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별 봉쇄' 없다더니…中 시민들 마트로 다시 돌진[베이징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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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코로나 확산되는 베이징 유동인구 대폭 줄어
일부 지역, 지하철 등은 여전…바이러스 확산 가능성
중앙정부 20개 조치 내려 방역 최적화 발표했지만
하층 단위에서는 하지 말라던 단지별 봉쇄 꺼내들어
방역완화 기대하던 중국인들 지친기색 역력

손님이 거의 없는 베이징 시내 버스. 안성용 기자손님이 거의 없는 베이징 시내 버스. 안성용 기자
중국에서는 22일 하루에만 2만 9천 명에 약간 못 미치는 감염자가 나왔고, 베이징에서는 코로나 역사상 가장 많은 1486명의 감염자가 나왔다.

한국에서 이 정도는 아무런 감흥이 없는 숫자지만 중국은 아니다. 코로나19 확산 억제냐 제로 코로나 포기냐를 결정해야 할 선택의 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23일 낮 기자는 왕징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버스에 올랐다. 코로나19 감염자가 증가하는 베이징의 모습을 눈으로 보기 위해서였다.  

버스 창밖으로 보이는 왕징 시내는 한산했다. 차가 많이 줄었고 보행자도 많이 줄었다. 버스에 오르는 승객도 거의 없었다. 한 시간 정도를 탔지만 오르고 내린 사람이 10여 명에 불과했다.
 
사람과 차량이 대폭 줄어든 베이징 중심가 국제무역센터(궈마오) 주변. 안성용 기자사람과 차량이 대폭 줄어든 베이징 중심가 국제무역센터(궈마오) 주변. 안성용 기자
베이징을 대표하는 공원 가운데 하나인 차오양(조양)공원에서 하차했다. 지하철 풍경이 궁금해서다. 폐쇄된 차오양 공원 앞도 휑함이 느껴졌다. 지하철도 사정은 비슷했지만 아주 썰렁하지는 않았다.
 
베이징 사람들의 단골 나들이 코스 중 하나인 왕푸징 거리도 한산했다. 상점은 대부분 문을 닫았고 이따금 문을 연 점포 안에는 점원들이 있었지만 물건을 팔 생각은 없는 듯했다.
 
한산한 왕푸징 거리. 안성용 기자한산한 왕푸징 거리. 안성용 기자
왕푸징 번화가를 살짝 벗어나자 문을 닫은 가게들 사이로 가끔 나타나는 먹을 거리를 파는 상점 근처에는 사람들이 들락날락하면서 생기가 느껴졌다. 지나다니는 사람들도 꽤 있는 편이었다.
 
베이징은 최근 통제되지 않는 사회면(길거리 검사)에서 감염자가 많이 나와 걱정인데 이 정도로 사람이 다니면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지하철을 탔다. 퇴근시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이었지만 톈안먼을 지나는 지하철 1호선 열차에는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제법 있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힘들겠다는 생각에 더 힘이 가해지는 듯했다. 
 
다시 왕징에 돌아와 역사를 빠져 나오면서 분위기가 좀 다르게 돌아간다는 느낌이 확 와닿았다. 손수레나 시장 가방을 든 사람들이 마트로 향하는 모습이 부쩍 눈에 들어 왔다. 롯데마트가 철수한 자리에 들어선 한 대형마트에도 평소와 달리 먹거리를 사려는 사람들로 붐볐다.
 
봉쇄 소식에 먹거리를 사러 나온 사람들이 마트에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선 모습. 안성용 기자봉쇄 소식에 먹거리를 사러 나온 사람들이 마트에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선 모습. 안성용 기자
집 앞에 있는 대형 슈퍼마켓 앞에서는 처음 보는 광경에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출입구가 두 개인데 슈퍼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양쪽에 20~30미터쯤 되는 대기줄이 만들어져 있었다.
 
슈퍼 안에도 사람들이 많이 있었는데 지난 5월 준 봉쇄 당시의 사재기 열풍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했다. 이들은 봉쇄 소식이 곧 현실화될 것 같자 부랴부랴 먹거리를 사러 나온 사람들이다.
 
마트 식품 코너에 제품이 바닥난 모습. 안성용 기자마트 식품 코너에 제품이 바닥난 모습. 안성용 기자

결국 집에 돌아온 지 몇 시간 만에 3일 봉쇄 소식이 공식적으로 전해졌다. 한국인들이 많이 사는 왕징의 상당수 단지도 같이 봉쇄됐다.
 
같은 동에 사는 사람들을 우리의 카톡 격인 위챗 단체 대화방은 올 것이 왔다는 듯 큰 동요는 없었지만 출근은 어떻게 하는 거냐, 병원에 가야하는 데 어떻게 하냐, 언제 풀리는 거냐는 등의 질문이 이어져 핸드폰에서 눈을 뗐다가는 흐름을 잃기 십상이었다.
 
몇몇 날카로운 질문과 항의도 있었다. 얼마 전 중앙 정부가 최적화 방역을 한다면서 '20가지 조치'를 발표했는데 여기에는 주거 단지 전체를 봉쇄해서는 안 되고 동(棟) 별로만 해야 한다고 했는데 규정 위반 아니냐는 것이다. 
 
하지만 예리한 질문들은 이내 봉쇄와 관련한 여러 질문들, 방역 요원들 수고한다는 응원글에 묻히곤 했다.
 
단체 대화방에는 지역 방역 관계자나 마을 당조직 관계자 등도 들어 있었지만 봉쇄된다는 얘기가 있는 데 맞느냐, 언제부터냐 등등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다 봉쇄가 확정됐다는 소식을 전하고 이내 침묵 모드로 전환했다. 자율성이나 융통성이라곤 손톱만치도 없는 중국 공무원 사회의 현실이었다.
 
10월 당 대회가 끝나면 방역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했던 중국 사람들은 이제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이따금 대화하거나 통화라는 사람들은 한숨을 푹푹 쉰다. 가슴을 치는 이들도 가끔 있다.
 
경찰·보안요원과 대치한 폭스콘 노동자들. 웨이보 캡처경찰·보안요원과 대치한 폭스콘 노동자들. 웨이보 캡처
광저우 하이주라는 곳에서는 수 백 명의 주민들이 봉쇄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고 세계 최대의 아이폰 생산 공장인 폭스콘 공장이 있는 허난성 정저우에서도 공장 노동자들이 회사 측이 처우 관련 약속을 번복하자 들고일어났다.
 
중국의 코로나19 상황이 어떻게 될지, 방역 정책이 어떻게 될지 어디로 가는 건지 정말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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