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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벼락 맞은 서울 지하철…'저지대 상습침수' 해결 안되나[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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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에 따르면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에 8일 일강수량이 381.5㎜에 달했다. 공식기록상 서울 일강수량 최고치인 354.7㎜(1920년 8월 2일)를 훨씬 뛰어넘는 수치였다.

이 폭우는 지하철 9호선 동작역과 인근 7호선 이수역을 물바다로 만들었다. 특히 동작역의 경우 저지대에 위치한 6·7·8번 출구를 통해 빗물이 집중적으로 유입됐다. 출구에 높이 35㎝의 차수판이 설치됐지만 역부족이었다.

서울메트로9호선 관계자는 "호우주의보가 있어 사전점검을 했는데도 워낙 많은 비가 쏟아져 빗물이 설치한 차수판을 넘어들어왔다"며 "불가항력적인 측면이 있었지만 메뉴얼에 따라 적극 대응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빗물이 집중적으로 유입된 동작역 6·7·8번 출구 관리 문제도 화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서울 지하철 9호선 동작역이 폭우로 침수돼 폐쇄돼 있다. 박종민 기자9일 서울 지하철 9호선 동작역이 폭우로 침수돼 폐쇄돼 있다. 박종민 기자
9호선 동작역 6·7·8번 출구는 9호선 개통 이전부터 현충원 앞 도로 횡단용 지하보도 출구로 사용된 곳으로 9호선 개통 당시 역 대합실과 지하보도를 연결해 역 출구 번호를 부여했다. 실제 관리는 동작구청 관할이어서 이같은 재해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동작구 관계자는 "지하보도였던 동작역 6·7·8번 출구는 그동안 침수피해가 없었던 곳인데, 하천이 범람하면서 인도를 넘어 물이 유입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구청에서 직원들이 직접 관리하고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실제 차수판 설치는 출구 관리 권한이 없는 동작역 직원들이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동작구 시설관리 관계자는 "서울메트로9호선 측과 동작구 간 관리 문제는 없다"며 "서로 협력적으로 잘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지만 이미 호우주의보가 발효돼 하천범람과 저지대 침수가 예견되는 상황에서 이원화된 지하철 출입구 관할권이 동작역 저지대 출입구에 대한 수방 재난대응력을 떨어뜨렸다는 지적이다. 특히 시설이 침수되면서 시민들의 이용까지 어려워졌다.  

서울메트로9호선 관계자는 "동작역 6·7·8번 출구에 대한 직접 관리 권한은 없지만, 이번 침수피해는 시민 안전과 관련된 사항이기 때문에 사후에라도 동작구와 협의해 공동대책을 세우거나 관리위임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일부 구간이 침수됐던 9호선은 9일 오후 2시 정상 개통됐지만 동작역은 AFC(자동출개찰시스템)이 침수돼 수리가 완료되는대로 재개통하기로 했다.

 9일 오전 시민들이 폭우 피해로 천장이 무너진 서울 7호선 이수역 승강장에서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9일 오전 시민들이 폭우 피해로 천장이 무너진 서울 7호선 이수역 승강장에서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교통공사가 관리하는 4호선 이수역과 2호선 신대방역 역시 침수피해를 겪었다. 특히 이수역은 역사로 넘어들어온 물로 플랫폼 천장부 일부가 무너져 내렸다. 관련 영상이 SNS(소셜미디어)로 퍼지며 충격을 주기도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여름철 관리를 위해 풍수해 사전점검을 매년 진행해오고 있고, 저지대는 '특별관리역사'로 집중관리를 하고 있지만 예상치 못하게 워낙 많은 비가 기록적으로 내리다보니 한계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상습 침수로 비판을 받고 있는 강남역 일대 역시 대대적으로 우수관을 보완하고 차수판도 설치했지만 시간당 100㎜가 넘는 폭우에는 속수무책이었다. 저지대 상습 침수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지만 주변 우수관이나 빗물저류시설이 이를 받쳐주지 못하면서 지하철이나 주변 건물의 지하로 빗물이 역류해 피해를 확산했다는 지적이다.
 
수방 전문가들은 기후 변화로 이상기온이 심화되면서 국지성 호우 등이 빈번해지고 있는 한반도 상황을 감안해 재난대응 기준도 새롭게 재편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일부 지하 시설에만 의무화되어 있는 차수판을 공동주택이나 복합건물 등의 지하주차장, 지하변전소 등 지하시설에도 건축단계에서부터 의무화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높이 기준도 상황에 따라 세분화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자연재해대책법 관련 '지하 공간 침수방지를 위한 수방기준'에 따르면 지하 공간의 경우 방지턱 설계 외에 방수판이나 모래주머니를 선택적으로 설치하도록 하고 있는데, 임시적 조치해 불과한 모래주머니와 별개로 방수판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수방기준 실무매뉴얼의 방수판 설치 사례. 서울시 제공수방기준 실무매뉴얼의 방수판 설치 사례. 서울시 제공
지하공간내 유입된 물을 효과적으로 배제하기 위한 배수펌프 및 집수정 설치 기준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예상 침수높이의 설정에 따라 배수펌프 용량 기준이 달라지는데, 이번 폭우로 서울교통공사와 서울메트로9호선은 역사마다 보유한 배수펌프 용량을 넘는 바람에 외부에서 조달한 대형 배수펌프 장비를 급히 들여와야 했다.  

그러나 역사 주변의 배수시설과 우수관 개선이 선행되어야 지하공간의 직접 침수를 근본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는 지적이 힘을 얻는다. 강남역 주변 저지대의 고질적인 상습 침수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2020년 준공한 국내 최초의 터널형 신월 빗물저류배수시설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길이 4.7km, 총 저수용량이 32만㎥에 달해 시간당 100㎜ 집중호우에 대응할 수 있다.

신월 빗물저류배수시설. 연합뉴스신월 빗물저류배수시설. 연합뉴스
하천 범람과 습지대로 상습 침수지역이었던 양천구 신월동 일대와 강서구 화곡동 지역을 연결해 효과도 입증됐다. 빗물을 모아 강서구와 양천구 저지대를 통하지 않고 하류인 목동빗물펌프장으로 흘려보내 빗물을 모아 안양천으로 직접 배수하기 때문에 침수를 근본적으로 방지하는 기능을 한다.

강남역 일대는 지난 10년간 총 3조 6792억원을 투입해 하수관거 개량과 유역분리터널 설치를 완료했지만 시간당 85㎜ 폭우를 감당하는 수준이다. 현재 95㎜ 수준으로 증설을 추진 중에 있다.

서울시는 향후 일제 전수조사를 통해 수방 및 치수 관련 보강 수요를 면밀히 파악해 내년도 본예산에 반영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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