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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온기가 그립나요?…한지로 빚은 달동네로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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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주 개인전 '어나더 월드'

서울 삼청동 학고재서 8월 21일까지

Another World, 2022, 캔버스에 종이, 아크릴릭 Paper and acrylic on canvas, 194x259cm. 정영주 / 학고재 제공 Another World, 2022, 캔버스에 종이, 아크릴릭 Paper and acrylic on canvas, 194x259cm. 정영주 / 학고재 제공 작고 허름한 집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어느 산동네. 어느새 하루 해가 저물고, 가로등의 노란색 불빛이 좁은 골목길 곳곳을 환히 비추고 있다. 집 안 풍경이 드러나지는 않지만 상상하는 건 어렵지 않다. 도란도란 앉아 이야기꽃을 피우고, 보글보글 끓는 된장찌개를 먹으며 피로를 씻어내는 가족의 정겨운 모습이 그려진다.

2022년 미술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 중 한 명인 정영주(51)가 개인전 '어나더 월드'(Another World)를 서울 삼청동 학고재에서 8월 21일까지 연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제작한 작품 28점을 본관·오룸에서 선보인다. 6년 만의 국내 개인전이다.

온기와 정감이 느껴지는 달동네 풍경은 정영주 작가의 트레이드 마크다. 작가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어릴 적 서울과 부산의 달동네에서 살았지만 특정 지역을 그린 건 아니다. 작품의 주제를 결정하면 과거에 수집했던 판잣집 이미지를 머릿 속으로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작업한다. 캔버스 속 달동네는 상상 속 풍경인 셈"이라고 말했다.

출품작들은 캔버스 위에 한지를 오려 붙이는 '파피에 콜레 기법'으로 제작했다. 일단 스케치를 한 다음 지붕 모양으로 자른 한지를 구겼다가 펴서 붙인다. 입체적으로 완성된 집의 형상에 색채를 입히고 마지막으로 가로등 불빛을 그려 넣으면 하나의 작품이 완성된다. 작가는 "저부조 조각처럼 입체감이 느껴지는 것이 제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말했다. 출품작의 참멋을 느끼고 싶다면 화랑을 직접 방문하길 권한다.

산동네 111 High Hills Village 111, 2022, 캔버스에 종이, 아크릴릭 Paper and acrylic on canvas, 130.3x162cm / 정영주 / 학고재 제공 산동네 111 High Hills Village 111, 2022, 캔버스에 종이, 아크릴릭 Paper and acrylic on canvas, 130.3x162cm / 정영주 / 학고재 제공 작가가 집을 소재로 그리기 시작한 건 2007년 무렵이다. 작가는 1997년 프랑스 에꼴 데 보자르 회화과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작품 활동을 하던 중 IMF 외환위기를 맞아 부득이하게 귀국했다. 10여 년간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고난의 시기를 보냈다. 작가는 "그때 새삼 고층건물 사이 판자촌이 눈에 들어왔고 초라한 제 자신과 비슷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달동네 풍경을 그리는 작업은 작가에게 치유의 과정이다. "초라한 제 모습을 투영한 작품에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들 덕분에 치유받았습니다. 이젠 제 작품을 보면서 마음이 치유된다고 하는 사람들을 위해 더 열심히 작업하고 있습니다."

작가는 2009년 부산시립미술관 개인전을 비롯 서울, 파리, 런던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국립현대미술관 정부미술은행 및 미술은행을 포함한 국내외 기관에서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지난 5월 아트 바젤 홍콩에서는 출품작이 완판됐다. 방탄소년단(BTS) 리더 RM(김남준)이 작가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기도 하다.설경 0125 White World 0125, 2022, 캔버스에 종이, 아크릴릭 Paper and acrylic on canvas, 80x180cm / 정영주 / 학고재 제공 설경 0125 White World 0125, 2022, 캔버스에 종이, 아크릴릭 Paper and acrylic on canvas, 80x180cm / 정영주 / 학고재 제공 여름밤 620 Summer Nights 620, 2022, 캔버스에 종이, 아크릴릭 Paper and acrylic on canvas, 80.3x116.8cm/ 정영주 / 학고재 제공여름밤 620 Summer Nights 620, 2022, 캔버스에 종이, 아크릴릭 Paper and acrylic on canvas, 80.3x116.8cm/ 정영주 / 학고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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