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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터뷰]송강호가 '재난'을 마주하는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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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비상선언'(감독 한재림) 형사팀장 인호 역 배우 송강호 <하>
송강호가 겪은 한재림 감독 그리고 재난에 관한 생각

영화 '비상선언' 형사팀장 인호 역 배우 송강호. ㈜쇼박스 제공영화 '비상선언' 형사팀장 인호 역 배우 송강호. ㈜쇼박스 제공※ 스포일러 주의
 
의문의 남성이 비행기에 탑승한 이후 사망자가 발생한다. 원인불명의 증상으로 고통받다 짧은 시간 안에 사망한 탑승객을 시작으로 비행기 내부의 모든 탑승객은 혼란과 두려움에 휩싸인다. 이미 이륙한 비행기, 어디로도 탈출할 수도 없고 외부의 도움도 받을 수 없다.
 
일어나선 안 될 비행기 테러가 일어났다. 밀린 수사 업무로 인해 아내와 계획한 하와이 여행에 함께 하지 못하게 된 형사팀장 인호는 상공의 아내를 지키기 위해, 형사로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고군분투한다.
 
'비상선언'은 재난을 맞닥뜨린 인물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소중한 사람을 지켜 내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그려내며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그리고 인호 역시 사람이기에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영화의 주제를 전한다. 송강호에게 한재림 감독과 다시 만난 소감과 함께 '비상선언'을 통해 되돌아보게 된 '재난'에 관한 그만의 생각을 물어봤다.

영화 '비상선언' 스틸컷. ㈜쇼박스 제공영화 '비상선언' 스틸컷. ㈜쇼박스 제공 

송강호가 한재림 감독을 "지독하다"고 말한 이유

 
▷ 한재림 감독과 '우아한 세계' '관상'에 이어 '비상선언'으로 재회했다. 한재림 감독은 어떤 연출자이자 스토리텔러인가? 그리고 한 감독의 장점은 무엇인지 이야기를 듣고 싶다.
 
한재림 감독은 뚝배기 같은 사람이다. 정말 통나무 같은 뚝심이 있다. 집요하게 얻고자 하는 바를 뚝심 있게 밀어붙인다. 그래서 제가 참 좋아하기도 하고, 배우는 지점도 있다. 이번 '비상선언'에서도 한 컷을 얻기 위해서 어떤 장면은 수많은 테이크를 가고, 엄청나게 이야기하는 걸 보고 여전하다고 생각했다. '우아한 세계'부터 봐온 한재림 감독의 모습이 여전했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우아한 세계' '관상' 때보다 훨씬 더 내공이 깊어진 느낌이랄까? 감독으로서도 그렇지만 자연인으로서도 세월을 살며 생기는 인생에 대한 철학 등이 깊어지고, 또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도 깊어졌다. 켜켜이 쌓여온 내면의 시선이 분명 있더라. 그런 게 작품에서 아주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 한재림 감독과 세 차례 작업하며 연출자로서 더 발전했다고 느낀 지점이 있을지 궁금하다.
 
매번 그랬다. 다 그랬지만 특별히 한 장면을 꼽자면, 스포일러이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말은 못 하지만 내가 어떤 결단을 내리고 현봉식 배우와 같이 들어가는 장면이 있다. 그 장면이 사실 어떻게 보면 인호의 마지막 감정이랄까, 최후의 수단이다. 그런 지점에서의 감정 표출이 나도 어려웠지만, 감독님도 끊임없이 주문했다.
 
'아, 정말 지독하구나. 지독하게 파고드는구나'라고 생각했다. 물론 그 지독함은 좋은 지독함이다. 좋은 장면과 연기를 뽑아내기 위해 연출가로서 끈을 놓치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배우와 소통하려고 한다. 얻어내려고 하는 그런 모습을 봤을 때 훌륭한 연출을 만나면 좋아진다는 걸 깨닫는 거다.

 
▷ 조금 전 언급한 장면을 연기하면서 감정적으로 힘든 점은 없었나?
 
나도 생각해봤다. 나라면 인호처럼 할 수 있을까? 할 수 있을 거 같기도 하다. 왜냐하면 정말 막다른 길목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 당연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큰 고민이 없었다. 연기할 때 감정이나 이런 것이 대신 이성적으로 제어되는 상태에서 표현하고자 노력했다.

영화 '비상선언' 형사팀장 인호 역 배우 송강호. ㈜쇼박스 제공영화 '비상선언' 형사팀장 인호 역 배우 송강호. ㈜쇼박스 제공 

중요한 건 재난을 대하는 우리의 '마음'

 
▷ 재난영화를 보다 보면 '나라면 과연 저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할까?' '나도 저 사람처럼 행동할 수 있을까?' 등을 한 번쯤 생각해 보게 된다. 인호라면 어떻게 할지에 관해서는 이야기했으니 '내가 만약 승객의 상황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지 질문을 던져본 적 있나?
 
비행기 안에 탄 승객이었다면, 글쎄. 우리 영화 속에서 승객들로 나온 배우분들의 절절한 연기를 보면서 눈물을 막 흘린 기억이 난다. 너무너무 절절하다. 이게 참 비행기라는, 비행기든 배든 불가항력적인 그런 공간에서의 느낌이라는 것이 어떤 방법이 없지 않나 생각도 든다. 여러 시도를 해보기도 하고 그럴 거 같은데, 사실 어쩔 줄을 모를 거다.
 

▷ 영화는 언제 어디서나, 누구든 맞닥뜨릴 수 있는 재난을 그리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무차별적 테러가 일어나고, 지난 3년간 코로나라는 재난을 겪으면서 영화가 더욱더 피부로 느껴지고 있다. 영화를 찍으며 '재난'에 관해 어떤 생각을 하게 됐는지 이야기를 듣고 싶다.
 
일어나면 안 되고 일어나서도 안 되는 재난이다. 그럼에도 사람이 살아가는 세상이다 보니 크고 작은 재난이 항상 우리 곁에 공존한다. 중요한 것은 재난이 일어났을 때 우리가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대처라는 게 재난을 이겨내기 위해 노력도 하겠지만, 그것보다 심리적으로 또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점이 어떤 것인가를 가장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게 중요한 거 같다. 이 작품에서도 그런 지점들을 훌륭하게 묘사하고 있다.

영화 '비상선언' 스틸컷. ㈜쇼박스 제공영화 '비상선언' 스틸컷. ㈜쇼박스 제공 
▷ 영화에는 재난 상황에 놓인 다양한 인간 군상의 매우 현실적인 모습이 나온다. '인간'이란 어떤 존재이며, 무엇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지를 생각해보게 만든다.
 
소중한 것은 생각을 통해 얻어진다기보다 살아오면서 스스로가 체험하며 쌓여가는 거라는 생각이 든다. 논리적이고 학문적으로 정리되는 게 아니라 소중한 것은 우리가 살아온 모든 작은 일상이 쌓여서 거대한 마음이 된다고 생각한다. 이 순간도 정말 작은 조각 같아 보이지만, 소중한 시간이고 소중한 가치가 있는 거다. 작은 것 하나도 거대한 산처럼 보일 수 있다.
 
▷ 앞서 말한 것처럼 테러 등 재난을 대하는 자세의 중요성에 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본 계기가 됐을 거 같다.
 
몇 년 전인가, TV에서 큰 사건은 아니지만 사고 당했던 분을 인터뷰한 걸 인상 깊게 봤다. 그분이 '사고는 일어날 수 있다. 사람이 살아가는 세상이니까. 그걸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중요한데, 대처가 이러면 안 되지 않냐'라고 굉장히 차분하고 논리적으로 또박또박 말씀하시는 게 너무 인상적이었다. 그 말씀이 정답이라고 생각한다.
 
일어나선 안 되지만 테러나 사건·사고는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 중요한 건 재난이 일어났을 때 우리의 모습이다. 우리가 어떻게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대처하고, 다시는 그런 사고가 나지 않게끔 해결점을 찾아가는 것이다. 100% 아무런 사고가 안 날 수는 없다. 그런 지점에서 그분이 말씀하신 거 같다.

 
▷ 마지막으로 '비상선언'은 이런 영화라고 한 문장으로 예비 관객들에게 홍보한다면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완벽한 영화입니다." 한 문장이다. 하하하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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