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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가 경찰이 된 사연…"의료사고로 숨진 환자 아직도 기억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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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0-21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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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 조은정 경장 "계란으로 바위 친다는 마음으로 수사"

연합뉴스연합뉴스
"간호사로 근무했을 때 의료 과실로 억울하게 돌아가신 환자의 성함이 아직도 선명히 기억납니다."

21일 '경찰의 날'을 맞아 만난 부산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 조은정(41) 경장은 처음 경찰이 되기로 한 그날을 떠올리며 이처럼 말했다.

그는 "의료진 실수로 무고한 환자가 사망했는데, 이를 무마하기 위해 진료기록을 고치는 모습을 목격했다"며 "당시 무력감과 좌절감을 많이 느꼈고 곳곳에서 벌어지는 범죄 행위를 꼭 수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10년 동안 부산지역 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하다가 2019년 의료사고 수사 특채로 경찰에 임관한 그는 강력범죄수사대 첫 여성 형사다.

그가 속한 강력범죄수사대 의료사고 전문 수사팀은 의료사고뿐 아니라 불법 의료행위, 병원과 제약회사 간 리베이트, 보험 사기 등 의료 범죄와 연관한 사건을 수사한다.

그는 "의료는 전문 분야다 보니 피해자들이 억울해도 제대로 대응하기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동료들 모두 피해자 하나만 바라보고 열심히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경찰청에서 가장 긴 그의 간호사 근무 경력은 수사 내내 빛을 발한다.

조 경장의 탄탄한 내공은 의료 관련 수사의 가장 기본인 병원 의무기록 검토부터 핵심적인 범죄 혐의점을 찾아낼 때도 도움이 된다.

지난해 60대 남성이 지인으로부터 피살당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건이 있었는데, 당시 시신을 부검한 결과 수면제의 일종인 졸피뎀이 검출됐다.

관건은 유력한 용의자인 지인이 과연 피해자에게 졸피뎀을 먹였는지 여부를 증명하는 것이었다.

조 경장은 "약물에 따라 복용한 뒤 체내 유지되는 약물의 농도가 모두 다르다"며 "간호사 시절 쌓은 의료 지식에 기반해 제약회사 등에 추가로 문의한 결과 피해자가 졸피뎀을 복용한 시간은 피의자를 만났을 때라는 것을 밝혀냈다"고 말했다.

물론 '늦깎이 여성 경찰'로 근무를 시작한 만큼 고달픈 점도 많았다.

초임 시절, 법 관련 지식이 부족한 데다 어린 딸을 돌봐야 해 매일 몸이 녹초가 됐다.

여성 경찰에 대한 사회의 불합리한 선입견이 그를 괴롭히기도 했다.

조 경장은 "여성 경찰도 밤새며 잠복근무할 수 있고, 범인을 잡으면 희열을 느끼는 든든한 경찰이란 사실을 세상에 보여주고 싶다"고 밝혔다.

조 경장은 앞으로 모든 사건의 실체를 샅샅이 밝혀내겠다며 힘찬 포부를 밝혔다.

그는 "현행법상 의료사고가 나더라도 의료진들이 빠져나갈 수 있는 구멍이 너무 많아 사실 수사하기 좋은 여건은 아니다"라며 "그렇지만 계란으로 계속 바위를 치면 조그마한 흠집이 생기듯, 열심히 수사하면 억울한 희생자도 점차 줄어들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훌륭한 선배와 좋은 동료들, 남편과 딸의 희생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의료 분야의 전문성을 키워 훌륭한 경찰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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