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3차 전원회의에서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왼쪽)와 근로자위원인 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이 자리하고 있다. 연합뉴스내년도 최저임금을 둘러싸고 노사간의 대결이 어느 때보다 날카로워질 전망이다.
특히 급등하는 원자재 가격을 내세워 중소기업, 소상공인들이 최저임금 동결 등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지난주까지 진행된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에서 노사 양측은 아직까지 구체적인 액수는 제시하지 않았다.
하지만 노동계는 현재 시급 9160원인 최저임금을 1만원 이상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근 양대 노총이 주최한 토론회에서는 1만 1860원이 제시됐다. 올해보다 2700원, 29.5% 오른 금액이다.
이처럼 노측이 최저임금을 크게 올리려고 하는 이유는 물가 급등 때문이다. 올들어 먹을거리와 유가, 공공요금 등 생활 물가가 크게 오른만큼 이에 맞춰 최저임금도 큰 폭으로 인상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근로자윈원인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이 9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3차 전원회의에서 노동자생계비 및 최저임금 비교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국책연구기관과 세계기구의 전망도 이같은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들 기관들이 제시한 내년도 물가상승률과 경제성장률을 합치면 최저임금을 7% 이상 올려야 할 판이다.
실제로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제시한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8%인데 여기에 물가상승률 전망치 4.2%를 합치면 7%다.
OECD 역시 내년도 한국의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각각 2.7%와 4.8%로 전망해 도합 7.5%의 전망치를 제시했다.
사용자측은 노동계와 똑같이 '물가'를 내세우며 내년도 최저임금 '동결'을 주장하고 있다.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경영난이 심해지는만큼 최저임금을 동결해야 한다는 것.
특히 소상공인과 중소기업들은 내년도 최저임금 동결에 '필사적'이다.
연합뉴스소상공인들은 코로나19와 원재료 가격 급등이 이어지면서 존폐 위기에 처했다고 호소하고 있다.
중소기업들은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거래에서 '을'인 입장 때문에 납품단가는 올리지도 못한다며 최저임금까지 오르면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국내 중소기업과 소상공업계의 구조적 취약성도 한몫을 하고 있다. 식당과 카페, 뿌리산업 등 노동집약적인 구조로 인해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생산성 혁신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사용자측에서는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달리 책정할 것도 요구하고 있다.
최저임금법에는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할 수 있는 규정을 두고 있지만 1988년 첫 최저임금 결정 때를 빼고는 시행된 적이 없다.
업종별로 적용한다고 하더라도 업종 구분을 어디까지 할 것인지를 놓고 적지 않은 논란과 시간이 수반되는데다 특정 업종에 낙인을 찍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처럼 노사가 최저임금을 놓고 팽팽히 맞서고 있는 가운데 윤석열 정부는 '친기업'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최저임금의 구분 적용'을 얘기해 왔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역시 최저임금 문제를 주52시간 근로제와 함께 최대 현안으로 꼽으며 '개편'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노동계 출신인 이정식 고용노동부장관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관심이다.
다만 근로자 위원과 사용자 위원, 공익 위원으로 구성되는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결정권을 쥐고 있는 것은 공익 위원들인데, 모두 문재인 정부 때 임명돼 오는 2024년까지 임기인 인사들이어서 이들의 결정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