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출장길에 오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7일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출국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선 밸리는 1년 중 가장 바쁜 출장이고, 가장 신경 쓰는 출장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년 만에 참석할 예정으로 알려져 주목을 받은 미국 '선밸리 콘퍼런스(The Sun Valley Conference)'가 올해는 '어색한 만남'이 여럿 연출될 가능성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12일(현지시간) "매년 7월에 아이다호에서 열리는 기술, 미디어, 비즈니스 거물들의 연례 모임인 선 밸리 콘퍼런스는 당장은 피하고 싶은 사람과 마주친다고 해도 어떤 사람들에게는 거부하기 힘든 행사"라며 이 같이 전했다.

미국 아이다호주의 휴양지 선 밸리에서 매년 7월 열리는 이 콘퍼런스는 미국 투자은행 '앨런&컴퍼니'가 1983년부터 주최해온 국제 비즈니스 회의다.

초청을 받은 인사만 참석할 수 있으며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뉴스코퍼레이션, 타임워너 등 글로벌 미디어와 정보기술(IT) 업계 거물들이 주요 초청 대상자여서 '억만장자 사교클럽'이나 '거물들의 여름캠프'로 불린다.

국내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사실상 유일한 초청 대상자로 알려져 있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상무 시절인 2002년부터 거의 매년 이 행사에 참석했지만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진 이후인 2017년부터는 이 행사에 참석하지 못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윤창원 기자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페이스북의 모회사 메타의 '2인자'로 활동하다 최근 사의를 밝힌 셰릴 샌드버그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메타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마크 저커버그를 올해 선 밸리에서 만난다.

또 세계 최대 부호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도 이번 행사에 참석한다. 그가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트위터의 파라그 아그라왈 CEO도 참석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 두 사람의 만남이 주목을 받는다.

지난해 12월 회사를 떠난 밥 아이거 전 월트디즈니 CEO와 그의 후임자인 밥 채펙 CEO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과거 단골손님이었던 91세의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은 올해 불참한다. 대신 그의 두 아들인 래치란과 제임스, 그리고 전 아내인 웬디가 참석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블룸버그는 올해 가장 눈에 띄는 불참자는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라고 전했다. 선 밸리 콘퍼런스의 오랜 단골손님인 그는 지난해 7월 아마존 CEO에서 물러난 뒤 우주 탐사와 자선 사업 등에 주력하고 있다.

이밖에 단골 손님인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샤리 레드스톤 파라마운트 글로벌 회장, 마이크로소프트 설립자이자 자선가인 빌 게이츠, 스포츠 거물 케이시 와서먼,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 시장 등은 올해도 어김없이 선 밸리에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이 부회장은 2016년 이후 6년 만에 이번 선 밸리 콘퍼런스 참석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구속 수감 중이던 2017년 법정에서 "선밸리는 1년 중 가장 바쁜 출장이고 가장 신경 쓰는 출장"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이 10년 넘게 이 모임에 참석하면서 쌓은 인적 네트워크는 삼성의 비즈니스 확장의 발판이 된 것으로 전해졌다. 글로벌 거물들이 대거 참석하는 비공개 행사다 보니 사적 교류는 물론, 회사의 M&A(인수합병)나 파트너십 등의 논의도 이뤄지는 장이 된다.

이 부회장은 2014년 선 밸리에서 만난 쿡 애플 CEO와 이야기를 나눴고, 이후 삼성전자와 애플은 미국 이외의 지역에서 스마트폰 특허 소송을 철회했다. 2016년에는 이 부회장이 지니 로메티 IBM CEO와 대화하며 나란히 걷는 장면이 외신 카메라에 포착된 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