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맥가이버가 된 경기도 청년 "생태농부가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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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지방소멸, 초고령화 문제가 심각한 이때 '바람의 인구'가 주목받고 있다. 교통 발달과 라이프스타일의 변화 등으로 여러 도시를 오가는 양상을 반영한 것으로, 한곳에 뿌리내리고 살았던 땅의 인구와 대비되는 개념이며 국내에서는 관계인구로도 알려져있다. 전남CBS는 저출생과 고령화, 지역소멸의 위기를 극복할 단초로 바람의 인구들을 조명한다. 오늘은 그 첫 순서로 경기도에서 전남으로 온 이한길(38) 씨의 사연을 소개한다.

[바람의 인구를 찾아서①]
수원에서 온 청년 귀농인 이한길 씨 인터뷰
청년 맥가이버 사업으로 순천 외서면 초기 정착
TV 작동법 도와드린 어르신, 농사법 알려주는 스승으로
순천과 벌교 오가며 도농복합생활 누려

▶ 글 싣는 순서
①순천 맥가이버가 된 경기도 청년 "생태농부가 꿈"
(계속)
청년 맥가이버 활동중인 이한길 씨. 이한길 씨 제공 청년 맥가이버 활동중인 이한길 씨. 이한길 씨 제공
평소 귀농을 하고 싶었던 이한길(38) 씨는 2020년 12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경기도 수원에서 전남 순천으로 이주를 했다. 아무 연고 없는 곳이지만 농사짓기 좋은 땅과 초기 정착할 수 있는 여건 등을 두루 살피고 선택한 결정이었다.
 
배우자와 함께 이한길 씨가 터를 잡은 곳은 순천의 면 단위 지역에서도 가장 적은 인구가 사는 외서면이다. 이곳에 사는 주민들은 700명 남짓 하지만, 이 씨는 마을 입구에서부터 시야가 한눈에 펼쳐지고 집과 논이 잘 어우러진 정경 때문에 이곳을 택했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농사에서 가장 중요한 일조량이 풍부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30대 젊은 부부가 낯선 지역에서 농사를 시작하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 가장 먼저 하루하루 기거할 집부터 구해야 했다. 그러다 우연히 알게 된 순천시의 청년 인구 유입 정책 '청년 맥가이버 사업'은 그간의 고민이 해결되는 마중물이 됐다.
 
'순천형 맥가이버 사업'은 순천시 읍·면 지역에 귀농귀촌을 희망하는 청장년층이 맥가이버가 돼서 고령화가 심각한 읍면 지역 취약계층 주민들의 생활불편사항을 해결해주는 사업이다. 맥가이버로 활동하는 8개월간에는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를 받고, 빈집을 수리한 주택을 5년 간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맥가이버가 되기 위해서는 약간의 훈련 과정도 필요했다. 외서면의 빈집을 고치는 시공사 관계자들을 따라 집을 수리하고 리모델링하는 방법을 익혔다.
 
물론 맥가이버에게 대단한 기술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었다. 어르신들이 휴대전화 작동법을 모르거나 텔레비전을 잘 못 만져 이전 채널을 켜지 못할 때 옆에서 도와드리는 일들이었다. 시간이 지나 마을 어르신들은 문제가 생길 때마다 이 씨에게 SOS를 쳤고, 이 씨도 갈수록 난이도 있는 기술을 터득하면서 고장난 수도를 고칠 수 있을 정도까지 됐다. 평소 도움 한번 구할 데 없던 마을 어르신들은 이 씨의 손길에 고마워하며 손수 지은 쌀 한 가마니 등을 너끈히 내주시기도 한다.
 
이 씨는 "별일 아닌 것으로 부르셔서 손쉽게 해결한건데 어르신들이 큰 기쁨을 느끼셔서 오히려 감사했다"며 "청년 맥가이버 사업으로 인해 할 일과 거주지가 생기고 시골 어르신들과 교류할 수 있었던 점이 타지 청년이 순천에 정착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라고 전했다.

마을 어르신에게 농사를 배우고 있는 이한길 씨. 이한길 씨 제공 마을 어르신에게 농사를 배우고 있는 이한길 씨. 이한길 씨 제공
맥가이버 활동 기간이 종료되는 8개월 후에도 마을 어르신들은 종종 이 씨를 불러 수리를 요청하고, 이 씨는 그틈에 어르신들의 안부를 확인한다. 한번은 소파가 필요한 허리가 편찮은 할머님을 위해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소파를 구해 직접 놓아 드리기도 했다. 그런 마음이 고마워 마을 어르신들은 초보 농사꾼 이 씨에게 기꺼이 농사법을 알려주는 스승님이 돼주신다. 감자를 수확한 후 콩은 면적당 몇 개를 심어야 하는지 또 얼마나 깊이 깊어야 하는지, 책에선 나오지 않는 세세한 것들을 배울 수 있다. 오랜 시간 쌓인 경험과 지혜들이 고스란히 이 씨에게 전수된다.
 
귀농 2년 차인 이 씨는 순천과 벌교를 오가며 아내와 농사를 짓는다. 외서면에서 400평, 인근 벌교에서 700평 밭을 임대했고, 이웃 주민들과도 공동으로 9000평 정도의 벼농사도 짓고 있다.
 
이 씨는 전남 순천이 도시와 농촌의 특징이 잘 어우러진 지역이라고 말했다.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다양한 기반이 돼 있다는 것은 귀농인들에게 중요한 요소"라면서 소농인들에겐 또 하나의 판로가 되어주는 로컬푸드 매장이 잘 갖춰진 점 역시 최고의 장점으로 손꼽았다. 일하지 않는 주말이면 축구를 하러 순천 도심으로 나가거나 대형마트를 찾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청년 맥가이버 사업처럼 타지 청년들의 초기 정착을 돕는 시책들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새 생태도시 순천의 매력에 푹 빠졌다고 말하는 그는 "가장 생태적인 삶을 추구하는 농부가 되어가는 것이 목표"라며 야심차게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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