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현대자동차그룹의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 판매량에서 눈에 띈 성장세를 보일뿐만 아니라 자동차 품질 비교에서도 다른 브랜드보다 앞선 평가를 받으며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12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역대 8월 기준 최다인 13만5526대 판매를 기록했다. 전기차 보조금 혜택 대상에서 제외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에도 선전을 이어가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상반기 글로벌 시장에서 총 329만9천대를 팔았다. 513만8천대를 판매한 일본 도요타그룹과 400만6천대를 판매한 독일 폭스바겐그룹에 이어 처음으로 올라선 3위 자리다.
이같은 실적은 그룹 출범 당시인 2000년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성장을 이끌었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지난해 총 판매 대수는 666만7085대, 판매액은 187조4730원이다. 총 250만1518대를 판매해 29조371억원 실적을 올린 2000년과 비교하면 20여년 만에 눈에 띄는 성장을 이룬 셈이다.
업계에서는 제네시스 브랜드를 중심으로 한 판매량 증가와 치열한 경쟁 양상을 보이는 친환경차 시장에서 먹힌 전기차 판매 전략이 배경으로 꼽힌다.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은 수석부회장 시절 발표한 '2025 전략'을 통해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제네시스 브랜드 매출 확보와 친환경차 판매 확대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여기에 완성차 제조사의 '이름값'을 뗀 품질 경쟁 등에서 점차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점도 시장의 이목을 끌고 있다.
현대차그룹 자동차들은 최근 주요 글로벌 자동차상을 휩쓸며 과거 '싸구려 차'라는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를 이끌고 있다. 지난 4월에는 현대차 아이오닉5가 '2022 월드카 어워즈(2022 World Car Awards)'에서 '2022 세계 올해의 차', '2022 세계 올해의 전기차', 2022 세계 올해의 자동차 디자인'에 선정되며 총 6개 부문 중 3개를 차지했다. 또한 3월에는 '2022 영국 올해의 차'에 선정되기도 했다.
제네시스 제공기아 EV6도 지난 3월 '2022 유럽 올해의 차'로 최종 선정됐다. 기아가 유럽 올해의 차에 오른 것은 한국 브랜드 사상 처음이다.
제네시스 GV70은 캐나다 자동차기자협회가 선정하는 '2022 자동차 혁신상'에서 2관왕에 올랐다. GV70는 혁신상 3개 부문에서 안전과 기술 2개 부분에서 상을 거머쥐면서 세계적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최근에는 현대차그룹이 미국 시장조사기관 JD(제이디)파워의 신차 첨단 기술 만족도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JD파워의 '2022 미국 기술 경험 지수 조사(TXI)'에서 제네시스는 643점을 받아 캐딜락(584점), 벤츠(539점), 볼보(526점), BMW(516점) 등을 제치고 전체 브랜드 1위를 차지했다.
현대차그룹의 기술력을 둘러싼 시장 평가도 달라졌다.
독일의 자동차 전문매체 '아우토 빌트(Auto Bild)'는 최근 실시한 하이브리드 SUV 비교평가에서 "기아 스포티지가 도요타 RAV4보다 한 세대 앞선 차"라고 평가했다. 이 매체는 또한 기아 EV6와 폭스바겐 ID.5 GTX를 놓고 "EV6가 ID.5 GTX보다 매력적인 전기차"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또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현대차·기아,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 맹추격'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현대차그룹이 전기차 선두주자인 테슬라를 추격하는 모습을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을 추월한 사례와 비교하며 그룹의 전동화 성장 가능성에 후한 점수를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