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오 합동참모본부 작전부장이 26일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우리 영공을 침범한 북한 무인기 5대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군은 지난 26일 북한 무인기 5대가 서해안 영공을 침범해 강화도와 서울 상공을 휘저었지만, 그 가운데 1대도 격추하지 못한 점에 대해 대국민 사과했다.
그러면서 당시 긴박했던 작전 상황을 일부 공개하는 한편, 그 동안 우리 군이 부족했던 전력을 보강해 재발 방지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합참 "격추 못한 점에 대해 송구히 생각"…공격기는 민간 피해 걱정, 대공포엔 포착 안 돼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겹쳐 바라본 북한 초소에 인공기가 펄럭이고 있다. 황진환 기자
합동참모본부 강신철 작전본부장(육군중장)은 27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어제(26일) 적(북한) 무인기 5대가 대한민국 영공을 침범하였고, 우리 군은 이를 탐지·추적하였으나, 격추시키지 못하였다는 점에 대해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공식 사과했다.
그는 "우리에게 실질적 위협이 되는 적 공격용 무인기는 우리 탐지·타격 자산으로 대응이 가능하나, 정찰용 소형 무인기는 3m급 이하의 작은 크기로 현재 우리 군의 탐지·타격 능력으로는 제한되는 부분이 있었다"면서도 "결과적으로 군의 대비태세가 부족했던 점으로 인해 국민 여러분께 많은 심려를 끼쳐드렸다"고 덧붙였다.
군은 작전 하루가 지난 이날 기자들에게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일부 공개했다. 여기에 따르면 군은 10시 25분 김포 군사분계선(MDL)을 넘어온 무인기에 대해 운용자를 노려 매뉴얼대로 경고방송과 경고사격을 했다. 하지만 무인기는 이를 무시하고 넘어와, 한강 하구를 따라 서울로 향했다. 당연히 군의 KA-1 경공격기 등이 무인기를 쫓아왔다.
해당 무인기는 약 3km 정도 고도를 유지하며 은평구 등 서울 북부 지역을 약 1시간이 조금 못 되는 시간 동안 가로로 날았다. 합참은 이 과정에서 "청와대와는 약간 떨어진 곳이었다"면서도 "용산 일대에서 포착된 항적은 없다"고 설명했지만, 대통령실이나 국방부가 위협에 노출될 수도 있었던 순간이 계속됐다.
클릭하거나 확대하면 원본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군 당국은 무인기를 조종사의 눈으로 직접 포착하고 사진도 촬영했지만 일반에 공개하진 않았다. 해당 사진을 보면 파란색 글라이더와 닮은 무인기가 민간 건물 위를 날고 있어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짐작케 한다. 합참 관계자는 "해당 조종사가 (민간 피해를 걱정해) 정말로 고민을 많이 했다"면서 "그 마음을 헤아려 달라"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이러는 사이 무인기는 오후 1시 30분쯤 다시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한으로 돌아갔다. 다만 군 당국은 이 무인기가 실시간 원격조종이 아니라 사전에 항법장치 등을 설정해, 미리 설정된 좌표를 따라 비행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물론 20mm 벌컨, K-30 30mm 비호 등 지대공 기관포는 왜 사용하지 못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합참은 "지상에 배치된 무기의 레이더나 영상장비에 탐지·식별돼야 사격이 가능한데, 고도나 지형 등의 문제로 탐지가 되지 않았다"면서 "국지방공레이더와 열상감시장비(TOD)로는 포착했는데 지상의 무기들이 갖고 있는 자체 탐지수단들이 그러지 못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軍 "운용상 문제 개선, 무인기 타격 자산 빨리 도입", 尹 "드론부대 설치 앞당기겠다"
여론의 호된 질타를 받은 군 당국은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게 하겠다며 대책도 발표했다. 여기엔 여러 군 관계자나 전문가들이 지적했던 사항이 반영됐다.
강 본부장은 먼저 "적 무인기의 도발에 대비해 각급 부대별 탐지·타격자산 운용을 면밀하게 점검하고, 탐지자산은 초기부터 무인기를 탐지할 수 있도록 적극 운용하며 타격자산을 공세적으로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식별이 유리하도록 국민 피해 등을 고려해, 민간 피해를 주지 않고 격추할 수 있는 전력을 효과적으로 통합 운용하겠으며, 주기적으로 합참 차원에서 통합된 합동방공훈련을 실시하여 이를 구현하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2017년 6월 21일 강원도 인제에서 발견된 북한 무인기가 국방부 브리핑룸에 전시돼 있는 모습. 연합뉴스현재 우리 군에서 저고도 방공은 육군이, 중·고고도 방공은 공군이 각각 담당한다. 가장 높은 선의 작전지휘는 합동참모본부가 하지만, 명령이 하달되고 실제 작전부대에 이를 전달하는 것은 육군과 공군으로 또 나뉘기 때문에 유기적으로 연동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즉, 이러한 운용상의 문제를 개선하겠다는 뜻이다.
하늘이라는 3차원 공간에서 날아다니는 조그만 무인기를 대처할 전력이 현재 우리 군에 마땅하지 않다는 문제에 대해서도 강 본부장은 "다양한 능력의 '드론부대'를 조기에 창설해 적의 주요 군사시설을 감시·정찰하고, 물리적·비물리적 타격자산 그리고 스텔스 무인기 등을 확보하며, 이를 통합 운용함으로써 정찰 등 작전능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또 "비물리적으로 전파차단, 레이저 등 적 무인기를 타격할 수 있는 필수 자산을 신속히 획득하고, 기존 전력화 추진 중인 장비의 시기도 최대한 단축하겠다"고 덧붙였다.
무인기에 대한 대응은 총탄이나 레이저 등 물리적 수단으로 격추하는 하드킬(hard-kill)과 비물리적인 수단, 즉 전자전으로 조종 신호를 교란하거나 통제권을 뺏어 오는 소프트킬(soft-kill) 크게 2가지로 나뉜다. 세계의 분쟁지역에선 이 둘 모두가 복합적으로 쓰이고 있는데, 여기에 대한 전력화를 서두르겠다는 얘기다.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마침 윤석열 대통령도 이날 오전 국무회의에서 "북한의 주요 군사시설을 감시·정찰할 드론부대 창설을 계획하고 있었지만 어제 사건을 계기로 해서 드론부대 설치를 최대한 앞당기겠다"며 "최첨단으로 드론을 스텔스화해서 감시 정찰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었다.
이미 지난 2018년 지상작전사령부 예하에 드론봇 전투단이 창설돼 운용되고 있다. 한 취재진이 이 문제와 함께 '현재 대응 개념은 무인기를 확인하고, 적성인지 파악하고, 경로를 식별하는 등의 단계를 거치는데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자 합참 관계자는 "그 부분까지 보완해서 공세적이고 효율적인 작전이 되도록 하겠다"면서, "드론 부대는 드론봇 전투단에 더해 새로운 부대로 확대개편, 능력을 첨단기술과 더해서 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합참은 기자단에 추가로 문자메시지를 보내 "드론부대는 기존의 드론봇 전투단과는 차원이 다른 전략적, 작전적 수준에서 과학기술의 발전 추세, 전쟁 양상 등을 반영하여 창설할 것"이라며 "작전운영 개념, 지휘구조, 편성, 전력 등을 종합적으로 계획하여 추진할 것이고, 드론부대는 육군 지작사 차원을 넘어 모든 영역의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 본부장은 "우리 군은 과거에는 적 무인기 도발 시 탐지·식별조차 못 했지만, 이번에는 적 무인기를 탐지·추적했다"며 "다만 육안으로 식별된 적 무인기에 대해 국민 안전을 고려해 적시에 효율적으로 격추사격을 하지 못한 점은 아쉬운 점"이라고 덧붙였다.
합참 관계자는 "과거엔 탐지하지 못했는데 이번에 탐지했다고 잘 했다는 말이 아니다"며 "탐지하고 추적하고 타격하는 작전까지 통합적으로 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 달라"고 기자들에게 당부했다.
침투 사건 다음날 또다시 레이더에 잡힌 '미상 항적'…새 떼로 확인돼
한편 사건 다음날인 27일 오후 1시쯤 경기도 파주 일대에서 레이더에 또다시 미상 항적이 포착돼 군 당국이 3시간 정도 바짝 긴장하며 작전을 펼치는 일도 일어났다. 이 과정에서 인천 강화군이 오후 2시 57분쯤 석모도 지역에 "강화군 석모도 지역에 무인기가 관측됨에 따라 주민 여러분께서는 안전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라는 내용의 재난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 '미상 항적'을 따라붙은 조종사가 직접 눈으로 확인한 결과, 무인기가 아니라 새 떼로 식별돼 오후 4시쯤 해당 상황은 종료됐다. 새 여러 마리가 떼를 지어 날면 크기 때문에 레이더에 포착되곤 하는데, 전날 무인기 침투 사건으로 군의 긴장도가 높은 상태에서 생긴 해프닝으로 풀이된다.
합참은 "(방공작전의 경우) 반응 시간이 중요하니 탐지한 뒤 타격 자산을 신속히 보내서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강화군이 포착한 '무인기'는 이 작전을 위해 우리 군이 출격시킨 항공기였다고 군 당국은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