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네트워크시스템(SNS)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는 촌캉스 관련 게시물. SNS 캡처대학생 정서윤씨(24·가명)는 친구들과 꽃무늬 몸빼바지를 챙겨 입고 경상북도 경주시의 크고 작은 텃밭을 거닐었던 추억을 잊지 못한다.
서윤씨는 지난 여름 고등학교 친구들과 경주시로 우정 여행을 떠나고자 양반가옥을 쏙 빼닮은 한 별장형 펜션을 빌렸다. 한껏 '옛날 분위기'를 내보자며 너도나도 꽃무늬 조끼에 나풀거리는 몸빼바지를 맞춰 입었다. '가위바위보 게임'에서 진 친구들은 머리에 꽃두건까지 두르고 인근 재래 시장에 장을 보러 갔다 오기도 했다.
휴학생 박유진씨(25·가명)도 지난 여름 충청북도 보은군에서 친구들과 펜션을 빌려 휴일을 보냈다. 낮엔 속리산 계곡에서 물놀이를 하다가 별이 수놓인 밤이 찾아오면 앞마당에 누워 학창 시절 추억을 곱씹었다. 하천을 따라 약 30분쯤 걸어야 동네 슈퍼마켓에 갈 수 있었지만, 유진씨는 친구들과 새벽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고즈넉한 시솔길을 걷는 것도 좋았다.
충북 보은군의 별장형 펜션에서 박유진씨가 친구들과 함께 머물며 찍은 새끼 고양이들. 박씨 제공 이처럼 여름 휴가를 시골에서 보내는 '촌(村)캉스(농촌+바캉스)'가 젊은 층 사이에서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시스템(SNS)에선 몸빼바지를 입은 '농촌 패션'부터 펜션 앞마당에서 아궁이에 불을 지펴 밥을 짓는 장면까지 다양한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인스타그램에선 '#촌캉스' 해시태그가 달린 게시물이 이달 기준 12만 8천 건을 넘어섰다.
촌캉스가 SNS상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전국적으로 확산되자 지방자치단체와 민간 단체들도 촌캉스 활성화에 나섰다. 촌캉스 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숙박비나 체험비 일부를 받을 수 있어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시골 정취를 느낄 수 있다.
박유진씨가 아침에 일어나 보은군 펜션 앞마당에서 촬영한 숲 전경. 박씨 제공
일례로 올해 3월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어촌공사는 '촌캉스 상품관'을 개설해 전국의 농촌 숙박·체험 여행 상품을 최대 30%까지 할인해 판매했다. 서울 인근 경기도는 물론 강원도, 충청도 등 다양한 지역에서 1박 2일 촌캉스가 가능하도록 지원한 것이다.
경상북도 영주시도 '영주 일주일 살기 프로그램'을 통해 도심 사람들의 농촌 휴가를 유도하고 있다. 2023년 여름 이 프로그램을 통해 영주를 찾았던 대학생 김연경 씨(23)는 "지원금도 받으면서 제대로 쉬고 일상으로 돌아온 느낌이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왜 젊은 세대는 '촌캉스'에 열광할까. 인하대 소비자학과 이은희 교수는 "젊은 사람들이 여태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농촌 생활에서 오히려 독특한 재미를 느끼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호텔과 달리 에어컨도 잘 나오지 않아 고생스러울텐데도 (젊은층은) 그 불편함을 색다르게 느끼며 즐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경험에 대한 추구 외에 어려워진 경제적 환경도 이런 유행에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휴가철 성수기때는 숙박 비용 등이 평소보다 더 비쌀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젊은이들이 실속있는 촌캉스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성수기에 특히나 유명한 유원지, 리조트는 엄청나게 비싸니 젊은이들은 접근 가능성이 높고 저렴한 농촌을 택한다"고 설명했다.
김연경씨가 머물렀던 경상북도 영주시 숙소 내부 모습. 김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