼버린 상태에서 수사를 하다 보니 이런 결과까지 오게 된 것 같습니다"

경찰의 수사 방향은 처음부터 A씨만 겨누고 있었습니다. A씨가 '만난 적은 물론, 본 적도 없는 사람'이라며 자신의 혐의를 그토록 강하게 부인하고 있었는데도 말이죠. 심지어 A씨의 혐의를 입증할 증거도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경찰조차 자신들의 수사 방향이 고정돼 이런 결과를 초래한 것 같다고 실토했죠.

'확실하지 않다면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형사소송법의 대원칙이 깨져 버린 순간입니다.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이를 입증할 증거가 없다면 무죄를 내려야 한다는 이 원칙은 인간의 오판을 막기 위해 현대 사법 체계가 마련한 원칙입니다.

하지만 더 놀라운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A씨를 무고했던 B씨와 그의 고모, 고모부가 이미 2년 전 전남 함평에서도 성폭행 무고를 저지른 전력이 있었다는 겁니다. 그리고 당시 이 무고 사건을 수사했던 경찰이 바로 A씨 사건의 수사 조장이자 책임자인 D경위였다는 겁니다.

B씨의 고모와 고모부는 지난 2013년 전남 함평에서 "자신의 조카 B씨를 성폭행했다"라며 동네 이웃을 무고했습니다. 다만 당시 경찰은 조카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며 동네 이웃을 무혐의 처분했습니다. 고모와 고모부에 대해서도 무고로 처벌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이들이 약 2년 뒤 곡성으로 넘어와 A씨를 무고한 겁니다.

A씨 수사를 맡은 C경장은 이러한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합니다. D경위에게 이런 사실을 전해들은 적도 없다고 진술합니다.

2020.10.27 서울중앙지법 손해배상소송 1심 공판, C경장 증인신문
A씨 변호인 "이전에 함평에서 B씨의 고모와 고모부가 이웃을 신고해서 무혐의를 받은 사건이 있었는데, A씨를 수사할 때는 살펴보지 못했나요?"

수사경찰 C경장 "그렇습니다. 살펴보지 못했던 건입니다"

A씨 변호인 "당시 '함평 사건'을 수사했던 책임자와 'A씨 사건' 책임자가 동일한 D경위입니다. D경위는 함평 사건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던 것으로 아는데, C경장은 함평 사건을 전혀 알지 못했나요?"
 

수사경찰 C경장 "알았다면 수사방향이 달라졌을 겁니다. 진술 신빙성이 있나, 없나를 당연히 개인적으로 많이 판단했을 텐데… 당시엔 몰랐기 때문에 다른 방향으로 수사가 진행된 것 같습니다"

억울한 옥살이의 한을 풀어달라며 A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경찰의 부실 수사가 적나라하게 드러났지만 A씨는 2021년 6월 18일 패소했습니다. 1심 재판부는 "수사 과정에서 일부 미흡한 점이 있었지만 수사 기관이 법령,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한계를 위반해 객관적 정당성을 결여한 수사를 했다고 보기 부족하다"라고 했습니다.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을 △수사기관의 판단이 경험칙이나 논리칙에 비춰 도저히 그 합리성을 긍정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른 경우 △공무원이 법규상 또는 조리상 한계를 위반해 객관적 정당성을 결여한 방법으로 수사했다는 점이 명백히 입증된 경우로 제한한 '대법원 판례'를 충실히 따른 겁니다.

그에겐 가혹했던 법이 이들에겐 왜 이리 관대할까

황진환 기자황진환 기자
A씨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즉각 항소했고 2심 재판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2심 재판에선 경찰의 부실 수사를 입증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그리고 유의미한 자료를 찾아냅니다.

1심 재판에서 경찰들은 "함평 사건을 몰랐다. 알았다면 곡성 사건의 수사방향이 달라졌을 것이다"라고 주장했었죠. 그런데 2심 재판에서 이들이 곡성 사건을 수사하면서 함평 사건 자료를 출력했고, 수사 보고서에도 첨부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2022.10.28 서울중앙지법 손해배상소송 2심 공판, D경위 증인 신문
A씨 측 변호인 "D경위는 최소한 2016년 1월 18일에 조카 B씨가 '함평 사건'의 인물과 동일하다는 사실을 알고서 '함평 사건'에 대한 사건 송치문을 출력해 A씨 수사보고서 자료에 포함시켰죠?  

D경위 "정확하게 기억은 안 나지만 저 자료가 기록에 첨부됐다고 한다면… 이전에 있었던 B씨에 대한 자료를 첨부하게 되면 수사 보고서에 넣습니다. 그 수사보고서를 제가 봐야겠는데 이 내용 설명을 정확히 하지 못하겠습니다"

A씨 측 변호인 "D경위가 출력했기 때문에 서류 밑에 D경위와 출력한 날짜가 찍히는 것이죠?"

D경위 "네" 


A씨 측 변호인 "어쨌든 B씨가 이전 사건(함평 사건)이 있었기 때문에 이것을 출력한 것이죠?"

D경위 "예. 동일한 사람이라는 그런 취지로"

D경위는 계속해 모른다고 답합니다.

2022.10.28 서울중앙지법 손해배상소송 2심 공판, D경위 증인 신문
A씨 측 변호인 "C경장은 1심 재판 증인 신문에서 함평 사건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진술하는데 D경위는 함평 사건의 사건 송치문을 출력해서 수사보고서에 편철했는데도 이 사실을 팀원인 C경장에게 알려주지 않았던 건가요? (중략) C경장과 같은 조잖아요? 그리고 본인이 조장이잖아요"

D경위 "네. 그렇죠"

A씨 측 변호인 "결국에 수사에도 참여했던 조장인데 본인은 함평 사건을 알고 있어요. 그리고 송치문을 출력한 것도 나와 있어요. 본인 기억에 이전에 같은 사람이 고소했던 사건 중에 이런 사건도 있었다는 것을 같은 조인 C경장에게 이야기한 사실이 있나요? 없나요?"

D경위 "기억이 안 납니다"

A씨 측 변호인 "C경장은 1심 재판에서 증인으로 나와서 '함평 사건을 알았다면 수사 방향이 달라졌을 것'이라고 얘기했는데, 결국 D경위한테 못 들었기 때문에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잖아요? 본인이 얘기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은 것 아닌가요?"

D경위 "그렇죠. 함평 사건과 현재 있는 곡성 사건과는 전혀 예상을 못한 거죠. 연결될 수 있다는 느낌을 전혀 못 받았다는 얘기죠"
 
 
이날 증인 신문 내내 D경위는 "정말 최선을 다해 수사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그 결과는 한 개인을 상대로 한 국가의 처참한 폭력이었을 뿐입니다.

2022.10.28 서울중앙지법 손해배상소송 항소심, D경위 증인 신문
A씨 측 변호인 "함평 사건과 A씨 사건은 상당히 유사한데, 함평 사건은 불기소 판단을 내렸어요. 근데 A씨 사건은 왜 유죄라고 판단했나요?"

D경위 "가장 중요한 B씨의 진술이 (함평 사건에선) 오락가락했습니다. 번복이 있었습니다"

A씨 측 변호인 "A씨 사건에서도 피해자 진술이 번복됐고요. 통신기록에서도 증거가 나오지 않았고, CCTV에도 유죄라는 증거는 없었습니다. (모텔) 카드 내역도 없었고요. 거의 유사한데요?"

D경위 "유사하지 않죠. 범행 장소가 다르고 (함평 사건은) 처음에 갔을 때도 B씨가 현장 지목하는 과정들이 석연치 않았어요"

A씨 측 변호인 "그건 B씨 진술이고요. 사건이 어떻게 다르냐는 말입니다. 장소 말고는 차이점이 없네요? D경위 진술에 따르면 차이점은 장소 외에 없다는 말이죠?"

D경위 "네. 장애인 사건은 정말 진실 찾기가 상당히 어렵습니다. 이 사건의 C경장도 최선을 다해서 수사했고 저 역시도 수사 조장으로서 정말 한 치의 흠이 없도록 최선을 다한 수사였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A씨 측은 1심부터 2심 재판에 걸쳐 경찰의 부실 수사, 또 이해할 수 없는 판단을 입증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경찰이 동일한 무고범들의 비슷한 형태의 범행에 대해 왜 각기 다른 판단을 했는지 집중적으로 캐물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패소했습니다. 2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 8-3부(김양훈·윤웅기·양은상 부장판사) 역시 지난 2월 3일,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봤습니다.

2023.2.3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 8-3부, 손해배상 2심 판결문 中
재판부 "함평 사건은 '검찰의 혐의 없음 불기소 결정'으로 종결됐을 뿐이다. 당시 고모와 고모부 등에 대한 무고 혐의가 인정된 것도 아닌 점과 A씨 사건의 무죄 판결이 확정되고 약 1년이 지난 후인 2020년 12월 11일에서야 고모와 고모부 등이 무고죄 등으로 유죄 판결을 선고받은 점 등을 보태어 보면 D경위가 함평 사건의 수사기록 중 일부를 A씨 사건에 편철했다고 하더라도 C경장이 그 수사기록을 보고 곧바로 무고 가능성을 알았으리라고 추단하기도 어렵다. A씨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할 것인데, 이와 결론을 같이하는 1심 판결은 정당하다"

A씨가 2015년 B씨의 고모와 고모부로부터 무고 범죄를 당하기 전에 앞서 2013년 벌어진 함평 사건에서 경찰은 고모와 고모부를 무고로 처벌하지 않았습니다. 만약 당시에 이들을 무고로 처벌했다면 이번 재판의 결과가 달라졌을지 모릅니다. 애초 A씨라는 억울한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았을 수도 있죠.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을 밝히는 일은 참으로 어렵습니다. 국가의 명백한 실수를 입증해야 한다는 아주 엄격한 법적 잣대를 들이대고 있어서죠. 그저 호두과자를 팔며 평범한 삶을 살고 있던 A씨를 전혀 지켜주지 못했던 법이 국가와 이들에겐 왜 이리도 관대하게 적용되는 것일까요?

이날 손해배상 2심 패소 이후 A씨는 상고를 결정했습니다. 대법원의 판단을 받겠다며 9일 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했습니다. 그리고 이와 함께 수사를 맡았던 전남경찰청 소속 C경위와 D경장을 각각 위증과 직무유기로 고발하기로 했습니다.

결국 A씨의 외로운 싸움은 최종심인 대법원까지 이어지게 됐습니다. 아버지의 무죄를 밝혀낸 A씨의 딸이 2심 재판 과정에서 기자와 만나 한 말이 머릿속을 맴돕니다.

"아버지의 무죄를 밝혀냈더니, 이제는 국가의 잘못을 증명하라고 합니다"

▶법정B컷: 뉴스가 놓친 법정의 하이라이트
아무도 주목하지 않지만 중요한 재판, 모두가 주목하지만 누구도 포착하지 못한 재판의 하이라이트. CBS노컷뉴스 법조팀 기자들이 전하는 살아 숨 쉬는 법정 이야기 '법정 B컷'이 책으로 나왔습니다.
법정B컷: 뉴스가 놓친 법정의 하이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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