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가 지난달 30일 CBS노컷뉴스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고대구로병원 제공 지난 주말부터 현충일인 6일까지 사흘간 이어진 연휴 동안 전국 곳곳에는 '망중한'을 즐기려는 인파가 몰렸다.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지 한 달여 만에 야외에선 마스크를 벗은 민낯도 심심찮게 보인다. 점점 강렬해지는 햇빛 속에 서울 광장과 역전(驛前)에서 방호복 차림의 의료진이 사람들의 콧속을 찌르는 선별진료소는 찾아보기 힘들다. 불과 두 달 전까지 조간과 방송을 도배했던 '오미크론 유행' 관련뉴스도 헤드라인에서 빠진 지 오래다.
코로나19는 과연 이대로 잦아드는 것일까.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아니"라고 단언한다. 1990년 5월부터 고대구로병원에서 전임의로 30년 넘게 근무해온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감염 분야 전문가다. 1999년 국립보건원에서 호흡기바이러스과장을 맡기도 했던 김 교수는 2009년 신종 플루,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를 대응하는 과정에서 범부처 사업단 단장, 민관합동TF 공동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이후 대한인수공통감염병학회장, 대한백신학회 부회장 등을 지낸 김 교수는 '코로나 사태' 초반부터 이 미지의 질병이 지닌 위험성을 꾸준히 경고해왔다.
김 교수를 병원에서 만난 지난달 30일 국내 신규 확진자는 6135명, 사망자는 7개월 만에 한 자릿수(9명)를 기록했다. '주말 효과'가 걷히는 주 중반에는 여전히 1만 명 이상의 환자가 나오고 있지만, 유행규모가 최정점이었던 3월 중순(3월 14일·30만 9천여 명)에 비하면 50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김 교수는 감소세가 지속되는 현상에는 동의하면서도 "지금도 적은 숫자는 아니다. (통계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를 보면 인구 100만 명당 숫자는 미국과 비슷하다"며 "지금 우리가 '바닥'이 아니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사를 많이 안 받고 있다는 점, 태반의 환자를 민감도가 낮은 RAT(신속항원검사)로 보고 있는 한계를 감안하면 실제 감염자를 제대로 발견해내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코로나 국면에서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를 강조해온 김 교수는
지금이 대유행과 재유행 사이 '막간'(intermission)이라고 정의한다. 일상회복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경고는 잘해야 본전이다. 김 교수는 <신종 바이러스의 습격>(2020)에서 "공중보건이란 잘 대비를 할 경우 대중들은 '우려하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어. 그동안 겁을 준 거였어?'라고 냉담하게 말한다"고 말했다. 물론 반대의 경우에는 배로 혹독한 질타가 기다린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국내 코로나19 유행상황을 그래프로 그리면서 "지금은 평화 시에 전쟁을 대비하는 막간"이라고 말했다. 고려대 의대 백신혁신센터장을 맡고 있는 그는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천병철 교수팀과 함께 백신 접종에 대한 국민 인식도 조사도 진행 중이다. 이은지 기자코로나19와의 후반전을 준비하며 우리가 짚어봐야 할 부분들을 물었다.
-인터뷰에서 대중의 쉬운 이해를 위해 '메타포'를 즐겨 사용하시는 편이다. 코로나19를 선행 감염병들과 비교한다면 무엇에 비유하시겠나.=임팩트 측면에서는 '초특급 태풍'이다. 신종 플루는 그냥 특급 태풍 정도였고, 메르스는 미국 중부를 스쳐가는 짧지만 강력한 토네이도 같았다. 코로나19는
감염자나 사망자 수, 영향 등 모든 면에서 100년에 한 번 나오는 '팬데믹'(pandemic) 전염병이다.
-다른 바이러스와 구별되는 어떤 점이 코로나19 대응을 더 어렵게 만들었을까.
=전에 미국 부시 정부의 국방부 장관이었던 도널드 럼스펠드가 이라크를 침공하면서 '대량 살상무기'를 이유로 들며 한 얘기가 있다. 세상에는 '노운 노운'(Known knowns·알려진 앎), '노운 언노운'(Known unknowns·알려진 무지), '언노운 언노운'(Unknown unknowns·알려지지 않은 무지) 등 3가지가 있다고.
그런데
코로나19는 2019년 12월 처음 보고됐을 때부터 '언노운 언노운'으로 시작했다. 시작 시점과 정체, 치명률 등 모든 것이 미지였다는 뜻이다. 1년 전만 해도 백신의 예방효과가 94~95% 정도니까 '집단 면역'으로 2021년 말에는 끝나겠구나 싶었지만, 이게 정말 '언노운(unknown)'과의 싸움이다. 그때는 감염 예방효과가 얼마나 오래 갈 것인지가 물음표였는데, 작년 7월 하반기에 들어오면서 변이도 생기고, 면역 감소효과(waning efffect)가 발생하면서 종식은 불가능하단 걸 알게 된 거다.
-당초 빠르게는 이달부터 확진자 감소세가 한계치에 다다르리란 예측도 있었다. 지금 추세로 봤을 때는 가을·겨울까지 소강상태가 이어질 가능성도 있어 보이는데.=
분명히 반등은 할 거다. 지금 국내에 (오미크론 하위변이인) BA.2.12.1과 BA.4, BA.5가 다 있는데 특히 '뉴욕 변이'라 불리는 BA.2.12.1은 (기존 '스텔스 오미크론'보다) 25% 전파력이 빠르고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발견되고 있다(*편집자주: 4일 기준 총 88건). 중증도가 낮다는 건 사실이지만 만 60세 이상 고령층과 백신 미접종자, 기저질환자는 예외다.
2년여 간 코로나19의 많은 부분이 알려졌지만 아직도 모르는 부분은 변이, 그리고 T세포 면역이 얼마나 장기간 지속되느냐의 문제다. 고령층과 미접종자·기저질환자는 세포 면역 자체가 노화 또는 결핍돼 있어서 접종을 해도 수치가 잘 올라가지 않는다. T세포 면역이 완벽하게 (중증화를) 막아준다면 접종자로부터 사망자가 나오면 안 되지 않나. 지금 보면 접종자나 재감염자 중에서도 사망자가 나온다.
우리 몸에 있는 B세포와 T세포는 일종의 군인인데, 예를 들면 B세포는 현역 군인, T세포는 예비군이다. 적과 항상 싸우는 게 아니라 전시에 동원이 되는 건데, 젊은 사람의 경우 군인이 현역 50만·예비군 100만이 있다 하면 60세 이상은 현역이 한 20만·예비군은 10만 정도로 줄어 있는 거다. 또 노쇠해서 움직임이 빠릿빠릿하지 못한 거지. 감염예방효과는 떨어지지만, 중증·사망 예방효과가 높다는 건 일반적이긴 하나 주로 젊고 건강한 사람에게 해당되는 개념이다.
1·2차 접종에 비해 3·4차는 (효과가) 뛰는 폭도 좁아진다.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 그는 신종 감염병과의 싸움은 '정보 전쟁'이라고 말한다. 오로지 데이터에 따라, 철저히 과학적으로 정책이 결정되어야 하는 영역이 공중보건이라고 김 교수는 강조한다. 이은지 기자 -원숭이두창 얘기도 해보자. 해외 확산세가 커지면서 국내 유입도 시간 문제라는 말이 나오지만, 바이러스 특성상 코로나19처럼 될 확률은 낮다는 게 중론이다.=그렇다. 원숭이두창은 1958년 덴마크에서 아프리카 수입 원숭이, 실험 동물에서 처음 확인됐다. 인체 발생이 발견된 건 1970년 나이지리아다.
원숭이두창에 해당되는 DNA 바이러스와 달리 (코로나19·인플루엔자 등이 속한) RNA는 변이가 잘 생긴다. 출판사에서 책을 낼 때 퇴고를 하듯이 인체 내에는 핵산을 복제할 때 잘못 들어간 걸 교정하기 위한 교정 효소가 있다. 그런데 인플루엔자에는 이게 빠져 있고, 모(母) 바이러스와 자(子) 바이러스가 조금씩 바뀌면서 변이(mutation)가 생기는 거다. 코로나19도 인플루엔자보다 변이는 적지만 RNA 계열이다 보니 비슷한 지점이 있다. DNA 바이러스는 변이가 적다 보니 안정적이고, 백신이 생긴 후 퇴치도 가능해졌다.
-그래서 코로나19도 초기 우한주 전용이 아닌 모든 변이에 통하는 '범용 백신'의 필요성을 얘기한다.=분명 우리의 이상향이고 궁극적인 지향점이다. 하지만 쉽지는 않다고 본다. 바이러스의 변하지 않는 일정한 항원이 있어야 한다. 워낙 변이가 많아서 쉽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럼 기자들은
백신보다 치료제에 집중해야 하냐는 질문을 하는데 두 가지는 'all or nothing' 같은 배타적 개념이 아니라 상호 보완적인 존재다. 백신은 (코로나에) 걸리지 않은 건강한 사람들이 맞아서 예방하는 거고, 치료제는 걸린 사람한테 투약을 해서 중증·사망을 줄여주는 거니까.
-향후 전망에서 가장 우려되는 점은.=
여름에는 (확산세가) 다소 반등하더라도 그렇게 위협적이지는 않고, 감당 가능할 거다. 다만,
올 겨울에 크게 유행할 가능성이 있는데 문제는 우리가 하루 62만 명이 확진됐을 때 (방역·의료 대응을) 잘했느냐는 거다. (중환자실 입원환자에 대한) 전원 행정명령 등 황당하고 무지막지한 일들이 있었는데,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지속가능하고 회복탄력성이 높은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정부가 의료시스템 병상을 늘려서 감당하겠다는 것보다는
유행 커브를 통제할 수 있는 정책과 전략을 썼어야 했다. 우리나라는 전 국민 건강보험에서 대학병원 가동률이 90% 이상이다. 코로나를 보려면 다른 환자들이 밀려나가게 되니, '초과 사망'(올 3월 기준 4만 4487명)이 (예년의) 두 배에 이른 것 아닌가.
이번에는
메르스 때와 달리 조용하리만큼 '백서'가 없다. '징비록'을 만들지 않으면 어떻게 문제점을 파악해서 고치겠나. 잘못된 결정을 한 당사자들이 오히려 승진을 했으니 복기를 할 리가 없다. WHO나 미국 같은 경우는 제3의 전문가들로 객관적 평가를 수행하는데, 그게 제대로 된 시스템이 있는 국가다. 그렇지 않고서야 계속 실패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
-지난달 말 대한인수공통감염병학회 보고서에 따르면, 지금까지 알려진 신종 감염병의 60% 이상이 동물 병원체에서 사람으로 전이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71.8%는 야생동물에서 유래했다고 하는데, 메르스와 코로나19, 원숭이두창이 모두 해당된다.
=사실 1990년대 말부터 계속 경고됐던 내용이다. 1950년대에 미국 공중보건국장이 '이제 백신도 있고, 항생제도 있고, 위생이 많이 좋아져서 감염병은 없어질 거다', '수십 년 내에 감염병 교과서는 다 던져버려라'고 했었거든. 그런데 1981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카리니 폐렴에 걸린 동성애자가 나와서 뭔가 했더니 2년 뒤 인체면역결핍 바이러스(HIV)가 원인으로 밝혀졌고, 1950년대 아프리카 원숭이로 거슬러 올라가게 된 거다. 인체로 넘어와서 에이즈(AIDS)가 된 거지.
원숭이두창의 경우, 2003년 미국 아이들 사이에서 갑자기 발생해 역학조사를 했더니 이들이 애완용으로 키우던 프레리 도그가 원인이 된 거다. 아프리카에서 수입한 원숭이와 프레리 도그를 같은 케이지에서 보관하며 원숭이→프레리 도그→아이들로 옮겨져 집단발생한 것이다.
90년대에 특히나 충격적이었던 것은 1997년 홍콩에서 유행한 조류독감 H5N1에 18명이 걸려서 3분의 1인 6명이 숨진 사건이다. WHO(세계보건기구)가 '팬데믹 인플루엔자'를 예고하면서 인수 공통 감염병이 문제가 될 것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앞으로도 이런 일들은 계속 일어날 거다.
-원인은 어떻게 진단하시는지.=정글에 가는 사람들이 증가하는 등 물론 환경 파괴도 연관성이 있다. 대표적으로 에볼라도 정글에 있던 박쥐에서 원숭이로 옮겨간 건데, 단백질이 부족한 서아프리카 사람들이 원숭이 고기를 먹고 걸리는 등
사회문화적 원인도 있어서 복합적이다. 아프리카는 또 공중보건이 워낙 열악하다 보니 무당들이 의사 역할을 하기도 한다. 중국이 아프리카에서 밀림을 개간하고 고속도로를 깔면서 인구가 도시로 밀집한 것도 (간접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인터넷이 발달해 세계적으로 정보값이 평등해졌다는 의미에서 '플랫 월드'(flat world)라는 말을 하는데
지금은 감염병에 있어서도 평평한 세계다. 원숭이두창이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게 시간 문제인 것도 같은 이유다. 메르스나 코로나를 겪으면서 봤듯 보더리스 월드(borderless world)인 거지.
국가정보원이 북한 정보를 수집하듯 감염병도 조기에 알고, 일찍 대비하는 것이 제일 좋다. 리스크를 사전에 평가하고 컨트롤해야 하는데 우리는 항상 '아직 우세종이 아니다', '유입되지 않아서 괜찮다'는 말만 반복한다.
-'포스트 코로나'를 위해 중앙감염병병원 건립 등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실제로 진행 중인데.=반대하는 건 아니지만…제가 예전에 그런 얘기는 했다. 메르스 사태 이후 정부에서 앞으로 신종감염병을 어떻게 대비해야 되냐고 물어와
(중앙감염병병원을) 국립중앙의료원의 부설로 만들지 말고, 독립적으로 짓자고 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자는 것이다.
국립암센터가 있듯이 국립감염병센터를 따로 만들어서 전문가들로 채워 희귀 유입 전염병이나 고병원성 환자들을 보고, 거기서 검체를 얻어서 연구하며 백신도 만들고, 질병관리청 등의 공무원들을 계속 교육시키자는 거다. 병원체가 계속 진화하는데 우리가 이볼루션(evolution)하지 않으면 대응할 수가 없다.
우리나라는 감염병 정책을 (전문적으로) 개발하는 곳이 없다. 경제 분야는 KDI(한국개발연구원)이 있지 않나. 지금 코로나가 터진 지 2년 반이 됐지만 기억나는 건 '1~2주 두고 보자'는 두더지 게임뿐이다.
3T(검사·추적·치료)가 K-방역이라고 하는데 그건 감염병 통제의 기본이고, 메르스 초기에 적용한 내용과 거의 흡사해 특별히 전략이라 할 게 없다. (궁극적으로) 보건부도 복지부로부터 독립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