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자진 사퇴하면서 보건복지부 장관은 또다시 공석이 됐다. 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두 차례 연속으로 낙마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5일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전 정권에서 지명된 장관 중에 이렇게 훌륭한 사람을 봤나"라며 "사람의 자질 등을 다른 정권 때와 비교해달라"고 말했다.
김승희 전 장관 후보자 낙마와 송옥렬 공정거래위원장의 과거 성희롱 발언 등 인사 문제가 연일 터지는 것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윤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로 지금까지 낙마한 장관 후보자는 김승희 전 후보를 포함해 정호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와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까지 모두 세 명.
김 전 후보는 정치자금법 위반 의혹이 있어 검찰의 수사 대상이 됐고, 정 전 후보는 자신이 대학병원장으로 있던 시절 아들이 해당 대학의 의대로 편입해 '아빠 찬스' 논란이 불거졌었다. 김인철 전 후보자는 자녀 장학금 특혜 논란 등이 있었다.
윤 대통령의 말처럼 문재인 정부 당시 출범 2개월을 기준으로 장관 후보자의 낙마 사례를 살펴보면, 당시 안경환 전 법무부장관 후보자와 조대엽 전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자진 사퇴했다. 안 전 후보자는 1975년 당시 교제하던 여성의 도장을 위조해 동의 없이 혼인신고를 했던 일이 문제가 됐고, 조 전 후보자는 음주운전과 사외이사 불법겸직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또 문재인 정부에서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김기정 전 국가안보실 2차장이 과거 교수로 재직하던 시절 품행에 문제가 있었다는 논란이 제기되면서 물러난 사례도 있다.
독한 尹의 말에 여권 내부 '술렁'…"아슬아슬"
5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현재 인사검증은 대통령실과 법무부의 협업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대통령실 인사기획관이 공직 후보자를 3~5배수 정도로 압축해 법무부에 검증을 맡기고,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은 각종 자료와 평판 검증을 토대로 보고서를 작성해 다시 대통령실로 넘긴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윤 대통령이 후보자를 낙점하는 방식이다.
법무부 산하 인사정보관리단은 출범한 지 아직 한 달이 채 되지 않았다. 김승희 전 후보나 최근 임명된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경우에는 법무부가 관여하지 않았다고 한다. 송옥렬 공정위원장 후보는 이번 법무부 검증을 거쳤다.
연일 인사 문제가 불거지는 상황에 대통령실과 여당 내부에서도 술렁이는 분위기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검찰 편중 인사부터 장관 후보자들의 도덕성 논란 등에 대한 우려를 내부에서 공유하고 있다"며 "윤 대통령이 전문성과 실력 중심의 인사 원칙이 강해, 그런 기조와 정무적 상황을 잘 균형 맞추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당 관계자는 "박순애 장관이나 김승희 전 후보의 경우, 도덕성 논란이 있는 만큼 당에서 메시지의 수위를 조절하고 있는데, 대통령의 말이 너무 세다"며 "아슬아슬한 느낌을 받고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박 장관이나 김승겸 합동참모의장이 청문 절차 없이 임명된 것에 대한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국회 상임위원회가 구성되면 상임위에서 인사 청문회 수준의 검증 작업을 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대통령실 "지적 듣고 있다" 수위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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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말과는 별개로 대통령실 참모들은 인사 문제에 대한 엄중한 상황을 감안해 발언의 수위를 낮추는 모양새다.
또다른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인사 문제 지적에 대해 "인사와 관련해 여러 잡음이 있고, 거기에 대한 지적과 비판들을 잘 듣고 있다"며 "전반적으로 다시 돌아봐야 한다는 지적 역시 귀를 기울여 듣고 있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당장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를 물색하고 있다. 윤 대통령 취임 두 달 가까이 1기 내각이 완성되지 못함에 따라 속도를 낼 전망이다.
다만, 두 차례나 후보자가 낙마한 자리인 만큼 이번에는 보다 후보의 안정성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당장 거론되는 후보는 김강립 전 식품의약품안전처 처장과 국민의힘 이명수·이종성·김미애 의원 등이다. 모두 관료 출신 혹은 현역 의원들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아직 종식되지 않았고 원숭이두창바이러스 문제 등으로 인해 보건복지부 장관 공백이 길어지는 것은 큰 부담"이라며 "인사 발표 시점을 정확하게 말하는 것은 어렵지만 최대한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