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웨이퍼에 새긴 '경제안보 동맹'…'3나노' 뽐낸 삼성

핵심요약

바이든 대통령은 평택 반도체 공장을 둘러본 뒤 "한국처럼 우리와 가치를 공유하는 긴밀한 파트너와 협력해 우리가 필요한 것을 동맹과 파트너로부터 더 확보하고 공급망의 회복력을 강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취임 후 한국을 첫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과 20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을 방문, 조만간 양산에 돌입하는 차세대 GAA(Gate-All-Around) 기반 세계 최초 3나노 반도체 시제품에 사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계 최대' 규모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찾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0일 '세계 최초' 양산 예정인 3나노미터(㎚, 10억분의 1m) 공정 반도체 웨이퍼에 서명을 하며 방한 일정을 시작했다.

양국 정상은 반도체 공장 시찰을 마친 이후 공동 연설에서 반도체를 통한 '한미 경제안보 동맹 강화'로 글로벌 공급망 문제 등을 함께 해결하자는 의지를 표명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후 오산 미 공군기지에 도착한 직후 경기도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으로 이동해 오후 6시 11분쯤 도착했다. 미리 대기하고 있던 윤석열 대통령과 인사를 나눈 바이든 대통령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안내를 받아 공장 내부를 시찰했다.

취임 후 한국을 첫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과 20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을 방문, 조만간 양산에 돌입하는 차세대 GAA(Gate-All-Around) 기반 세계 최초 3나노 반도체 시제품에 사인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의 평택 반도체 공장은 세계 최대 규모 반도체 생산라인으로, 총 부지 면적이 289만㎡(87만5천평)에 이른다. 이는 여의도 면적(약 290만㎡)과 비슷하며, 축구장으로 환산하면 축구장 약 400개에 해당한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는 2015년 5월 착공해 2017년 7월 첫 생산라인(P1)부터 본격적으로 가동했다. P2는 2020년 가동에 들어갔고 P3이 2020년 4월 착공해 올해 하반기 완공을 앞두고 있다. 특히 P3는 클린룸(먼지·세균이 없는 생산시설) 규모만 축구장 면적 25개 크기로, 현존하는 단일 반도체 라인 중 세계 최대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는 D램과 낸드플래시 등 주력 상품인 메모리반도체의 생산 시설은 물론, 반도체 설계 전문회사(팹리스)의 위탁을 받아 5나노 반도체를 생산하는 파운드리 시설도 갖추고 있다.

삼성전자는 조만간 양산에 들어가는 차세대 GAA(Gate-All-Around) 기반 세계 최초 3나노 반도체 시제품을 바이든 대통령에게 소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GAA 공정은 기존 핀펫(FinFET) 기술보다 칩 면적은 줄이고 소비 전력은 적으면서 성능 면에서 앞서고 설계 유연성을 가진 삼성전자의 독자적인 신기술이다. 삼성전자는 GAA 공정을 통해 파운드리 업계 1위인 대만의 TSMC보다 먼저 3나노 양산을 시작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오는 2030년까지 171조원을 투자해 메모리반도체에 이어 시스템반도체 부문에서도 1위에 오르겠다는 이른바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 달성을 위해 삼성전자는 3나노 공정에서 TSMC를 따라잡으며 기술 리더십을 증명해야 한다.

GAA 기술인 MBC(Multi Bridge Channel)FET 구조를 적용한 3나노 공정 반도체는 기존 핀펫 기반 5나노 공정 대비 성능은 30% 향상되며 전력소모는 50%, 면적은 35% 감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유수의 팹리스들이 업계 최선단 반도체를 목놓아 기다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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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5나노와 4나노 공정에서 수율(결함이 없는 합격품의 비율)과 성능 면에서 TSMC에 역부족이었다"며 "3나노는 TSMC와의 기술 격차를 단숨에 따라잡을 수 있는 승부수라는 점에서 향후 삼성전자 파운드리 부문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다르면 한국은 지난해 전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19.9%의 점유율로 49.8%의 미국에 이은 2위를 차지했다. 다만 메모리반도체 부문에서는 무려 59.1%를 차지했지만 시스템반도체 부문의 점유율은 3.0%에 그쳤다.

미국은 우리와 반대다. 미국의 반도체 기업은 삼성전자처럼 반도체 설계와 생산, 판매까지 모두 수행할 수 있는 인텔을 빼고는 대부분 생산 설비가 없는 팹리스들이다. 애플과 인텔, AMD, 엔비디아 등은 TSMC와 삼성전자 등에 자신들이 설계한 반도체의 제조를 위탁한다.

양국이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메우면서 성장할 수 있는 기본적인 토대가 갖춰진 셈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공장 시설을 둘러본 뒤 "한국처럼 우리와 가치를 공유하는 긴밀한 파트너와 협력해 우리가 필요한 것을 동맹과 파트너로부터 더 확보하고 공급망의 회복력을 강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미국의 첨단 소재·장비·설계 기업들의 한국 투자에도 큰 관심 가져주시길 부탁드린다"며 "오늘 방문을 계기로 한·미 관계가 첨단기술과 공급망 협력에 기반한 경제 안보 동맹으로 거듭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양국 정상 연설에 앞서 단상에 올라 영어로 "전세계에서 가장 크고 선진화된 제조 공장인 평택 반도체 캠퍼스에 오신 것을 환영한다"며 "삼성은 25년 전에 미국에서 반도체를 만든 최초의 글로벌 기업으로, 이런 우정을 존중하고 소중하게 생각하며 계속 발전시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