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이었던 고(故) 박원순 시장. 박종민 기자·연합뉴스이단 신천지가 지난 2020년 교단이 직면한 현안을 해결하고자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 포섭을 시도한 정황이 포착됐다. 주로 국민의힘에 대한 조직적인 지원에 나섰던 걸로 알려진 신천지가 청탁을 위해서라면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접촉을 시도한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3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신천지는 2020년 초 당시 서울시장이었던 고(故) 박원순 시장에 대한 대대적인 로비 작업에 착수했다.
당시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로 인해 신천지에 대한 비판이 커지자 서울시는 이만희 교주가 대표로 있는 하늘문화세계평화광복(HWPL)의 법인 설립허가를 취소했다.
서울시는 신천지 위장단체인 HWPL이 문화운동을 명분 삼아 종교 활동을 펼쳤다며, '목적 외 사업 수행'과 '허위 홍보로 인한 공익 침해'를 사유로 허가를 취소했다.
그러자 신천지 지도부는 신천지 간부 및 신도들에게 "박원순 서울시장 관련 인사를 보고하라"는 공지를 내렸고, 간부들은 박원순 서울시장 관련 인사의 '이름, 소속 및 직책, 종교, 현재 상황 및 인사 반응, 차후 계획' 등을 취합해 보고했다.
신천지 내 '박원순 서울시장 관련 인사' 집계 현황. 독자 제공
신천지 간부들이 주고받은 텔레그램 내역에 따르면, "박원순 서울시장과 관련 있는 인사 및 관리자 현황 파악 : 과천 ☆☆☆, 참빛 ○○○ 완료, 수원 △△△" 등 지역별 취합 현황도 매일같이 보고됐다.
이는 신천지가 여야를 가리지 않고 교단 현안 해결을 위해서 정치권에 전방위적인 로비를 시도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당시 신천지는 △과천 성전건축 및 용도변경 인허가 △임의단체로 등록된 신천지의 종교법인화 △수료식 등 공식 행사를 위한 장소 확보 등 여러 당면 과제들이 있었는데, 이러한 과업을 이루기 위해 국민의힘뿐만 아니라 민주당에까지도 손을 뻗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당시 신천지가 '박원순 서울시장 관련 인사'로 포섭한 인물 중 한 명이 바로 민주당 소속 인물이었다. 당시 신천지는 민주당 소속 홍모 전 서울시의원에 대해 "우리 사람이 되었고 박원순 서울시장 관련하여 본부에서 직접 관리하리고 함. 도움이 필요할 때 동행해드리면 됨"이라고 내부적으로 문서를 만들어 공유했다.
또한 신천지 간부들은 홍 전 시의원과 관련해 "모든 정치인들이 홍 전 시의원님(총재님)을 모르면 안된다하심", "홍 전 시의원님(총재님)은 (이만희) 총회장님과 관련되서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같이 움직이는 것은 맞지만 보안이 되어 보고할 수 없게 되었다고 전하라 하십니다" 등이 담긴 보고들을 주고받았다.
신천지에 포섭된 홍 전 시의원은 실제 신천지 측의 부탁을 받은 뒤, 서울시 등을 상대로 로비를 시도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신천지 전 지파장 A씨는 "홍 전 시의원이 총회 총무이자 2인자였던 고모씨에게 '로비 자금이 필요하다'며 돈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CBS노컷뉴스가 확보한 고씨와 신천지 다른 간부와의 통화 녹취에서 고씨는 "(홍 전 의원을 만났더니) 7천만원을 달라 하더라. HWPL 취소 탄원서를 서울시 의정회에다가 받아오긴 했다"고 말한다.
다만 홍 전 시의원은 CBS노컷뉴스에 "신천지를 아예 알지 못한다"며 "나는 신천지 신도가 아니고, 신천지와 척을 졌다"고 반박했다.
지난달 말 신천지에 대한 첫 강제수사에 돌입한 '정교유착'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이러한 정황들을 토대로 신천지의 정치인 로비 의혹을 정조준하고 있다.
특히 신천지가 국민의힘 뿐만 아니라 민주당을 비롯한 정치인들에 대한 전방위적인 로비에 나섰을 가능성도 열어두고 수사망을 넓힐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