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맨 불끈' 조재호가 27일 '경주 블루원리조트 PBA 챔피언십'에서 프로 첫 우승을 차지한 뒤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경주=PBA'슈퍼맨'은 프로에 와서 진짜 '슈퍼맨'이 되었다. 국내 당구 3쿠션 최강으로 꼽히던 조재호(42·NH농협카드)가 프로당구(PBA) 정상으로 마침내 날아올랐다.
조재호는 27일 경북 경주 블루원리조트에서 열린 PBA 시즌 개막전 '경주 블루원리조트 PBA 챔피언십' 결승에서 초대 왕중왕 다비드 사파타(스페인∙블루원리조트)를 넘어 우승을 차지했다. 세트 스코어 4 대 1(15:9 9:15 15:9 15:7 15:1) 승리를 거뒀다.
PBA 투어 11번째 대회 만의 정상 등극이다. 대한당구연맹(KBF) 랭킹 1위를 달렸던 조재호는 2020-21시즌 'NH농협카드 PBA 챔피언십'에서 프로에 합류해 이전 10번의 투어에서 준우승만 2번 차지한 바 있다.
기대가 컸기에 그만큼 무거웠던 부담감을 이겨낸 우승이었다. 조재호는 2014년 터키 이스탄불월드컵에서 한국 선수로는 4번째 월드컵 우승을 거뒀고, 2018년에는 아시아선수권 정상에 오른 한국 당구 3쿠션의 간판이었다. 먼저 PBA에 진출한 '헐크' 강동궁(SK렌터카)과 쌍벽을 이룬 조재호였다.
하지만 조재호의 PBA 정복은 쉽지 않았다. 세계캐롬연맹(UMB)과 다른 경기 방식(세트제)에 고전했고, 다른 공식구와 당구대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 그럼에도 지난 시즌 '휴온스 PBA 챔피언십'(3차전)과 'NH농협카드 PBA 챔피언십'(5차전) 결승에 올랐지만 벨기에 절친 듀오 에디 레펜스(SK렌터카)와 프레드릭 쿠드롱(웰컴저축은행)에 우승컵을 내줬다.
그런 조재호는 올 시즌을 앞두고 절치부심, 혹독한 담금질을 소화했다. 진정한 '슈퍼맨'이 되기 위한 과정이었다.
조재호가 27일 '경주 블루원리조트 PBA 챔피언십' 결승에서 호쾌한 샷을 구사하고 있다. 경주=PBA경기 후 조재호는 첫 우승 비결을 귀띔했다. 조재호는 "앞서 준우승을 2번 했을 때 결승전에서 스스로 체력이 떨어졌다는 걸 느꼈다"면서 "전문 트레이너(정수영 코치)와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면서 체력을 기르며 집중했던 게 가장 컸다"고 설명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하체가 아닌 상체 운동에 집중했다는 것이다. 사실 당구는 정교함이 중요한 만큼 팔의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상체 운동은 잘 하지 않는 편이다. 그러나 조재호는 이날 상체 운동이 우승의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조재호는 "당구 선수 생활을 하면서 중고교 때 팔에 힘을 쓰는 거 외에는 감각 때문에 힘쓰는 운동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런데 정 코치가 '상체 운동을 하면 좋겠다'고 권유했다"면서 "사실 강하게 때려야 할 때 그러지 못하는 부분이 있어서 하체 운동만 하다가 상체까지 훈련하게 됐다"고 밝혔다.
후유증도 있었다. 조재호는 "상체 훈련을 하니 3주 동안은 공을 칠 수 없을 정도로 좋지 않았다"고 돌아봤다. 그러나 효과도 분명히 있었다. 조재호는 "개막전을 10일 정도 남겨 놓고 공을 치는 훈련을 했다"면서 "공을 때리는 데 힘도 붙고 해서 부담감이 많이 없어졌다"고 미소를 지었다.
사실 당구 선수에게 웨이트 훈련은 생소할 수 있다. 정교한 샷이 필요한 만큼 감각이 더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까닭이다. 그러나 조재호의 생각은 다르다. 조재호는 "일반 성인 남자가 칠 수 있는 공은 나도 할 수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하지만 강동궁처럼 힘이 좋은 선수는 스피드로 쉽게 치는 공을 나는 무리해서 몸의 반동을 이용해서 쳐야 하기 때문에 정확도가 떨어질 수 있다"면서 "그러나 힘이 생기니까 힘을 빼는 법까지 배우게 됐다"고 강조했다.
27일 '경주 블루원리조트 PBA 챔피언십' 결승 뒤 NH농협은행 스포츠단 장한섭 단장(왼쪽부터), PBA 장상진 부총재, 조재호, 블루원리조트 윤재연 대표이사 등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PBA대회를 앞두고 두 달 정도 소화한 상체 훈련이었지만 우승의 원동력이 됐다. 조재호는 "하체 훈련을 2년 정도 했지만 상체 운동은 두 달이었다"면서 "그래도 힘을 빼는 게 더 쉬워졌고, 때리는 것도 좋아지면서 자신 있게 경기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진정한 힘을 얻은 슈퍼맨은 두려울 것이 없다. 조재호는 "사실 쿠드롱이 올라왔어도 더 힘은 들었겠지만 이번 대회는 누가 오든지 간에 오늘만큼은 우승하고 싶었다"고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어 "쿠드롱이 실력으로 한 수 위지만 잘 배워서 나중에는 역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이제 슈퍼맨은 더 높이 비상하려 한다. 물론 끊임없는 자기 관리를 통해서다. 조재호는 "상하체 운동을 하고 있지만 뱃살은 빠지지 않더라"면서 "상체 운동이 자리를 잡으면 복근 운동도 해서 배도 집어넣겠다"고 '몸짱 슈퍼맨'에 대한 포부를 밝혔다.
시원시원한 경기 스타일로 슈퍼맨이라는 별명을 얻었던 조재호. PBA 진출 뒤 자비를 들이면서까지 웨이트 훈련을 하면서 진정한 슈퍼맨으로 거듭났다. 과연 슈퍼맨의 비상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