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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리뷰]에스더를 잘 알고 있다는 함정 '오펀: 천사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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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화 '오펀: 천사의 탄생'(감독 윌리엄 브렌트 벨)

외화 '오펀: 천사의 탄생' 스틸컷. 메가박스중앙㈜ 제공외화 '오펀: 천사의 탄생' 스틸컷. 메가박스중앙㈜ 제공※ 스포일러 주의

전편 '오펀: 천사의 비밀'을 본 관객이라면 33세 성인 여성인 에스더가 어떻게 에스토니아 정신병원을 나와 9살 어린 아이로 위장해 미국 가정으로 입양됐는지, 과연 미국에 오기 전 정신병원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던 건지 궁금했을 것이다. '오펀: 천사의 탄생'은 이러한 전작 팬들의 궁금증에 답하는 영화다.

엄청난 비밀을 숨긴 사이코패스 리나 클리머(이사벨 퍼만)은 에스토니아의 정신병동을 탈출, 부유한 가족의 실종된 딸 에스더로 사칭해 미국에 온다. 재회의 기쁨도 잠시, 어딘지 낯선 딸의 정체를 눈치챈 엄마 트리샤(줄리아 스타일스)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에스더와 맞선다. 그러나 이 대결의 끝에는 누구도 상상 못한 충격적인 반전이 기다린다.

한 소녀가 입양되면서 시작된 불길한 사건과 엄청난 반전을 다룬 '오펀: 천사의 탄생'은 천사 같은 아이의 얼굴을 한 역대 최강 사이코패스의 등장으로 영화 팬들의 사랑을 받은 공포 영화다. 이번 '오펀: 천사의 비밀'은 무려 13년 만에 나온 프리퀄로, 에스더가 어떻게 미국으로 왔는지 그 시작을 다룬다.

외화 '오펀: 천사의 탄생' 스틸컷. 메가박스중앙㈜ 제공외화 '오펀: 천사의 탄생' 스틸컷. 메가박스중앙㈜ 제공'오펀: 천사의 비밀'은 '어린아이'를 폭력과 학살의 주체로 삼아 충격을 던졌던 작품이다. 보통 아이는 순수한 존재로 인식하고 이러한 면을 그려내지만 영화는 순수하기에 공존하는 또 다른 속성인 '잔인함'에 초점을 맞추고 이를 비틀어 공포의 소재로 삼았다. 물론 진짜 아이는 아니지만 반전이 드러나기 전까지 에스더를 9살 소녀로만 알았기에 이러한 설정 자체가 곧 공포이자 반전의 요소였다.

이번에는 이처럼 전편을 본 관객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에스더란 인물 설정을 활용해 또 다른 공포와 긴장을 자아낸다. 종종 피가 난무하는 장면이 있지만 '오펀: 천사의 탄생'은 심리 스릴러에 가까운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정신병원을 탈출해 살인을 저질렀던 리나는 미국 부유한 가정의 실종된 딸 에스더로 위장해 별 무리 없이 미국으로 들어온다. 그렇게 평범한 가족 내로 침투한 에스더의 모든 말과 행동은 보는 이들에게 꺼림칙함을 전한다. 전편에서 잠시 언급된 것처럼 에스더가 방화를 저질러 일가족을 몰살할 거란 걸 알지만, 그 시점이 언제인지, 어떻게 거기까지 도달할 것인지 모른다는 데서 긴장이 시작된다.

에스더를 바라보는 의심 어린 시선은 관객뿐만이 아니다. 가장 가까운 곳에 존재하는 진짜 에스더의 엄마 트리샤 역시 잃어버린 딸이 돌아왔지만 어딘지 모르게 달라진 딸의 모습에 긴장을 기묘한 감각을 느끼고 조심스레 에스더를 관찰한다. 에스더를 향한 경계심이라는 공통된 감정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관객들은 어느 순간 트리샤에게 공감하고 그와 비슷한 시선에 놓이게 된다. 이러한 트리샤와 관객과의 관계와 시선에서 나오는 긴장과 불안은 영화를 이끄는 힘이자 반전이라 할 수 있는 새로운 사실이 등장했을 때 충격을 던지는 요소가 된다.

외화 '오펀: 천사의 탄생' 스틸컷. 메가박스중앙㈜ 제공외화 '오펀: 천사의 탄생' 스틸컷. 메가박스중앙㈜ 제공에스더가 사이코패스에 극악무도한 살인자라는 걸 보여준 전편이 오히려 관객들의 시야를 가로막으며 반전을 극대화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에스더가 그러한 인물이라는 걸 알기에 주변인의 의심 어린 눈초리가 모두 당연한 것으로 여기게 되고, 우리는 에스더에게 집중하고 그가 언제 살인을 저지를지를 주목할 뿐이었다.

그러다 보니 주변 인물들의 의심 어린 시선, 물론 그 가운데는 납득 가는 것도 있지만 어쩐지 미심쩍었던 요소들마저 '에스더' 때문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런 과정을 거친 끝에 나온 트리샤의 진실은 제법 놀라운 반전이 된다. 겉모습에 속았던 전편의 관객을 다시 같은 방법으로 속인 것이다.

트리샤의 반전이 드러난 이후 영화를 지배하는 것은 트리샤 역의 줄리아 스타일스다. 자기 안의 분노를 참지 못하고 포악하게 그대로 표출하는 에스더와 달리 트리샤는 침착하면서도 이성적인 모습으로 잔인함을 드러낸다. 가족을 위한다는 명목 아래 아무렇지 않은 모습으로 살인을 저지르는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섬뜩함을 자아낸다.

전편에서도 비쳤지만 에스더는 33살 영혼이 9살 몸에 갇힌 인물이고, 자신을 억압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외적으로 드러내지 못하는 육신이라는 벗어날 수 없는 감옥에 갇힌 채 거듭 벗어나길 바라는 인물이다. 이를 이번 영화에서는 '자유'라는 단어로 직접적으로 언급한다. 그러한 욕망과 이를 이루지 못했을 때 결과는 우리가 알듯이 비뚤어진 채 폭력적으로 나타난다.

외화 '오펀: 천사의 탄생' 스틸컷. 메가박스중앙㈜ 제공외화 '오펀: 천사의 탄생' 스틸컷. 메가박스중앙㈜ 제공'오펀' 시리즈는 천사 같은 외면과 이미지 뒤에 숨겨진 '괴물'을 끄집어내 보여준다. 이번 영화에서는 비틀린 욕망과 괴물 같은 내면을 가진 두 명의 인물이 서로를 알아보고 서로의 본성을 드러내며 맞부딪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 외적 요소를 이용해 다른 이들을 속이고 폭력성을 드러내는 것은 에스더나 트리샤나 마찬가지다. 천사라는 이미지를 뒤집어쓴 악마들의 탄생은 결국 비틀린 내면에서 비롯됨을 드러낸다.

'오펀: 천사의 탄생'에서 가장 반가운 점 중 하나는 바로 철저히 계산된 연기를 하는 에스더를 연기하는 이사벨 퍼만의 뛰어난 연기를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사벨 퍼먼이 연기한 에스더는 기술력의 도움을 받아 13년 전 어린 에스더의 모습 그대로 관객들 앞에 나타났다.

그러나 성인이 된 이사벨 퍼만의 눈빛에는 13년 전 보지 못했던 깊이가 담겼다. 성인이지만 더 이상 자라지 않는 아이의 몸에 머무른 영혼의 깊이와 어둠을 성인이 된 이사벨 퍼만이 보다 더 섬세하게 담아냈다. 줄리아 스타일스는 에스더의 강력한 적을 무게감 있게 그려내며 극의 긴장과 몰입을 높였다.

99분 상영, 10월 12일 개봉, 15세 관람가.

외화 '오펀: 천사의 탄생' 메인 포스터. 메가박스중앙㈜ 제공외화 '오펀: 천사의 탄생' 메인 포스터. 메가박스중앙㈜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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