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터뷰]김한민 감독이 '한산'을 만들어야만 했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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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한산: 용의 출현' 김한민 감독 <상>
김한민 감독이 생각한 한산대전의 진짜 의미에 관하여

영화 '한산: 용의 출현' 김한민 감독.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영화 '한산: 용의 출현' 김한민 감독.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일러 주의
 
김한민 감독이 '명량' 이후 8년 만에 내놓은 '한산: 용의 출현'은 당항포 해전 이후 약 한 달간 한산해전이 일어난 후일까지를 그린다. 임진왜란 7년 전쟁의 수많은 전투 중 최초로 압도적 승리를 거둔 '한산해전'은 그야말로 조선의 운명을 바꿔 놨다.
 
한산해전은 나라를 지키고자 하는 백성들의 열망에 불을 지폈고 전국 곳곳에 의병들이 봉기하며 방어에 나섰다. 김한민 감독은 "임진왜란은 전대미문의 사태였고, 사변이었다. 조선이 굉장한 수세에 처해있던 상황에서 전라좌수사 이순신이라는 인물이 전체적인 전황을 반전시키는 전투가 바로 한산해전"이라며 전무후무한 전투의 의미를 짚었다.
 
바다 위에 성을 쌓은 승리의 전술 학익진, 완벽한 전투선 거북선, 이를 바탕으로 승리를 이끈 이순신 장군까지 김한민 감독은 1592년 수세에 몰린 조선을 구할 숙명적인 해상 전투를 스크린에 완벽하게 구현해냈다. 지난달 21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김 감독은 '한산: 용의 출현'을 만들어야만 했던 이유를 들려줬다.

영화 '명량'과 '한산: 용의 출현' 포스터. CJ ENM·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영화 '명량'과 '한산: 용의 출현' 포스터. CJ ENM·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순신 장군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한산대전'

 
▷ '명량' 이후 8년 만이다. '명량'과 '한산: 용의 출현'은 어떤 차이점이 있는 작품인가?
 
해전 성격의 차이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명량'은 뜨거운 역전승의 느낌이 강한 작품이었다면 '한산'은 수세 국면에서 차갑게 상황을 계산하고 수세를 다시 승세 쪽으로 향하는 계기를 마련하려고 하는 이순신의 균형 잡힌 차가운 자기 판단이 필요했다. 분명히 이순신 캐릭터부터 시작해서 전쟁의 성격이 달랐다. 또 이순신과 주변 장수들, 그를 둘러싸고 도왔던 장수들의 이야기가 훨씬 더 비중 있지 않나 싶다.
 
또 '명량'은 이순신의 고독한 불굴의 의지에 집중했고, 또 뜨거운 불처럼 격정적인 느낌의 이순신이라면 '한산'은 물처럼 포용하고 다 받아들이는, 그러면서 리더십을 발휘하는 이순신이다. 그래서 이순신 배역도 달리 캐스팅했다. 실제로 역사 속 존재했던 인물이었기에 배우가 바뀌어도 괜찮겠다는 나름의 판단이 들었다. 마블 영화처럼 허구의 인간이면 배우가 바뀌는 게 이상했을 것이다.

 
▷ "조선의 살라미스(Salamis) 해전"이라고까지 불리는 게 임진왜란 3대첩 중 하나인 한산도대첩이다. 그런데 누군가는 행주대첩이나 진주성대첩보다는 쉬운 승리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 부분이 내가 '한산'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였다. 사람들이 익숙히 아는 전투고, 적당히 유인전(誘引戰)이나 학익진(鶴翼陣)을 통해 적당히 대승을 거둔 전투라고 생각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펼쳐진 어려운 전투였고, 유인전 하나도 쉽지 않았다. 그리고 학익진도 실전에서 처음 시도한 거였다. 그 속에서 문제가 있었던 거북선을 새롭게 보완해서 한산에서 다시 활약하게 해야 했다.
 
우리는 너무 익숙하게 한산해전을 이순신 장군이나, 학인진이니, 거북선이 등장했으니 손쉽게 이겼을 거라는 오해를 한다. 이번 영화를 보면서 그렇지 않았고, 그런 하나하나에 이순신과 주변 장수들이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는 걸 새롭게 느끼면 좋겠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가 의미가 있는 거 같다.

 
*참고: 살라미스 해전(기원전 480년)은 그리스 사령관 테미스토클레스가 페르시아 함대를 유인해 살라미스 섬 근처 좁은 해협으로 끌어들여 그리스의 소형 갤리선들은 맹공을 퍼부어 많은 페르시아 전함을 침몰시킨 전투로, 역사에 기록된 최초의 대규모 해전이자 세계 4대 해전 중 하나다. '세계 4대 해전'으로는 살라미스 해전, 칼레 해전(1588년), 트라팔가 해전(1805년) 그리고 한산도 대첩(1592년)이 있다.

영화 '한산: 용의 출현'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영화 '한산: 용의 출현'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보여 주기식이 되어선 안 됐기에 밀도 있게 그려낸 해전

 
▷ 3대첩 중 하나이자 수세 국면을 뒤집은 전투인 만큼 해전 장면은 시각적인 요소뿐 아니라 청각적 요소로도 압도적이었다. 51분간 스크린에 펼쳐진 해전을 스펙터클하게 연출하기 위해 고민도 고생도 많았을 듯싶다.
 
이건 단순히 보여 주기식의 해전이 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한산해전은 따지고 보면 전 세계사적으로 그 시기에 벌어진 전무후무한 해전이다. 당시 그런 체계적인 진법과 정교한 유인술, 그리고 그런 화포 사격과 새로운 첨단 무기인 거북선을 통해 완벽하게 적을 섬멸할 수 있었던 해전사적인 해전이 없다.
 
그렇다면 굉장한 자긍심으로 해전을 바라봐야 하지 않나, 제대로 보여줘야 하지 않나 싶었다. 그러려면 단순히 스펙터클을 위한 스펙터클이 아니라 정교한 전술적인 게 필요했다. 이순신의 매우 중요한 덕목이 유비무환이다. 정말 성실하고 집중력 있게 전쟁을 준비했고, 정말 거짓됨 없이 정직하게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전쟁을 수행하려는 모습, 그게 바로 이순신이지 않은가.
 
해전을 매우 치열하게, 그리고 엣지 있게 보여줘야 한다는 건 자긍심 문제도 있고, 이순신 정신을 보여주는 직결되는 지점이 있어서 열심히 만들지 않을 수 없었다.


영화 '한산: 용의 출현' 비하인드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영화 '한산: 용의 출현' 비하인드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치열한 해전 현장의 사운드를 살리기 위해 한국어 대사에도 자막을 넣는 배려도 엿보였다.
 
그건 정말 나의 고뇌에 찬, 용기 있는 결단이었다. 전쟁의 밀도감을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선 전쟁이 가진 사운드적인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걸 대사 때문에 눌러버려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대사가 안 들린다는 원망을 듣기 그렇고 말이다. 전쟁의 생생한 밀도감을 전달하면서 대사는 인지할 수 있게끔 하는 시도는 결국 자막을 쓸 수밖에 없더라. 순식간에 자막이 들어갔다가 쓱 빠진다. 낯선 시도고 어떤 평가를 받을지는 모르겠지만 본질에 충실하자 싶었다.
 
▷ 이번에는 '명량' 때와 달리 물 위에 배를 띄우지 않고 촬영했는데, 이러한 선택을 한 이유와 또 어떤 장점이 있었는지 이야기 듣고 싶다.
 
감히 '명량'처럼 바다에 배를 띄우고 파도와 날씨를 천운에 맡기고 찍기엔 너무 무리수가 많다. 좋은 그림이 잘 담보되지도 않는다. 물에 뜨는 배는 만들지 말고, 바다에서 직접 촬영하는 건 하지 말자고 결정했다. 그래서 실제 비율의 판옥선, 안택선 2~3척이 들어갈 초대형 규모의 실내 세트를 조성하기 위해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렸던 강릉 스피드 스케이트 경기장을 실내 세트장으로 세팅했다.
 
판옥선은 짐벌(gimbal, 하나의 축을 중심으로 물체가 회전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구조물) 위에, 왜선은 작은 버스 위에 올려 움직이게 했다. 그리고 그건 아주 잘한 선택인 거 같다. 노량까지 촬영했는데, 노량은 밤 전투다. 오전까지 싸운 전투지만, 밤에 벌어지는 전투가 매우 커서 밤과 낮 조명을 수시로 바꿀 수 있는 시스템 갖춰야 했다. 거기까지 생각하면 결국 바다에서 찍는 건 하지 않는 게 정답이었다.


영화 '한산: 용의 출현'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영화 '한산: 용의 출현'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영화 전반적으로 지략 대결과 첩보 대결이 중요한 이야기의 한 축이다. 이를 긴장감 있게 그려내는 것도 신경을 썼을 것 같다.
 

상대방에 빙의돼서 그 입장에서 얼마나 치열하게 고민하고 판단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런 개연성을 놓치지 말자 생각했다. 와키자카는 대충 자만하고 세를 과시하며 싸운 적장이 아니고, 왜군 안에서도 경쟁한다. 그런 와중에 자기 야망을 펼쳐야 하는 적장으로서 매우 치열한 자기 고민이 있는 적장이었을 것이다. 역사적 기록을 봐도 실제로 그랬다.
 
이순신은 자기의 치열한 고민이 있고, 그걸 보는 관객조차도 정말 그랬을 것 같다는 개연성을 놓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서로 간의 첩보전과 탐색전, 아주 디테일한 전술적 싸움이 한산의 특징적인 모습이 되어야 했다. 적장과 이순신이 그러한 모습으로 부딪혀야 관객이 동의하고 이 영화를 기꺼이 공감할 수 있게 될 거라는 데 주안점을 두고 놓치지 않으려 했다.
 

<하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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