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쌍방울 전·현직 회장, 필리핀 대북행사 때 北고위급 접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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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태·양선길 회장 등 수뇌부, 北 대표단 접촉
쌍방울, 2019년 초 北 광물 개발 사업 추진
"대북행사 이후 '쌍방울 내복 지원' 추진"

2019년 필리핀 마닐라에서 개최된 '아시아·태평양의 평화·번영을 위한 국제대회' 단체 사진. 경기도청 제공2019년 필리핀 마닐라에서 개최된 '아시아·태평양의 평화·번영을 위한 국제대회' 단체 사진. 경기도청 제공
쌍방울그룹의 전·현직 회장 등 수뇌부가 2019년 경기도와 아태평화교류협회(아태협)가 필리핀 마닐라에서 공동 주최한 대북교류행사에 참석해 북측 고위급 인사를 직접 접촉한 사실이 확인됐다. 당시는 쌍방울이 주요 계열사를 동원해 북한의 광물자원 개발을 신규 사업으로 추진하던 시기다. 그 무렵 쌍방울로부터 법인카드를 제공받은 이화영 당시 경기도 평화부지사도 행사에 함께 참여한 것으로 파악됐다.


쌍방울-北 고위급, 필리핀서 접촉 확인

22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도와 아태협은 2019년 7월 필리핀 마닐라에서 제2회 '아시아·태평양의 평화·번영을 위한 국제대회'를 개최했다. 2018년 11월 경기도 고양시에서 제1회 대회가 열린 지 8개월 만에 해외에서 재차 같은 취지의 대규모 행사가 성사됐다.

제2회 대회에는 조선아시아태평양위원회(아태위) 리종혁 부위원장과 송명철 정책부실장, 박철룡 연구위원 등이 참석했다. 제1회 대회 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박명철 민족경제협력연합회(민경련) 부회장이 대표단에 합류한 것을 두고 남북 경제협력 분야에 속도가 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았다. 박 부위원장이 남한 기업의 대북투자와 교역 관련 실무를 전담하는 북측 대외 기관인 민경련 소속인 만큼, 북측 경제분야의 '실세'로 꼽혔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화영 전 부지사 역시 행사 전후 언론 인터뷰에서 "남북 관계 개선을 경제협력 중심으로 추진하겠다"고 여러 번 밝혔다.

그런데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이처럼 북측 고위급 인사들이 다수 참석한 대북교류행사에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과 양선길 현 쌍방울 회장 그리고 방모 쌍방울 부회장 등 그룹 수뇌부가 동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복수의 관계자들은 이들 쌍방울 수뇌부가 리종혁 부위원장 등 북측 고위급 인사와 "직접 접촉한 사실이 있다"고 전했다.

다만 쌍방울 수뇌부가 경기도 공식 대표단에 포함됐는지, 아니면 공동 주최측인 아태협 소속으로 현지 행사에 방문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당시 경기도는 이화영 전 부지사를 비롯해 정동채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정현백 전 여성가족부 장관 등 30여명으로 구성된 대표단을 필리핀 현지에 보냈다.

2019년 7월 필리핀 마닐라에서 개최된 '아시아·태평양의 평화·번영을 위한 국제대회'에 북측 대표단과 쌍방울 고위 관계자가 참석한 모습. 경기도청 제공2019년 7월 필리핀 마닐라에서 개최된 '아시아·태평양의 평화·번영을 위한 국제대회'에 북측 대표단과 쌍방울 고위 관계자가 참석한 모습. 경기도청 제공

쌍방울, 대북 행사 맞물려 '北광물' 개발 추진

경기도와 아태협 공동 주최의 대북교류행사가 열린 2018~2019년 쌍방울은 주요 계열사인 나노스(現 SBW생명과학)을 내세워 마그네사이트와 희토류 등 북한 광물자원 개발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아태협 안모 회장을 2019년 1월 8일 나노스의 사내이사로 영입했고, 같은날 '광산 개발업'과 '해외자원 개발업' 등을 사업 목적에 추가했다.

제2회 국제대회에 참석했던 양선길 당시 나노스 대표는 "민간 차원에서 북측과 활발히 교류한 아태협을 통해 남북 경협에 실질적인 기여 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과정에서 쌍방울과 광림, 나노스 등 종목은 이른바 '남북경협 테마주'로 묶이며 주가가 널뛰었다. (CBS노컷뉴스 관련기사 : [단독]이화영에 법카 준 시기에…쌍방울 '北 광물자원' 개발 추진)

"쌍방울, 北에 내의 보내려다가 무산"

연합뉴스연합뉴스
쌍방울이 2018년 11월 제1회 대북교류 행사가 끝난 뒤 북측에 내의 수십만 장을 보내려고 계획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쌍방울이 아태협과 경기도가 공동 주최한 행사에 수억원을 우회 지원한 사실이 CBS노컷뉴스 단독 보도로 알려진 가운데, 이와 별도로 내의 등 물자까지 아태협을 통해 북측에 전달하려고 한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복수의 관계자 증언을 종합하면, 북측에 내의를 전달하는 인도적 지원이 쌍방울과 아태협 관계자들 사이에서 추진됐지만 북측이 거절 의사를 밝히면서 실제 물품이 전달되지는 않았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아태협 안 회장도 "국제대회 이후 겨울 추위 속 북한 어린이들을 위해 내복을 보내자고 제안했다"라며 "통일부 신고까지 이뤄졌지만 북한에서 받지 않겠다고 거절했다"고 사실 관계를 인정했다.

법조계에서는 쌍방울이 북한 광물자원 개발을 추진하던 때에 경기도가 주최한 대북행사 비용을 우회 지원하고, 해당 행사에서 북측 고위급 인사를 직접 접촉하는 등 일련의 과정을 의심스럽게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특히 대북행사를 주도한 이화영 전 부지사가 비슷한 시기 쌍방울의 법인카드를 제공받고, 이 전 부지사가 설립한 비영리법인이 남북 광물자원 협력의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부각시킨 것 사이에 대가성이 있었는지 등을 규명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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