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포항CBS <유상원의 톡톡동해안> FM 91.5 (17:05~17:30)
■ 진행: 유상원 아나운서
■ 제작: 김선영PD
■ 대담: 한동대학교 언론학회 언로너스 박소영 학생
◇ 유상원> 청년들과 함께하는 최신정보수다, 청정수 시간입니다. 오늘은 한동대학교 언로너스 '박소영' 학생입니다.◆ 박소영> 안녕하세요, 한동대학교 박소영입니다.
◇ 유상원> 오늘은 어떤 주제를 준비하셨나요?◆ 박소영> 오늘은 '인덱스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가져왔습니다!
◇ 유상원> 인덱스 관계. 많이 들어본 단어는 아닌데, 어떤 것인지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 박소영> 인덱스 관계는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집필한 <트렌드 코리아 2023>에 선정된 키워드 중 하나인데요. 관계를 여러 인덱스로 분류하고 정리하는 모습을 표현한 단어입니다. SNS와 커뮤니티가 활성화되면서 관계의 범위가 넓어지고 있습니다.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경로가 다양해지면서 관계를 정리하는 MZ세대만의 방법이 인덱스 관계라는 용어로 정리된 것입니다.
◇ 유상원> 관계를 인덱스로 분류하고 정리한다.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박소영> 인덱스 관계는 세 단계로 나뉘는데요. 만들기, 분류하기, 관리하기입니다. SNS와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새로운 관계를 동시다발적으로 만들어갑니다. 그리고 각자의 기준에 맞춰 분류한 '친함'의 정도에 따라 어떤 식으로 관계를 맺을 지 선택합니다. MZ세대들은 카카오톡 뿐만 아니라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의 DM을 같이 사용하는데요. 예의를 갖춰야 하는 선생님께는 카카오톡으로 소통하고, 친한 친구들과는 DM으로 얘기합니다. DM은 특별한 일이 없어도 친구의 포스팅을 보고 바로 연락해서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데요.
인스타그램 DM. 인스타그램 캡쳐카카오톡보다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이 더 친근한 매체라고 느끼게 하는 부분입니다. 관리하기 단계에서는 불필요한 관계들은 끊어버리고 남은 관계들을 전략적으로 관리하며 잘 유지하는 것입니다. 예시를 들어서 설명 드리면 더 이해가 쉬울 것 같은데요. 인덱스 관계의 대표적인 예시로는 카카오톡의 멀티프로필과 인스타그램의 친한친구 기능이 있습니다.
◇ 유상원> 멀티프로필과 친한친구 기능이요?
◆ 박소영> 그렇습니다. 카카오톡의 멀티 프로필은 지정한 친구에 한해 각기 다른 프로필을 노출시킬 수 있는 기능입니다. 최대 3개의 프로필까지 생성이 가능한데요. 내가 선택한 사람들에게 내가 원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것입니다. 모든 사람들에게 보여주기는 부담스러운 남자친구와 찍은 사진을 멀티프로필에 해놓으면, 내가 보여주고 싶은 사람들에게만 보여줄 수 있는 것이죠. 인스타그램의 친한친구 기능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인스타그램에는 언제나 확인할 수 있는 피드와 달리 시간이 지나면 더 이상 확인할 수 없는 '스토리'라는 것이 있는데요, '친한친구'기능에 원하는 사람들을 추가해놓고 스토리를 올릴 때 친한친구 기능을 선택하면 내가 친한친구로 분류 해놓은 사람들만 스토리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내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혹은 내가 하고 있는 생각이 뭔지 적어서 올리는 스토리를, 보여주고 싶은 친구들에게만 공개할 수 있는 것입니다. 내가 선택한 사람과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 멀티프로필과 친한친구 기능의 공통적인 특징입니다.
카카오톡 멀티프로필. 카카오톡 캡쳐인스타그램 친한 친구. 인스타그램 캡쳐◇ 유상원> 선택 받은 자와 원하는 방식으로 소통한다. 흥미롭네요. 그런데 어떤 측면에서는 정이없이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박소영> 관계를 맺는 방식이 과거와는 달라지면서 이러한 변화가 어색하게 느껴지실 수 있습니다. 인덱스 관계가 가진 장단점도 물론 있는데요. 친한 친구와 일상의 거의 대부분을 공유하며 서로에게 동기부여를 받습니다.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며 때로는 누군가를 이끌어줄 수 있는데요. 반면, 스스로에게 효율적인 관계만 맺기 원하는 행태 때문에, 관계에 대한 회의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어났습니다. 인덱스 관계에 대해 자기중심성이 높은 현세대의 특징이 단편적으로 드러난 부분이라는 분석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관계의 방식을 긍정적인 것, 부정적인 것으로 나눠서 평가의 대상이 되진 않았으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바람이 있는데요.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비대면 소통이 활성화되고, 이에 따른 자연스러운 변화라고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유상원> 인덱스 관계라는 것도 코로나의 영향을 받아 등장한 것이군요?◆ 박소영> '코로나 학번'이라고도 하죠. 대학생이 되자마자 코로나가 유행해 줌 수업을 들으며 대학생활을 해야 했던 학생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노력하지 않으면 친구를 만들 수 없는 환경에 있었는데요. 과거와 같이 자연스러운 만남을 갖고 우연히 친구를 사귀게 되는 것이 상당부분 제한된 것이죠. 이제는 관계 맺기에도 많은 노력을 들여야 합니다. 저절로 만들어지는 인연에 노력을 더해서 인간관계의 풀을 확장 시켜야 하는 것이죠. 익명의 다수와 만나서 채팅 할 수 있는 오픈채팅이 그 예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연에만 의지하지 않고 목적에 따라, 또는 랜덤하게 맺어지는 온라인상의 관계를 통해 인간관계를 확장시켜나가는 것이죠.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카카오톡 캡쳐◇ 유상원> 노력으로 만드는 우연한 만남이라. 코로나19가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을 바꿔놓았네요.
◆ 박소영> 그렇습니다. 코로나19 펜데믹은 관계의 정의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하는 계기를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책에서는 인덱스 관계에 대해, 코로나19가 아니었더라도 현대인의 달라진 삶, 그리고 타인과의 관계에 대한 기대의 변화가 인덱스 관계의 출현과 맞닿아 있다고 말합니다.
◇ 유상원> 다른 원인이 있다는 말인가요?◆ 박소영> 현대인이 기존 친구들과 서로 같은 생애주기를 살고 있지 않다는 것이 코로나 외의 또다른 원인으로 지목됐는데요. 사회가 비교적 균질적이었던 과거에는 비슷한 나이의 친구들과 함께 학교에 입학하고, 취업하고, 결혼하고, 출산했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누구는 결혼을 해서 자녀를 둔 반면, 아직 미혼으로 독립적인 인생을 즐기는 친구도 있습니다. 유튜브에는 20대 초반인 제 또래 중에서도 창업을 해서 사장님이 된 케이스도 있는데요. 이처럼 또래 친구 사이에서도 동일한 이슈로 정보를 공유하지 못하는 상황이 많아졌습니다. 이때 인터넷 커뮤니티와 오픈채팅방 등의 온라인 플랫폼들이 정보 교류의 역할을 대신해주는 것입니다. 개인적인 관계에서 고민을 공유하고 들어주던 베프와는 다르게 온라인 상에서 불특정 다수에게 고민상담을 받는 것이 자연스러워졌습니다.
◇ 유상원> 생애주기가 달라졌다는 것은 정말 맞는 말 같아요. 인덱스 관계에 대한 소영학생의 개인적인 의견도 들어보고 싶은데요. 어떤가요?◆ 박소영> 네, 사실 저는 라디오를 준비하면서 인덱스 관계가 실제 제 삶에 있는 것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는데요. 관계를 '유지시킨다는' 표현이 개인적으로는 조금 어색하게 느껴지지만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데에 큰 역할을 하는 것이 SNS인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 자주 만나지 못하는 친구들과 연락하면서 관계를 이어나가려고 노력하는데요. 직접 만나서 시간을 보내지 않아도 SNS를 통해 연락하는 것으로 더 깊은 친밀감을 느낍니다. 앞에서 인덱스 관계의 단점으로 관계에 대한 회의감을 느끼고 있는 사람들이 늘어났다는 점을 말씀드렸는데요. 스스로 고립되려고 하고 관계를 리셋 시키는 것이 가능해진 것도, 과거와는 크게 다른 현세대의 특징입니다. 인덱스 관계에서는 내가 친하다고 분류 해 놓은 친구가 있어도, 그 친구의 친한 친구 인덱스에는 내가 있지 않을 수 있습니다. 큰 상처가 될 수 있는 지점이기도 하죠. 우리가 마음 속으로만 생각하고 있던 기준들이 SNS를 통해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것에 따른 부작용이라고 생각합니다. 인덱스 관계라는 용어를 처음 접하고 흥미로웠던 지점은 이것을 좋은 것, 혹은 나쁜 것으로 구분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제가 인덱스 관계의 가치에 대해 자신 있게 말할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무언가를 평가할 때 흑백논리를 적용시키는 것보다 조금 더 넓은 마음으로 다양성을 인정하는 태도가 필요해지는 순간인 것 같습니다.
◇ 유상원> 네, 오늘 청년들과 함께하는 최신정보수다, 청정수에서는 '인덱스 관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오늘은 목표를 향해 달리면서 잠시 잊고 지냈던 친구들에게 연락해보고 안부를 물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우리의 사회에서 관계가 주는 힘을 통해 격려받는 하루를 보내시길 바래 봅니다. 한동대학교 박소영 학생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박소영>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